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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집으로 가는 길..
영화 <집으로..>의 영향이었을까?
아니면 '집'이라는 단어 자체의 안온함 때문이었을까?
처음 제목만 듣고서는 아주 서정적인 글인 줄 알았다.
그래..
작가의 고향의 언어가 구술문화기에 문장 자체는 참 아름답다.
이리도 잔혹한 전쟁터의 얘기가 이리도 아름답다니..
삶이 아이러니 하듯이 참 아이러니하다.
책표지에 무기를 들고 있는 웃음 없는 소년..
역시나 책표지에 적힌 글..
'전쟁이 시작된 그때..나는 겨우 열두 살이었다.'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소년병(小年兵) 얘기이다.
힙합을 좋아했던 평범한12살 소년이 전쟁에 휘말려 2년을 소년병으로 지냈던 작가의 얘기..
물을 마시는 것보다 살인이 더 쉬웠던 작가의 지우고 싶은 2년 그리고 그 후 재활을 다룬 얘기..
아직도 지구상에 30만의 소년병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한다.
그중의 과연 몇명이 그 전쟁에서 살아 남을 것이며,그 살아남은 이 중 과연 몇명이 이스마엘처럼 저런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분노를 심어주고,웃음을 앗아가고,마약을 먹여가며 살인광으로 만드는 어른들...
내가 그들에게 직접 총검을 쥐어준 것은 아니나 전쟁터의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알면서도 아무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참 부끄럽고 그 아이들이 안쓰러워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는 것이 솔직히 힘이 들었다.
신문사 북섹션에서 작가의 인터뷰를 읽어 보았다.
구술문화에서 자랐기에 이야기를 하는 것에 어렵지 않았고,
기억력이 좋아 수년이 지난 일이지만 생생히 기억하기에 글을 더 잘 쓸 수 있었다고..
그러나 그 좋은 기억력은 축복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어두운 과거를 평생을 안고 살아야하기에 어쩔 수 없는 저주이기도 하다고..
책의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동네에 이야기꾼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신다.
어떤 사냥꾼이 있는데 숲에 원숭이를 잡으러 갔다
그리고 한 원숭이를 발견하였는데 원숭이 왈
'나를 죽이면 네 어머니가 죽게 될 거야. 나를 쏘지 않으면 아버지가 죽게 될것이고..'
할아버지가 물으신다.
"너희라면 어찌하겠니"
아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작가가 대답한다.
일곱살 때 나는 이 문제에 나름대로 답을 찾았다.
하지만 엄마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아무에게도 얘기하지는 않았다.
내가 만약 사냥꾼이라면,나는 그 원숭이를 쏘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가 뭔지 아는가?
그래야 다른 사냥꾼들이 다시는 똑같은 곤경에 처하는 일이 없을 테니까... 란다.
책은 이 문장을 끝으로 덮여진다.
나는 이 한 문장으로 참았던 눈물을 쏟아야했다.
아직도 불면증에 시달리고 문득문득 그 때의 기억에 괴롭다는 작가..
책뒷표지의 작가의 웃음을 보며 그래도 조그마한 안도감을 느낀다.
'이런 웃음을 찾았다면 너는 최소한 상처를 혼자만 안고 사그러져 가지는 않겠구나..'
이 책은 누구나가 꼭 한 번 읽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의 수익금의 일부는 유니세프를 통해 전 세계 소년병들에게 저런 웃음을 찾아준는데 쓰인다니 될 수 있다면 꼭 구매해서 읽어봐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