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노트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24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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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작품을 꽤나 신뢰하는 편이다. 물론 그들의 작품이 절대적으로 좋다는 것은 아니다. 취향에 따라 노벨상 수상자들의 작품들보다 더 훌륭한 것 같은 그것들을 만나볼 때도 많이 있지만, 도서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의 작품을 선택했을 때 후회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경우 노벨상 수상자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상태에서 만나게 된 작가였다. 이 책은 작가의 대표작인 「티보 가의 사람들」 8부작 중 제 1부에 속하는 책으로 이 책을 읽은 후 나머지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작가에 대해 알아보다가 그가 이 책들로 193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소년기가 아름다운 까닭은 그 안에서 수많은 도전과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고, 그것들을 마지막이 아닌 시작의 원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데 있지 않을까. 또 수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자신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책 속의 자크와 다니엘의 경우도 그런 청소년기를 겪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잘 주체할 수 없는 자크는 사실 부모님의 사랑이 결핍 된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는 세상이 부당하다 느끼고, 그런 세상 속에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 줄 것 같은 친구 다니엘을 만났다. 다니엘은 자크와 다르게 부유하지 않지만 어머니의 사랑으로 충만한 환경에서 자란다. 그러기에 자유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에 자신을 던져버리려 하는 자크를 끌어안고 싶어 한다. 그들의 우정은 어찌보면 우정 이상의 애정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떠난 여행에서 보이는 일종의 갈등은 자신에게 부재한 것에 대한 열망이 그들의 감정을 더 폭발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되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책 속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이들을 둘러싼 어른들의 모습들이다. 돌아온 다니엘을 안아주고 용서해주는 어머니의 모습과 아들을 안아주고 싶지만 외면하는 자크 아버지의 모습은 단연 대비적이다. 또 아이들의 일상을 보호해 주지 못하고 그들의 회색노트를 폭로해 버리는 신부의 모습은 단지 그들에 대한 애착이라기엔 조금 독단적으로 비친다. 또 프로테스탄티즘과 가톨릭의 대립 역시 눈여겨 볼만 하며 다니엘의 어머니의 모습 역시 매력적이다. 그녀의 결정은 어찌보면 「인형의 집」의 로라를 떠올리게도 한다. 책의 중심에는 청소년기 아이들의 '우정'과 그 우정을 유지하는데에 생기는 갈등이 놓여져 있지만 그 갈등의 요소들과 해소의 과정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 책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 책이 이 후에 여러 이야기가 더 생겨나고 그 이야기들 또한 많은 것들을 담고 있을 것임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의 갈등과 해결을 통해 우린 우리의 청소년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의 지금도 생각해 보았음 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어른인가, 우리가 아이였을 때 부조리하게 느꼈던 어른들이 지금의 우리 모습은 아닌가. 이런 질문들 속에서 이 책의 뒷 이야기들이 궁금해 짐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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