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남원고사』, 춘향전의 숨겨진 보물

우리가 잘 아는 「춘향전」,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버전이 있습니다. 바로 『남원고사』입니다. 이번에 정길수(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님이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한 『남원고사』 교주본을 소개합니다. 단순히 「춘향전」의 또 다른 버전이 아니라, 그 원형을 엿볼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이죠.

- 『남원고사』는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남원고사』는 원래 1860년대 서울 종로에서 필사된 책입니다. 그런데 이 귀한 책이 프랑스로 넘어가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1970년대에야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죠. 명지대학교 출판부에서 영인본이 출간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고, 작품이 소개되자마자 「춘향전」의 최고봉, 「춘향전」의 결정판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 『남원고사』 속 춘향은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은 한없이 정숙하고, 도령을 향한 사랑 하나로 모든 시련을 견디는 인물로 그려지죠. 하지만 『남원고사』의 춘향은 조금 다릅니다. 도도하고 똑 부러지며, 상황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머리를 써서 해결하고, 필요하면 아양도 떨고, 때로는 과감한 행동도 서슴지 않죠. 기존의 조신한 여성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지혜를 가진 춘향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 『남원고사』가 특별한 이유

『남원고사』는 「춘향전」 중에서도 가장 긴 이야기로, 무려 8만 5천 자에 달합니다. 다른 판본보다 훨씬 많은 내용이 담겨 있죠. 이 책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몽룡과 김춘향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모습도 훨씬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남원고사』는 인간의 본성을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 사랑의 계약 문서, 훼손된 사랑일까?

『남원고사』에서 가장 독특한 설정 중 하나는 바로 '불망기(不忘記)'입니다. 쉽게 말해, 춘향이 이도령에게 사랑을 약속하는 계약서를 써 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죠. 사랑이라는 게 보통 순수한 감정으로만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남원고사』에서는 사랑도 일종의 약속이고, 그 약속을 증명할 문서가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이 설정은 현대적 관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사랑이란 감정뿐만 아니라 신뢰와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니까요.


- 『남원고사』의 인간관: 밤 잔 원수 없다

이 작품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절대적인 선악'이 없다는 것입니다. 흔히 악역으로 등장하는 변학도조차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다소 우스꽝스럽고 인간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 역시 단순히 착하거나 나쁜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는 『남원고사』가 단순한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걸 뜻합니다.


- 『남원고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

이번 정길수 교수님의 교주본은 단순히 『남원고사』의 원문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2,371개의 주석과 200여 개의 교정을 추가하여 『남원고사』의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춘향전』을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분들에게, 『남원고사』는 색다른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춘향의 이야기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현실적인 사랑과 인간 군상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순간, 『남원고사』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매력의 『남원고사』를 읽고 나면, 올해도 5월에 찾아올 남원 춘향제를 가보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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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발견] 『남원고사』, 춘향전의 숨겨진 보물

우리가 잘 아는 「춘향전」,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버전이 있습니다. 바로 『남원고사』입니다. 이번에 정길수(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님이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한 『남원고사』 교주본을 소개합니다. 단순히 「춘향전」의 또 다른 버전이 아니라, 그 원형을 엿볼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이죠.

- 『남원고사』는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남원고사』는 원래 1860년대 서울 종로에서 필사된 책입니다. 그런데 이 귀한 책이 프랑스로 넘어가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1970년대에야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죠. 명지대학교 출판부에서 영인본이 출간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고, 작품이 소개되자마자 「춘향전」의 최고봉, 「춘향전」의 결정판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 『남원고사』 속 춘향은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은 한없이 정숙하고, 도령을 향한 사랑 하나로 모든 시련을 견디는 인물로 그려지죠. 하지만 『남원고사』의 춘향은 조금 다릅니다. 도도하고 똑 부러지며, 상황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머리를 써서 해결하고, 필요하면 아양도 떨고, 때로는 과감한 행동도 서슴지 않죠. 기존의 조신한 여성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지혜를 가진 춘향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 『남원고사』가 특별한 이유

『남원고사』는 「춘향전」 중에서도 가장 긴 이야기로, 무려 8만 5천 자에 달합니다. 다른 판본보다 훨씬 많은 내용이 담겨 있죠. 이 책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몽룡과 김춘향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모습도 훨씬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남원고사』는 인간의 본성을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 사랑의 계약 문서, 훼손된 사랑일까?

