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3.

 

미용실에 다녀왔다. 봄기운이 물씬 나는 날. 아침의 싸늘한 기운은 사라지고, 봄빛만이 나른한 오후였다. 오랜만의 수다에서 활기를 얻었다. 노란 믹스 커피 한 잔에 갓 구운 호떡을 나눠 먹었다. 중년 여자들의 이야기는 늘 생활 언저리를 맴돈다. 깊이는 없지만 적당히 친밀하고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사생활을 오픈하고, 서로의 사는 사정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배려할 줄 아는 관계다. 그녀는 좋은 사람이다.

 

흙을 밀어올리고 수선화가 뾰족한 잎을 내밀고 있다. 초록의 힘은 설렌다. 기다려진다. 꽃이나 열매가 아니어도 그 존재 자체로 기쁘다. 무화과나무 가지를 쳐야겠다. 머잖아 앵두꽃이 필 것이다. 수국은 겨우내 싹을 머금고 있다가 이맘때면 갈색의 얇은 껍질을 벗겨낸다. 연두빛 속살이 드러나고 그 안에는 커다란 잎과 꽃을 품고 있음을 안다. 감탄이 절로 나는 봄의 신비다.

 

이제 겨울잠에서 깨어나 움직일 때다. 긴 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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