문득, 날짜를 보니 지난 여름이 마지막이었다. 와... 새삼 스스로의 무신경에 놀랐다. 

 

이제는 귀하신 몸이 된 겨울날의 눈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핑계아닌 핑계, 이렇게 쓰는 것이 맞나싶은 글자들, 언제부턴가 글자의 생김생김이 낯설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치 처음보는 글자들처럼 생경해서 이건 뭐지? 하곤 사전을 찾을 정도다.

 

아침 7시. 평소보다 이른시간에 눈이 떠졌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강아지 콩이는 밖이 궁금하다고 법석을 떠니, 아니 일어날 수가 없지않은가. 이 강아지는 눈이 오는 소리 , 눈 치우는 소리, 그 눈을 밟고 달려가는 고양이 소리, 바람에 무언가가 떨어지고 날리는 잡다한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나의 깊은 잠을 방해한다. 방과 거실을 들락날락 정신없고 부산스런 새벽을 지나 아침이 되고 결국에는 나를 일으켜 깨우고 말았다. 천지사방에서 눈이 내리는.

눈치우는 밀대를 찾아 들고 마당으로, 대문 밖으로 나가 쌓인 눈을 치우고, 계단 위도 쓸어내리고, 콩에게도 두툼한 옷을 입혀 생애 두번째의 눈과 만나게 해주었다.

 

물론, 역시나, 좋아한다. 혀를 내밀어 할짝거려도 보고, 얼굴이 눈범벅이 되도록 눈밭을 헤치고 이리뛰고 저리뛰는 날다람쥐 같은 녀석에 할말을 잃었다. 축하한다. 너의 두번 째 겨울 그리고 눈을.  부디, 다음 겨울도 무탈하게 오기를 바랄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