『남원고사』에서 가장 독특한 설정 중 하나는 바로 '불망기(不忘記)'입니다. 쉽게 말해, 춘향이 이도령에게 사랑을 약속하는 계약서를 써 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죠. 사랑이라는 게 보통 순수한 감정으로만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남원고사』에서는 사랑도 일종의 약속이고, 그 약속을 증명할 문서가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이 설정은 현대적 관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사랑이란 감정뿐만 아니라 신뢰와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니까요.

- 『남원고사』의 인간관: 밤 잔 원수 없다

이 작품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절대적인 선악'이 없다는 것입니다. 흔히 악역으로 등장하는 변학도조차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다소 우스꽝스럽고 인간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 역시 단순히 착하거나 나쁜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는 『남원고사』가 단순한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걸 뜻합니다.

- 『남원고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

이번 정길수 교수님의 교주본은 단순히 『남원고사』의 원문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2,371개의 주석과 200여 개의 교정을 추가하여 『남원고사』의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춘향전』을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분들에게, 『남원고사』는 색다른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춘향의 이야기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현실적인 사랑과 인간 군상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순간, 『남원고사』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매력의 『남원고사』를 읽고 나면, 올해도 5월에 찾아올 남원 춘향제를 가보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정길수 교주 |500쪽|25,000원|신국판(152*225)

출간일 2024년 6월 30일|ISBN 979-11-89333-81-2 [93810]

분야 : 문학 > 한국문학 > 근대문학

문학 > 문학사 > 소설사

역사사 > 한국문화사 > 한국문학사

■ 간략 소개

한국 고전소설의 걸작 『남원고사』를 정밀하게 독해하고 「춘향전」 해석의 폭과 깊이를 더하다.

「춘향전」의 결정판, 『남원고사』를 교주하다

서울대 국문학과 정길수 교수가 펴낸 『남원고사』는 국내 연구자로서는 네 번째로 학술 주석을 붙인 교주본이다. 『남원고사』는 1860년대 서울 종로에서 필사된 책이 프랑스 파리로 옮겨 가 있다가 1970년대에 뒤늦게 알려지면서 즉시 「춘향전」의 최고봉, 「춘향전」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춘향전」의 수많은 버전 중 『남원고사』는 생기발랄한 춘향 캐릭터와 서사 구성의 일관성을 지닌다. 그래서 「춘향전」의 초기 버전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

정길수 교수는 가장 생기발랄한 ‘야성’(野性)을 지닌 ‘김춘향’의 형상, 풍성한 디테일,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웃들, 곧 절대 선인도 절대 악인도 아닌 인간 군상을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서술자의 시선이 좋아 『남원고사』를 「춘향전」의 최고봉이라고 말한다.

연구자는 물론 고전에 큰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춘향전」, 그중에서도 『남원고사』의 진가를 이해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자세한 학술 주석(2,371개의 주석, 200여 개에 달하는 교정)을 붙여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정길수 교주 『남원고사』는 프랑스 국립동양언어문화대학(INALCO) 소장 필사본(5책, 『춘향전사본선집 1』, 명지대출판부, 1977 영인; 김진영 외 편저, 『춘향전 전집 5』, 박이정, 1997)을 저본으로 삼았다. 그리고 『남원고사』 계열에 속하는 『춘향전』 동양문고본(향목동 세책본: 『춘향전 전집 5』)과 최남선의 『고본 춘향전』(신문관, 1913)을 참고하여 저본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기존의 모든 주석서, 즉 1970년대 김동욱·김태준·설성경 교수의 『춘향전 비교연구』(삼영사, 1979)와 이윤석 교수의 『남원고사 원전 비평』(보고사, 2009), 설성경 교수의 『춘향전-남원고사』(서울대출판부, 2016)를 참조하면서 주석을 대폭 추가하고 기존 주석의 일부 오류를 바로잡았다.

