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리 어릴 때부터 많은 독서량을 자랑한다 하지만 세상엔 내가 모르는 작가도 많고 그래서 읽고 싶은 작가의 작품도 많고 아직고 읽어야 할 책들도 많다. 특히나 매년 노벨문학상이니 문학상 수상작가들을 보면 하나같이 내가 모르는 작가들만 있는지.. 도리스 레싱도 그런 작가 중 하나였다. 내가 선호하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중에 한 권이라 언제 읽어봐도 읽었을 터이지만 올해 노벨문학상을 타지 않았던들 내가 이리도 선뜻 그녀의 작품을 선택했을지는 의문이다. 노벨문학상이라는 그럴듯한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어렵게 다가왔던지라 솔직히 겁을 먹고 시작하였지만 <다섯째 아이>는 겁 먹을 필요가 없는 책이다. 다복하고 전통적인 가정을 꾸리길 원했던 이 시대에 희귀한(?) 두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한다.그들은 쉴 새 없이 아이를 가졌고 늘 친척들을 초대해 긴 휴가를 즐겼다.그들은 그런 삶을 사랑했고 만족했으며 몇몇의 친척은 그런 삶을 동경하기도 했다.다섯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괴물같은 한 아이로 인해 단란했던 가정이 어떻게 서서히 허물어져 가는가를 물 흐르듯 너무나 잘 표현한 작품이다.소설 속 캐릭터라 다섯째 아이 '벤'이 꼭 악마인냥 괴물인냥 설정되었지만 우리 주변에 벤처럼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진 가정울 보면 아이를 낳은 어머니만 비난 받고,장애를 가진 아이의 탄생으로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흔히 본다.<다섯째 아이>가 1988년 작품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이 이리도 똑같단 말인가? 진보한다 생각했는데 제자리이고 어떤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하는 세상..내 다섯째 아이에겐 그런 세상을 물려주지 않아야 할텐데.. 특이하게 이 작품은 장章 구분이 없어 끊어 읽을 때 약간 당혹스럽지만 작가가 얘기하고픈 것을 술술 잘 써내려가서 푹 빠져 책읽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므로써 노벨문학상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도 하나이 수확이라면 수확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