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 대산세계문학총서 100
루이지 피란델로 지음, 이윤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뜻하지 않게 어떤 책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요즘 미투데이 안의 미투밴드를 통해 지인들과 책퀴즈를 하고 있는데 다섯힌트를 보고 책을 맞추는 식의 흐름이다. 그 중 한 문제를 보고 루이지 피란델로의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명인 어떤 사람>을 떠올렸고 (아쉽게도 답은 아니었다.) 그 책을 떠올리며 대산세계문학총서의 백번째 책인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이 두 책의 제목을 보면 루이지 피란델로의 소설이 가진 특징이 보이는데 한 인간의 자아가 분리되어 버리는 일종의 분열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자살 소식을 신문에서 접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아보려 하지만 알게 되는 것은 자신이 아닌 사람으로 살게 될 때 생길 것 같은 그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닌 또 다른 속박이라는 것이다. 이미 고인이 되어 버린 자신은 법적으로 자유로울 것 같지만 법의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다. 즉 법적으로 합법적인 역할도 불법적인 역할도 하지 못하므로 어떤 사건에도 휘말리면 안되는 것인데 사회에서 어떤 사건에도 휘말리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결국은 유령과도 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고 사랑도 믿음도 신뢰도 어떤 것도 주고 받을 수 없다. 그것을 깨닫고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간극은 메꿔지지 않고 자신이 돌아감을 기뻐하고 놀라워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부재의 시간은 한 존재 역시 망각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무의미와 부재만 더 확인하는 일일 뿐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결국 자신이 살아있는 것인지 죽어있는 것인지 모호해지며 존재와 비존재가 불확실해지는 모순적인 면이 나타나게 된다.

    여행을 하며 자아에 대한 혼란을 겪게 되는 부분은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떠올리게 했고 본인이 죽었다는 설정은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떠올리게도 했으나 이 책은 이 책만이 가진 매력이 있었다. 군중 속의 자신, 그리고 진정한 '나'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과 성찰이 독자에게까지 전달되어 책을 읽는 내내 외롭고, 고독하게 독자를 이끌었다. 각종 수단이 발달하며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것들은 늘어났지만 여전히 우린 군중 속에서 외롭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모순은 아닌 것이다. 나와 연락이 끊긴다고 해서 걱정하고 초조해 할 사람이 가족 외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오늘도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고 잡담을 하고 고민을 나눈다. 그러며 혼자인 순간 외로워 지는 것이다. 그 외로움에 대한 답, 그 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문들이 더 몸서리치게 외로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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