『남원고사』 학술 주석의 역사

『남원고사』를 읽는 일은 한문소설을 정밀하게 독해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 작품 곳곳에 삽입된 한시나 한문 전고(典故)를 파악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면 거의 해결 가능하지만, 오늘날 그 시대의 우리말과 속어, 속담, 당대의 풍속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자세한 주석서가 필요한데, 최초의 교주본이라 할 최남선의 『고본 춘향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남원고사』 주석의 역사는 한국 고전소설을 통틀어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최남선의 『고본 춘향전』은 『남원고사』의 개작본으로, ‘허두가’(虛頭歌)라고 부르는 『남원고사』 서두의 노래를 새로 창작한 노래로 바꾸고, 중국의 지명과 인물 고사를 조선 것으로 바꾸었으며, 외설적인 장면이나 표현을 모두 제거한 것이어서 『남원고사』의 온전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고본 춘향전』은 이처럼 『남원고사』의 온전한 모습을 간직한 것도 아니고, 오늘날의 원전 주석에 해당하는 풀이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남원고사』 주석의 선구적인 성과이다. 본격적인 『남원고사』 주석 작업은 1970년대 김동욱·김태준·설성경 교수의 『춘향전 비교연구』에서 시작되어 이윤석 교수의 『남원고사 원전 비평』과 설성경 교수의 『춘향전-남원고사』에 이르렀다.

정길수 교수는 이 책에서 『고본 춘향전』을 비롯하여 가장 상세한 주석을 담은 『남원고사 원전 비평』 등 기존의 모든 주석서를 참조하면서 지금까지 의미와 출처가 밝혀지지 않았던 미상 구절에 대한 주석을 대폭 추가하고 기존 주석의 일부 오류를 바로잡고자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어구가 적지 않고, 혹 지나친 억측으로 기존의 올바른 주석을 오히려 해친 결과에 이르지 않았는지 조심스러운 바 있다. 정길수 교수는 잘못을 계속 수정하며 한국 고전소설의 걸작 『남원고사』를 정밀하게 독해하고 「춘향전」 해석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데 바탕이 되는 자료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남원고사』, 「춘향전」의 가장 초기 버전이자 대표 버전

춘향이라고 하면 우리는 ‘성춘향’을 떠올리지만 ‘김춘향’도 있다. 이도령이 책방에 갇혀 사는 양반댁 도련님으로 설정된 버전이 있는가 하면 어린 나이에 기생집을 드나들며 기생 상대하는 법을 터득한 난봉꾼 캐릭터로 등장하는 버전도 있다. 모든 버전이 이몽룡과 춘향의 사랑을 테마로 삼아 큰 틀에서 대동소이한 스토리를 가진 「춘향전」이지만, 각각의 버전마다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남원고사』(南原古詞: 남원의 옛 노래)는 「춘향전」의 초기 버전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는, 「춘향전」의 대표 버전이다. 1860년대 서울 종로의 누동(樓洞: 다락골)에서 필사되어 서울의 세책가(貰冊家: 도서대여점)에 있던 책이 지금은 프랑스 국립동양언어문화대학(INALCO)에 있다. 1970년대에 『춘향전사본선집 1』(명지대출판부, 1977)로 영인 출판되었고, 작품이 소개되자마자 「춘향전」의 최고봉, 「춘향전」의 결정판으로 지목되어 왔다.

『남원고사』는 1823년부터 1864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총 5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1·2·3책은 1864년, 제4·5책은 1869년에 필사되었다. 1860년대에 유통된 책이지만 현재 전하는 「춘향전」 여러 버전 중에서는 가장 이른 시기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춘향전」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버전인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가 1906년 무렵에, 신소설 작가 이해조의 『옥중화』(獄中花)가 1912년에 출판된 점, 널리 유통된 이 두 버전과 『남원고사』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춘향전」의 초기 버전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남원고사』를 통해 「춘향전」의 원형(原型)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남원고사』 계통의 이본인 일본 동양문고 소장본, 육당 최남선이 1913년 신문관에서 간행한 『고본 춘향전』이 모두 『남원고사』를 변개한 버전이고, 전주의 ‘완판본’과 함께 시장을 양분했던 ‘경판 30장본’ 등 서울의 ‘경판본’은 『남원고사』의 축약 버전에 해당한다.

