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대를 사랑합니다 1 ㅣ 강풀 순정만화 3
강풀 글 그림 / 문학세계사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매섭게 추운 겨울날 그것도 한 해의 마지막날 이 책을 읽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역시 난 잘났어 으냐냐) 단지 너무 울음을 참아 머리 아프고 가슴이 뽀개질것 같아 힘이 들 뿐!
헐리우드 영화의 영향이 컸을까?
로맨스 그레이, 노년의 사랑하면 멋진 은발의 백인 노신사와 우아하게 머리를 틀어올린 캐서리 햅번쯤 되는 백작부인 느낌이 나는 지적인 백인 노부인의 사랑을 떠올리곤 했다. 그런 내게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린 영화 <죽어도 좋아>의 억세디 억센 사투리 쓰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 (그것도 육체를 마구 탐하는?)는 조금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이전까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은 생각해 본 적 없고, 주변에서 노년의 사랑이라 입에 올리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추문에 가까운 '나이들어 왠 주책이야?' 란 생각을 절로 하게 하는 것들이었다.
사랑하는 이와 같이 살겠다고 보따리 임을 이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은 외람된 말이지만 상당히 귀여웠고, 연신 '죽어도 좋아'를 외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섹스신은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내 주변 혹은 내가 늙은 후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해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듯,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작가 강풀 역시 <죽어도 좋아>를 얘기한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육체적으로 적극적이었냐 아니었냐 정도?
한살,두살...열아홉살...서른살..쉰살..환갑..일흔살..
우린 나이란 틀에 너무나 많은 걸 가두고 살고 있다. 특히 사랑이란 단어는 더욱 나이란 틀에 가두고 살고 있는 듯 하다. 노년의 사랑이란 단어는 틀에 가두다 못해 꽁꽁 숨기고 덮어 두다 요 몇년 들어 새삼 꺼내어 빛도 쬐어주고, 물도 주고, 사회적으로 담론화 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현상에 영화 <죽어도 좋아>와 강풀의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많은 기여를 했다 본다.
서른셋..서른 넷..
옆구리는 마구 시리고 속절없이 나이만 먹고 있다. 세상에서 좋아하는 국이 단 두개 떡국, 미역국인데 둘 다 나이 먹는 것과 연관되어 있고, 매년 설과 생일날 아침이면 두 그릇, 세 그릇 떡국 미역국을 마구 밀어 넣는 나를 보며 우리 엄마는 구박을 늘어놓기 일쑤다 '어디 가서 한 놈 좀 물어와봐. 아무 생각없이 너가 지금 그게 목구멍에 넘어가냐?' 솔직히 무지 잘 넘어가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떡국 미역국은 왜 한자리에서 세그릇 이상 못 먹을까 너무 안타까우며, 나는 단지 꿈 꿀 뿐이다. 서른 다섯..마흔..쉰..일흔... 속절없이 나이 먹는다 하더라도 그 언젠가 송이뿐 할머니처럼 이쁘고 가슴 뻐근하며 눈 감는 순간까지 심장이 뜨겁게 팔딱일 사랑 언젠간 또 하리라......... 끊임없이 꿈 꾸다 보면 그 꿈이 이루어질 날 있겠지? 있을까나? 있을거야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 앙드레 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