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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ㅣ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삶이 부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이 작가가 겪을 수 있었기에 완성된 것임을 알았을 때 그것이 어떤 삶이었건 간에, 가난했건 부유했건 힘겨웠건 찬란했건, 그 삶은 한명의 작가를 키워낸 밑거름이었기에 그 것이 부러워진다. 베트남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랐고 미국으로 건너가기까지 그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그 삶들을 나도 경험해 볼 수가 있다. 물론 난 지금 당장 이 곳을 떠나 그 어느 곳에서 나의 청년기를 완성하고 또 다른 곳에서 노년기를 시작하기엔 현실이 내게 던져 놓은 무게에 눌려 있다. 그럴지언정 나의 여행은 시작된다. 단 한권의 책으로-
글자 하나하나가 무겁게 다가온다. 미안하지만 그런 느낌은 가독성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무게 때문에 독서 도중 책을 내려놓을 수도 있는 위험요소가 된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글자가 무겁다는 것- 그것은 작가가 얼마나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도 될 수가 있다. 14살 짜리 꼬마가 사람을 죽였고 이젠 자신이 그 죽음의 문턱에 서 있다. 내일이면 도시는 원자폭탄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고 그 안에서 소녀는 천왕만세를 외친다. 눈만 내놓은 채 모든 몸을 천으로 감추고 여성의 권리를 외쳐보지만 종교적 규율은 그 외침조차 허무하게 만든다. 좀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작은 어선에 200명의 사람이 몸을 싣고 그들은 삶과 죽음을 마주하며 긴 항해를 버텨나가지만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이 항해의 끝에 죽음이 있는지 삶이 있는지.
작가의 창작에 의해 탄생 된 이 이야기는 단지 '창작' 안에 머무를 수 없다. 이것은 우리에게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고 그리고 앞으로 반복될지도 모르는 역사의 흐름이다. 이 흐름 안에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 아니,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기약 없는 내일을 기다리며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 그 뿐이다. 그래서 더 책을 읽기는 아리고 힘들다.
다른 나라에서 건너 온 미국인들에 의해 미국 문학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걸까? 나는 쭉 미국 문학의 특유성이 버거웠었다. 단조롭게 어떤 삶을 캐치해 너무 얇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깊지도 않게 많은 굴곡 없이 보여주는 방식들. 하지만 몇 년 사이, 미국 문학계에선 순수 미국인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온 미국인에 의해 쓰여진 놀랄만한 책들이 선보이고 있다. 이 책들은 세계의 보편적인 문제와 함께 그들의 시작이 된 국가의 비극을 섬세하게 버무려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아니, 공감할 수 없을지언정 그 안에서 독자만의 생각할 거리들을 충분히 만들어 준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크게 흥미롭거나 엄청난 가독성을 보이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각각의 단편은 우리에게 존재에 대한 의문과 함께 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한 권으론 부족하다. 나는 조금 더 이 작가의 책을 만나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