『남원고사』의 글자 수는 대략 한글 8만 5천 자로,「춘향전」 중에서는 가장 긴 작품에 해당해서 ‘완판 84장본’의 두 배 분량에 이른다. 「춘향전」의 원형, 또는 『남원고사』보다 이른 시기에 성립된 초기 버전에 비해 대규모 확장이 이루어진 결과다. 『남원고사』에서 대폭 확장된 부분은 대개 서사 진행과 크게 관계 없는 소소한 장면의 확대에 해당한다. 때로는 그 시대에 유행하던 시가를 대량 삽입하고, 때로는 리얼리티에 손상을 줄 정도의 장황한 나열식 대화가 이어진다.

『남원고사』는 ‘사랑의 약속’에 관한 소설이다

『남원고사』는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어떻게 ‘사랑의 약속’을 지켰는가, 특히 춘향의 입장에서 사랑 앞에 놓인 달콤한 유혹과 모진 시련을 어떻게 대처해 나갔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있다. 대단원의 도정에서 만난 인간 군상과 세태는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오싹하다. 그러나 동정을 보내기도 하고 차갑거나 음험한 시선을 던지기도 했던 주변 사람들은 평소 매몰차고 교만하다 여겨 왔던 춘향의 집념, 사랑을 향한 일념에 차츰 공감하며 한편이 되어 갔다. 그리하여 『남원고사』는 성스럽기도 속되기도 한, 순수하기도 교활하기도 한 인간 존재의 양면에 대한 냉정하고 따뜻한 시선, 실리에 따라 표변하는 세태까지 그대로 인정하고 포용하는 시선 아래 ‘그럼에도’ 인간의 어떤 마음과 태도가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가 묻고 답하는 소설이 되었다.

『남원고사』의 김춘향은 한국 고전소설사에 처음 등장한 독특한 인간형

『남원고사』의 김춘향은 어떤 인물형일까? 작품 곳곳에는 김춘향에 관한 등장인물의 평가가 이어진다. 이에 따르면, 춘향의 성품은 매몰차고 교만하다. 춘향은 본래 도도한 성품에다 부사 아들의 세력까지 끼고는 안하무인으로 관속들을 무시하는, 매우 고약한 ‘아이년’이다. 춘향에 대한 주변 인물의 평가는 완판 84장본을 비롯한 후대 버전에서 정반대로 바뀐다.

김춘향은 위기에 처하면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에게 아양을 부리고 거짓말도 서슴지 않으며 자신에게 적대적인 이들의 마음을 금세 돌리는 법을 아는 능수능란한 여성이다. 얄밉다면 얄미운 캐릭터이나 영악하면서도 깜찍한 정도지 밉살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허판수의 해몽 에피소드까지 보고 나면 『남원고사』의 김춘향은 한국 고전소설사에 처음 등장한 독특한 인간형이라는 점이 좀 더 뚜렷이 드러난다.

앞선 시대 소설의 청순가련형 여주인공과도 다르고, 대쪽같은 지조의 직선적인 여주인공과도 다르며, 교묘한 수단을 부리는 대담무쌍한 악녀와도 다른, 사랑스러우면서도 능수능란한 임기응변으로 상대를 제압해서 자기 뜻을 관철시킬 줄 아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탄생했다.

『남원고사』의 인간관: 밤 잔 원수 없다

『남원고사』의 인간관은 ‘밤 잔 원수 없다’는 최패두의 말, 곧 ‘밤 잔 원수 없고 날 샌 은혜 없다’라는 속담에 집약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순식간에 태도를 돌변하는 춘향도, 매정한 춘향에 앙심을 품고 심술을 부리려다 오히려 자신들의 매정함을 후회하는 두 패두도, 춘향을 향한 욕정과 동정심을 동시에 지닌 허판수와 왈자들도, 신관 사또 ‘변악도’의 눈에 들고 싶어 한껏 치장을 하고 나이를 속이거나 거지 행색의 어사를 푸대접하는 기생도, 오직 눈앞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세태에 가장 충실한 월매도, ‘밤 잔 원수 없는’ 『남원고사』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선악을 넘어 이들 모두 현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인물, 영악한 얌체 같지만 사랑스러운 깜찍함이 있고, 사납고 거칠어 보이지만 어수룩하고 순박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 매몰찬 마음과 정다운 마음, 이기적인 마음과 이타적인 마음, 엉큼한 마음과 아끼는 마음, 못난 마음과 잘난 마음을 동시에 가진 존재들이다.

