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날의 외출 아니 산책은 나름 운치가 있다. 얼어붙은 땅만큼이나 마주치는 사람들의 마르고 고달픈 얼굴에 가벼운 안부인사를 건넨다. 명절을 앞두고 왠지 바빠 보이는 걸음들이다. 방앗간을 지나는데 엿기름과 전장김이 수북하게 쌓여 손짓을 한다. 구석구석 응달진 곳에 쌓인 눈의 흔적에 강아지가 멈춰서 코를 박는다. 어떤 개가 머물다가 안부를 남기고 갔음이다. 답장이라도 쓰려는듯 떠나질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성질 급한 주인은 얼른가자고 목줄을 당긴다. 우체국은 만원이다. 돈을 찾고 보내고 택배를 보내는 어르신들로 복작인다. 인터넷이란 편리한 문물과 도구가 있음에도 선뜻 엄두가 나질 않으시려나. 부탁할 젊은 자식들도 바쁘거나 곁에 없으려나. 이래나 저래나 삶은 나이든 자들에게는 더 고달프다.

 

주고받음의 단순한 기쁨을 누려보질 못했다. 둔감한 성격도 한몫했다. 이제와서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어린 조카들이 자라서 기쁨을 가르쳐 주고 있다. 감격과 고마움의 시간이 물밀듯 밀려왔다 가려고 한다. 작은 아기였던 새들이 어른이 되어 나이들어가는 이모를 돌보고 있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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