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만나는 미술, 마음 놓고 길을 잃어 보세요!

서늘한 미인 - MBC 김지은 아나운서가 만난 스물한 명의 젊은 화가들
김지은 지음 / 아트북스 / 2004년 10월

 - 서늘한 미인 만나는 법

     1. 작품만 보세요

     2. 책 순서에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작품부터 보시고, 작가에게 느낌을 전해주세요
     3. 시간이 된다면 저자의 글을 훑어보세요
     4. 이 규칙을 어기면, 서늘한 미인은 여러분을 피해 갈 것입니다.

     예쁘고, 똑똑한 아나운서가 마이크 대신 그림을 잡았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미술을 전해준다. 기존의 미술책처럼 그림이나 작품을 읽어주지 않는다. 그저 '여러분, 한 번 느껴보자구요!' 라며 미술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 뿐이다. 길 찾는 것에는 영 서툰 저자는 처음 가는 길에서는 당연하게도 길을 잃는다. 하지만 이런 비(非)방향감각이 미술을 만나는 최적의 감각이 된다. 그건 그저 방향없이 느끼는대로 받아들이기, 그리고 마음 가는대로 발걸음을 옮겨놓기.

     전시회를 보는 것을 꽤 좋아함에도 현대미술은 난해하고 어려웠다. 그래서 고전적인 미술에만 늘 관심을 기울였고 현대미술 쪽은 오래동안 외면했다. 그러던 내게 이 책의 저자처럼 현대미술을 전해 준 고마운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 덕에 하나하나 현대미술을 눈여겨 보게 되고 관심 갖게 되었다. 아직도 내게 현대미술은 생소하고 낯선 분야이지만 이제는 어려운 당신이 아니라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당신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이젠 낯익은 사람과 작품과 아직도 낯선 사람과 작품을 함께 만나게 된다. 스물 한명의 젊은 화가들, 미술을 향한 저자의 열정과 함께 예술을 향한 그들의 열정이 뜨겁게 타오른다.

     만화적인 그림, 과학적인 예술, 회화적인 조각, 모든 예술은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의 작가들도 그런 사람들이다. 저자는 단지 그림 뿐만 아니라 그런 작가들의 마음까지 책에 옮겨놓으려 애를 쓴다. 그 마음을 쫓아 독자들이 이 책으로 미술을 만남을 끝내지 말고 계속계속 젊은 작가들에게 응원을 불어넣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한 작가 소개 뒤마다 작가와 연락할 수 있는 작은 고리를 남겨놓는다. 그 고리를 잡으면 책 속 작가들과 계속 만남을 유지할 수 있다. 예술가들을 살게 하는 힘, 그것은 작은 관심과 응원이 아닐까.

     서늘한 미인들을 만나는 것을 우린 너무 어려운 일로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 것은 그 곳과 친해지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낯선 분야에서 길을 잃기, 그것은 우리에게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하는 통로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앨리스가 토끼를 쫓아 들어간 토끼굴에서 이상한 나라를 만나게 되듯 이 책은 우리에게 미술이라는 세계로 향하는 토끼굴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