『남원고사』의 작자는 시종 유머러스한 필치로 평범한 인간 군상의 이중적 면모와 함께 그들 하나하나가 가진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며 때로는 거룩함의 편에, 때로는 비속함의 편에 서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천하의 악인이어야 할 변악도조차 종반부로 향할수록 그 악행이 부각됨에도 작품 전편에 걸쳐 밉지 않은 구석이 있는 코믹한 인물로 그려진 데서 이 세상에 절대 선인도, 절대 악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남원고사』 특유의 시선이 확인된다. 선인 집단과 악인 집단의 치열한 대결 속에 두 진영 사이에는 그 어떤 중간지대도 있을 수 없는 세계를 보여준다는 후대 ‘완판 84장본’과 비교할 때 『남원고사』는 중간지대, 또는 회색지대에 속한 인물 군상에 관한 기록으로 기억될 만하다.

『남원고사』의 세계에는 ‘규범적 당위에 충실한 인간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정직하고 행실이 바른 도덕군자와 요조숙녀는 물론 전형적인 선인이나 의인 캐릭터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 춘향과 이몽룡을 포함하여 『남원고사』의 모든 등장인물은 규범적 시각에서 볼 때 나름의 결함을 지닌 존재여서 언제든 타인의 시선 앞에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이 된다.

사랑의 계약 문서, 훼손된 사랑일까?

『남원고사』의 세계, 19세기 중반 ‘세사난측’(世事難測)의 시대에 살던 김춘향은 첫 만남에서 이몽룡을 평생의 남자라고 확신하자마자 불망기를 요구하고, 훗날 계약이 파기된다면 이 문서를 증거 자료로 삼아 소송을 걸겠다고 했다. 춘향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 이몽룡은 기꺼이 문서를 써 주며 정실로는 맞이하지 못 해도 소실로 맞아 백년해로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사랑에 계약 문서가 등장했으니, 애정소설의 전통에서 보자면 사랑의 ‘완전무결한 진실성’에 균열이 생긴 ‘훼손된 사랑’이다. 그러나 설령 출발점은 사또 자제의 위세를 빌려 기생을 불러 보고, 콧대 높은 기생으로서 권력자의 소실이 되어 호사를 누리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할지라도 사랑의 진실성과 순수성이 과정으로 입증되는 것이라면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또한 진실하고 순수하다.

춘향과 이몽룡은 모든 시련을 거쳐 마침내 사랑의 약속을 지켰다. 이몽룡은 당초의 약속을 묵묵히 이행했다. 서울로 간 이도령은 “은근히 저[춘향]를 위한 정이 가슴에 못이 되고 오장(五臟)에 불이 되어” 오직 춘향과 백년해로하겠다는 일념으로 과거 공부를 했고, 마침내 남원으로 돌아와 옥중의 춘향을 만났다. 춘향은 오매불망 구원해 주기를 바라던 이몽룡이 패가하여 걸식하는 신세가 된 것을 보고 절망했다. 암행어사 출도 후에 춘향은 옥에서 풀려나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이몽룡은 춘향을 “즉시 내려가 붙들고 싶으나” 정체를 감추고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했다. 가혹한 ‘최후 시험’이다. 하지만, 춘향은 최후의 시험에 이르기까지 끝내 목숨을 걸고 사랑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세상에서 가장 의기 있고 아름다운 ‘한 사람’이 되었다.

지은이 정길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 고전소설을 공부해 왔고, 동아시아 소설 비교 연구로 공부 영역을 넓혀 가려 한다.

저서 『구운몽 다시 읽기』, 『17세기 한국소설사』, 역서 『구운몽』, 『선가귀감』, 『나는 나의 법을 따르겠다-허균 선집』, 논문 「전쟁, 영웅, 이념」, 「춘향전 인간학」, 「<남원고사>, 혹은 ‘경계인’의 <춘향전>」 등이 있다.

