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실비 제르맹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4월
평점 :
그 여자가 책 속으로 들어왔다.그 여자는 떠돌이가 빈집으로,버려진 정원으로 들어서듯 책의 페이지 속으로 들어왔다.
그 여자가 들어왔다,문득.그러나 그녀가 책의 주위를 배회한 지는 벌써 여러 해가 된다.그녀는 책을 살짝 건드리곤 했다.하지만 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그녀는 아직 쓰여지지 않은 페이지들을 들춰보았고 심지어 어떤 나릉 낱말들을 기다리고 있는 백지상태의 페이지들을 소리나지 않게 스르륵 넘겨보기까지 했다.
그녀의 박자국마다 잉크 맛이 솟아났다.
여기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가 있다.그녀는 모든이의 눈물,연민,역사로 이루어졌기에 거인일 수 밖에 없고,가시적인 세계와 비가시적인 세계,현재와 과거,생명과 침묵을 넘나들기에 심하게 다리를 전다.
소설도 시도 아닌 신비한 글...
이야기를 가진 시 정도쯤 되는 글..
작가는 정말 프라하에서 잉크빛 발자국을 찍는 그녀는 만났던지 아니면 작가가 그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글..
그 여자는 책에서 밖으로 나갔다.이제 그녀를 위한 페이지는 없다.잉크는 지워져 투명해진다.그러나 그 여자,프라하의 거리에서,이 세상의 모든 길에서 울고 다니는 여지가 여기 있다.
그 여자가 여기 있다.
정말 그 여자가 여기 있다.이 세상 모든 돌들 위에,잉크의 소곤거림 속에,바람의 수런거림 속에,눈물 속에 그 여자가 여기 있다.
실비 제르맹의 눈빛에서 나는 그 여자를 보았다.
그 여자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