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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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캐비닛을 지키다
스스로 캐비닛이 되어버린 남자 이야기..

아는 동생에게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류쯤'이란 말을 먼저 들었던지라 '흠 그래? 어디 한번 읽어봐 주지..' 거의 팔짱 끼고 한 발 건들거리는 맘가짐으로 읽기 시작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서나 봤음직한 정색을 한 뻥들과 최인호의 '이상한 사람들'에서 봤던 이상한 사람들이 잘 버무려져 있는 글이다.

"무서워요.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견딜 수 없는 시절은 없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않을 거예요
우리는 행복한 기억으로 살죠.
하지만 우리는 불행한 기억으로도 살아요.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입니다." 
삭게되거나 변형된 기억으로 기억하는 '메모리 모자이커'

그래도 고양이로 변하겠다니 말이 되나,하고 당신은 여전히 빈정거릴 것이다.빈정거리지 마라.그것은 불과 몇 시간 정에 내가 한 말이다.빈정거리는 것은 현실에 아무런 도임이 되지 못하며 우리 삶의 어떤 불행도 구원하지 못한다.그러니 고양이로 변신하는 주문이나 묘약,혹은 특별한 비법을 알려죽 게 아니라면 제발 좀 닥치고 있어라.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고양이로 변신하는 마법뿐이니까.
'고양이로 변신하고 싶은 남자'와 고양이로 변신시켜 줄 수 있다는 '마법사'

고통은 계량화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시간을 잃어버림으로써 어떤 고통을 얼마나 겪었는지 모른다.그러니 그녀가 자살을 선택한 것은 너무나 성급한 일이라고 말해선 안 될 것이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의 통장 잔고가 충분히 남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자신의 삶을 복원할 충분한 잔고 말이다.그 말을 못 해준 것이 내내 후회가 되었다.어차피 내 말 따윈 도움도 안 됐겠지만.
시간이 사라지는 '타임스키퍼'

그래서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그들은 언제나 쓸쓸하고 외롭게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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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여자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아니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저는 이 폭력적인 이분법의 세계에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남자 여자 모두의 완벽한 성기를 가지고 태어난 '네오헤르마프로디토스'

 

그래서 그들은 침묵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언어로 위장하여 다가오는 가식과 가짜 친교와 가짜 친절을 모두 거부한다.
자신이 외계인의 후예라 믿는 '외계 무선통신 회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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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행복한 나는 모두 족어버리고 이 밀리미터 나사를 돌리는 나만 지겹고도 지겹게 오래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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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주 오랬동안 울었고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안고 있었다.아주 조그마한 손을 가진,안개꽃 같은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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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무덤을 보는 사람은 드물어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자신이 살 집을 짓기 전에
먼저 자신의 무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무덥을 본 사람은
삶을 고귀하게 여길 줄 알거든요.
자신의 분신이 7번이나 죽고 그 7번의 죽음마다 직접 화장해야 했던 '샴쌍둥이'여자

실로 무수한 판타지형의 인간 군상,인간種 심토머들이 나오지만
그 판타지형 인간들은 현실 세계에 존재한는 인간 군상,병리현상들을 작가의 놀라운 성찰 끝에 좀 더 정색하고 소설화 했을 뿐이다.

'은희경'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이 <새의 선물>이라는 작품이었고 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이었다.'새의 선물'을 읽으면서 이런 독특한 시선의 글도 있구나 싶어서 그 후로 '은희경'의 작품은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인데 같은 소설상 수상작인 <캐비닛>을 읽으면서도 독특한 시선,독특한 발상을 느꼈고 '김언수'의 작품도 앞으로 챙겨 읽을 것 같다.아울러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들도 같이...
문학동네 소설상의 수상작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시선의 작품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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