본문 중에서

불과 2년 전 『남원고사』를 정독하기 전까지 나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춘향전」의 가치를 잘 알지 못했다. 「열녀춘향수절가」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완판 84장본’과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춘향가」 정도로만 알고 있던 「춘향전」의 세계와 전혀 다른 『남원고사』의 면모, 인간을 보는 독특한 서술자의 시선을 읽고서야 이 작품의 진가를 얼마간 이해하게 되었다.

『남원고사』는 초기 버전에 가까운 면모를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춘향전」의 대표 버전이다. 1860년대 서울 종로에서 필사된 책이 프랑스 파리로 옮겨 가 있다가 1970년대에 뒤늦게 그 소재가 알려지면서 즉시 ‘「춘향전」의 최고봉’, ‘「춘향전」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나는 가장 생기발랄한 ‘야성’(野性)을 지닌 ‘김춘향’의 형상, 풍성한 디테일,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웃들, 곧 절대 선인도 절대 악인도 아닌 인간 군상을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서술자의 시선이 좋아 『남원고사』를 「춘향전」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한다. (4-5쪽)

이 세상에 매우 이상하고 신통하고 거룩하고 기특하고 패려(悖戾)하고 맹랑하고 희한한 일이 있것다. 전라도 남원(南原) 부사(府使) 이등 사또 도임시(到任時)에 자제 이도령이 연광(光)이 16세라, 얼굴은 진유자(陳孺子)요, 풍채는 두목지(杜牧之)라, 문장은 이태백(李太白)이요, 필법은 왕희지(王羲之)라. 사또 사랑이 태과(太過)하여 도임 초에 책방(冊房)에 기생(妓生) 수청(守廳) 들이자 하니 색(色)에 상할까 염려하고, 통인(通引) 수청 넣자 하니 용의(容儀) 골까 염려하여 관속(官屬)에게 분부하되 (23-24쪽)

“소녀의 성은 김(金)이요, 이름은 춘향이요, 나이는 이팔이로소이다.”

이도령 이르는 말이

“신통하다! 네 나이 이팔이라 하니, 나의 사사 십육(四四十六)과 정동갑(正同甲)이로고나.”

또 묻되

“생월생시(生月生時)는 어느 때니?”

춘향이 대답하되

“하사월(夏四月) 초팔일(初八日) 축시(丑時)로소이다.”

“어허, 공교하다! 눈 무섭다! 방자야, 네가 아까 수군수군하더니 내나와 생일을 다 일러바쳤나 보고나. 그렇지 않으면 이럴 일이 있느냐? 대저 신통기이하다, 다 맞아 오다가 똑 시(時)만 틀렸으니! 나 해산할 제 불수산(佛手散)을 급히 달여 거꾸로 먹었더면 사주 동갑(四柱同甲)될 뻔했다. 어찌 반갑지 않으며, 어찌 기쁘지 않으리오? (72쪽)

이도령은 춘향을 “여중군자(女中君子)며 화중일색(花中一色)”이라 보아 정실부인으로는 맞지 못하나 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했고, 춘향은 처음부터 이도령을 “만고영걸”(萬古英傑)이라 여겨 인연 맺을 마음을 품었으나 이도령이 변심하지 않고 백년해로하리라는 서약서, 곧 ‘불망기’(忘記)를 받아낸 뒤에야 마음을 허락했다. 순정하고 고결한 사랑과 ‘불망기’는 잘 어울리지 않고, 따라서 한국 고전소설의 전통에서도 ‘사랑의 계약’이라는 설정은 낯선 것이지만, 기생 여주인공이 사랑의 한 축으로 등장하면서 독특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475쪽)

김춘향은 애당초 이도령의 정실이 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이도령이 출세하고 요조숙녀를 정실로 맞은 다음 자신을 잊지 말고 소실로 삼아 평생을 함께한다면 사랑의 약속은 지켜지는 것이다. 이도령은 기생 춘향을 정실로 받아들이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았다. 소실로 삼아 백년해로하겠다는 약속을 굳게 했을 뿐이다. 춘향은 이별 앞에 목숨을 끊어도 좋다고 했고, 이도령은 변치 않는 자신의 마음을 믿으라고 했다. 『남원고사』는 이처럼 사랑의 서약 장면을 「춘향전」 어떤 버전보다도 길게 확대한바, ‘사랑의 약속’에 관한 소설이라 할 만하다. (476-477쪽)

