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환의 책 읽는 아침 3월 12일 선정도서
잠결에 방송을 듣는데 어떤 내용인지는 하나도 안들리고 교수님의 '정말 쉽습니다.''진짜 쉽습니다.' 이 말만 계속 들린다. 역시나 잠결에 생각을 했더랬다. '아! 얼마나 어려운 책이기에 저렇게도 안쓰럽도록 쉽다는 것을 강조하실까?' 약간 망설이면서 책을 주문했는데 첫장을 읽으면서부터 '어 정말 쉽네'이러고 있다.
얼마나 쉽고 재미있던지 고등학교에서 사회 교과를 가르친다는 작가에게서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은 절대 작가의 수업시간에 졸지 않겠구나. 사외과목 수업시간을 기다리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랬다. 그리고 나의 고등학교 시절 이런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내 삶은 어떠했을까 질투심 살짝 섞인 복잡미묘한 감정도 느꼈다.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악몽이 대부분 다시 군대가는 꿈이란 얘기를 자주 듣는다. 대한민국의 평범하지만 다른이보다 좀 까탈스러운 나에게 악몽은 여고를 졸업한지도 이미 십수년이 지났건만 여고 시절로 돌아가는 꿈이다.그런 꿈을 꾸고 나면 어찌나 꿈에서도 그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가기 위해 발버둥을 쳤는지 땀이 흥건할 지경이다.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신설 사립학교였던지라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하에 여학생들을 어찌나 때리고(손바닥 체벌을 기본이고,손등 체벌, 출석부 모서리로 머리 내리찍기, 실내화 입에 물고 땡볕 운동장에서 손들기, 심지어 구둣발로 내리찍기까지 비인간적인 체벌이 난무했다) 진학률을 높인다는 명목하에 인근의 다른 학교보다 학교에 학생들을 묶어두는 시간이 너무나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같은 아이는 제도권 교육 자체가 맞지 않은 이였는데, 지금처럼 대안 학교니 홈스쿨링이라느니 학교를 가지 않고도 공부를 마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검정고시 외엔 없던지라 그 지옥같은 (내게는 정말 지옥 같은이었다.) 고등학교 3년을 열심히 책가방 운전만 하고 다녔던 것이다.
내 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 얘기를, 그 때하고 싶었으나 할 수 없었던 얘기를, 현직 교사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정말 속시원하게 해 주니 읽으면서 무릎을 몇번을 쳤는지 모르겠다.
한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은 첫장 행복추구권과 4장 교육권을 읽으면서 암담했던 고교 시절을 떠올렸다면 6장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읽으며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레주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얼마전 신문에서 영국의 해리 왕자의 이라크 참전 기사를 읽었다. 몰랐었는데 그의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은 공주 시절 세계 대전때 운전병으로 활약했었고,아버지인 찰스 왕세자는 70년대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었단다. 그 가사를 읽으며 씁슬했다. 우리나라의 고위층 인사들은 자식들 군대 문제로 줄줄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는데 먼 나라 영국은 왕위 계승 서열 3위의 왕자가 직접 분쟁 지역에 참전한단다. 정말 노블레스 오블레주는 먼 나라 얘기인가보다.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작가는 계속 내 맘에 있는 분노(?)를 막 흥분되게 일꺠우면서 짱돌을 들고 세상에 뛰쳐 나가게는 아니더라도 이 다음에 나의 권리를 조분조분 따져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내심 반성도 하게 해 준다. 그래서 이 책이 선정 도서가 되었구나 수긍이 간다.
그리고 엉뚱한 결심을 또다시 했더랬다. 이 다음에 내가 나와 똑같은 성격의 아이를 낳는다면 절대 제도권 교욱을 시키지 않고 대안학교나 홈스쿨링을 하리라. 또 군대는 꼭 보내리라. 법을 잘 지키고 법 안에서 권리를 잘 찾아 먹는 아이로 키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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