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일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너무 많이 아파하고 힘들었던 19살과 20살,21살 시절을 찝찔한 눈물 맛이 나는 한국 소설,러시아 소설을 읽으며 지냈고,그 때의 독서 내력이 지금의 내 삶을 지탱케 해 준 원동력이 되어서일까? 그리도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일본 소설을 읽고 있자면 몇몇 작품을 뺴놓고는 재미있게 다 읽고 나서도 '이게 뭐야? 그래서? 어쩌라고?' 내지는 그냥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 딱 2%의 무언가 부족한 느낌에 일본 소설을 막연히 거부하곤 했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나 <면장선거>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2007년도에도 일본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맞지 않을거야'라는 선입견에 밀어내기 바빴고 우연히 어디에서 받게 되어 읽었던 <한밤중에 행진>도 낄낄대며 재미있게 읽고 나서도 그냥 시간 죽이기용 소설일 뿐이라고 폄하하기 바빴다.왜일까? 재미있게 읽어 놓고도 왜 내 마음에서 밀어내기만 했을까? 

그 이유를 <마돈나>를 읽으면서 이제야 알게 되었다.
고개 숙인 우리 이웃집 샐러리맨 아저씨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이 책을 읽으며 그 전에 읽었던 일본 소설들처럼 키득대기도 하였지만 마음 한 구석 짠하여 줄곧 주인공 아저씨들에게 손내밀어 주고 싶었었다.내가 바랬던 것이 그것이었던 것이다.무언가 내가 공감할 수 있는것.내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너무 암울하지도 그렇다고 발랄함으로만 뒤덮어버리지 않는 그런 얘기..
'사는 게 다 그렇지'란 말이 절로 나오면서 내 주변에서 무수히 봐 왔던 얘기 같아 술술 읽히면서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세상에 적당히 타협하고 두루뭉수리 묻어가려는 이에 대한 날카로운 조롱에 가슴 뜨끔하기도 하였다.그래서 좋았다.2%의 무언가를 찾은 것 같아 좋았다.

<마돈나>를 읽으며 재작년 같이 부대끼며 일하던 곳에 한 남자를 짝사랑하고,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며 좋아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고
<총무는 마누라>를 읽으며 2년정도 대기업 계열사 다닐 적 신입 사원 연수 마지막에 신랄하게 연수과정과 내 연수 멘토을 비판했다가(비밀 보장이 되며 글쓴이이겐 불이익이 없으며 차후 연수에 도움이 된다기에 그리 썼건만) 제대로 찍혀 회사 생활이 힘들었고 그런 연유로 처음에 가졌던 열정과 포부 다 죽이고 상사 눈치나 보며 설설 기어야 했던 또 다른 내 모습이 떠올랐으며
<파티오>를 읽으며 alone과 lonely는 비숫한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른 것이란 구절에 대공감하며 지금의 내 고독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좋은 글이란 이런 것이리라.내가 결코 40대의 남자가 아님에도 40대의 배 나오고 외로운 남자가 주인공인 내용에 공감할 수 있도록 쓴 글...
책을 덮고 작년에 그토록 사람들이 열광하며 만났으나 내가 애써 외면했던 이라부 선생님을 나도 만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새록 들었다.
중,단편은 몰입하기가 힘들어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각각의 중,단편에 이렇게 빠져 들 수 있다면 이라부 선생을 만나러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나 <면장 선거>는 더 재밌게 읽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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