본격적인 『남원고사』 주석 작업은 1970년대 김동욱·김태준·설성경 세 분 선생의 『춘향전 비교연구』(삼영사, 1979)에서 시작되어 이윤석 교수의 『남원고사 원전 비평』(보고사, 2009)과 설성경 교수의 『춘향전-남원고사』(서울대출판부, 2016)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는 『고본 춘향전』을 비롯하여 가장 상세한 주석을 담은 『남원고사 원전 비평』 등 기존의 모든 주석서를 참조하면서 지금까지 의미와 출처가 밝혀지지 않았던 미상 구절에 대한 주석을 대폭 추가하고 기존 주석의 일부 오류를 바로잡고자 했다. 여전히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어구가 적지 않고, 혹 지나친 억측으로 기존의 올바른 주석을 오히려 해친 결과에 이르지 않았는지 조심스러운 바 있다. 잘못을 계속 수정하며 한국 고전소설의 걸작 『남원고사』를 정밀하게 독해하고 「춘향전」 해석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데 바탕이 되는 자료로 만들어 가고 싶다. (488-4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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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발견]

《서울리뷰오브북스》 봄호 편집마감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다음 특집 주제는 ‘시의성 있게’ ‘헌법의 순간’으로 정했습니다. 출간 주기가 3개월인 계간지가 매번 시사/이슈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지난 겨울호는 시의에 맞지 않아도, 너무 맞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책이 나오자마자 비상 계엄 사태, 그리고 그로 인한 탄핵 정국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만화라는 소우주”에 스며들어 보는 것은 한번쯤 권할 일이 아니었나 쉽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준비했지만, 빅이슈에 파묻혀 그다지 주목하지 않게 된 “만화-책-큐레이션”을 다시 소개해 드립니다!

《서울리뷰오브북스》 16호(2024년 겨울호)의 특집 주제는 ‘만화라는 소우주’이다. “허구한 날 책은 안 읽고 만화나 본다”며 한소리 들었던 어린 시절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보통의 책’에 비해 만화를 낮추어 보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러나 그런 고정관념은 철 지난 것이 된 지 오래다. 책의 세계가 우주라면 만화는 그 자체로 소우주를 이루었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만화라는 광활한 소우주를 유영하며, 네 편의 만화를 만나 본다. 만화가 선우훈은 최근 드라마화되며 더욱 화제를 모았던 서이레·나몬의 『정년이』를, 출판 및 시각예술 기획자 한윤아는 최성민의 첫 장편만화 『좁은 방』을, 편집자 김미래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그래픽노블 작가 앨리슨 벡델의 『초인적 힘의 비밀』을, 소설가 김화진은 2023년 일본 만화대상 2위를 차지한 『아카네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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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읽으라는 책은 안 읽고 만화나 본다”며 엄마한테 등짝을 맞았던 어린 시절 추억 하나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보통의 책에 비해 만화를 낮추어 보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일이다. (……) 책의 세계가 우주라면 만화는 그 자체로 소우주를 이루었다. 글자가 아닌 그림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고 해서 혹은 종이책이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온다는 형식을 이유로 책의 우주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 《서울리뷰오브북스》는 16호 특집 리뷰로 ‘만화라는 소우주’를 준비했다.

―유정훈 「편집실에서」, 2-3쪽

『정년이』는 최근 여성 서사로 분류되는 작품들 중에서도 다양한 면에서 여성 서사의 본질을 충실히 담아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여성들의 관점, 관계, 성취뿐 아니라 ‘여성국극’이라는 실제로 존재했던 여성들의 역사를 소재로 삼고 있다.

(……) 여성국극이라는 소재를 다룬 『정년이』는 극 중 인물들의 여성 서사일 뿐 아니라, 여성들이 한때 향유했던 문화적 장을 세밀하게 그려 내고, 스스로 다시금 그러한 장을 창출하는 데까지 성공한다.

―선우훈 「재밌지 않니? 세상은 거대한 여성국극 무대 같아」, 16-18쪽

결론적으로, 다예의 환상 서사 전략은 실패한다. 이 실패의 서사는 도처에 널려 있다. (……) 다예의 서사는 순정만화의 ‘남주’를 통해 그리는 판타지, 아이돌 가수를 향한 사랑과 비슷한 면이 있다. 만약 그것이 현실의 성적 상징계를 전도시키고 위반하는 환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다면, 판타지를 통해 소유하고자 했던 꽃미남 오빠들의 좁은 방을 열어젖히는 순간, 다예는 환상을 불능으로 만드는 진짜 가부장적 실체를 ‘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다예에게 유예의 시간이 실패의 문턱으로 재확인되는 순간인 것인지, 이야기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한윤아 「‘좁은 방’에 침잠하는 시간」, 45쪽

『초인적 힘의 비밀』은 보디빌딩부터 피트니스, 아웃도어 스포츠, 주짓수와 같은 아시아 무술, 요가와 같은 치유성 수련의 대중적인 유행을 연대순으로 훑으며, 자신이 거친 시대와 시대에 맞게 형성해 나간 자기의 몸을 보고하는 책이다. (……) 흥미롭게도, 사실은 더한층 만화답게도, 이 책은 유행하는 스포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진화하는 스포츠웨어에 깊이 감사하며, 시대별 스포츠에 푹 몸을 담그며 살아온 덕에, 몸의 변화, 즉 노화와 질병, 에이징커브를 맞으며 정신과 신체의 관계를 재정립해 나가는 아마추어 스포츠인의 그야말로 끝 모르는 열정을 보여 준다. 평생에 걸친 신체적 건강에 관한 열정, 영혼 담는 바구니의 단련이라는 열정을.

―김미래 「비밀 누설하기」, 53쪽

나는 아카네 모르게 아카네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속삭인다. 나도. 나도 수많은 이야기를 배울 거야. 이야기를 친구라고 믿는 아카네를 친구로 믿으며 나는 힘을 낸다. 어떤 시기를 그만두고 어떤 시기를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그럴 때 어떤 이야기는 계속되어 가는 와중이라는 사실까지 포함하여 좋다. 아카네에게 라쿠고인 것이 나에게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김화진 「그만두는 일, 시작하는 일, 소설가의 일」, 74쪽

결국 이들은 스스로 신체적 존엄성을 내던지는 바로 그 행위를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 또한 동료 시민에게 기존의 권리 체계가 정당한지 논의해 보자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자율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간이자 같은 정치 공동체에 소속된 시민으로서 지닌 존엄성을 증명해 보인다. 기어가는 몸짓에 권리 주장이 체현된 이러한 장면 앞에서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동정이 아니라 숭고다. (……) 이렇게 포체투지는 기어가는 행위의 의미가 단지 동정의 몸짓에만 국한되던 기존 시선을 깨트리고 정치적 주체의 숭고한 몸짓으로 이를 전용하는 전복적 행위가 된다.

―김도형 「전장연 시위라는 사건」, 101-102쪽

무위의 시간은 저자에게 일터와 도시라는 기존의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심의 장을 열어젖힌다. 따라서 무위는 어떤 완결이 아닌, 하나의 전환이자 접속이다. 그것은 비유컨대 우리의 관심과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쏟을 수 있게 돕는 키이다. 우리는 정해진 길을 벗어나 새로운 흐름을 탈 수도 있고, 또 전혀 낯선 장소에 다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참다운 나/너를 찾을지도 모른다.

―이두은 「무위의 계보학」, 124쪽

디지털 기술 시대의 인쇄술과 소량 제작 방식은 책을 훨씬 쉽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제는 누구나 글과 그림과 사진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저자가 될 수 있고 소규모 출판도 가능해졌다. 그 결과 세상에는 작고 다양한 목소리가 많아졌다. 지역의 목소리가 선명해지고 감춰져 있던 장면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이야말로 책의 미래이자 끊임없는 자기 갱신의 가능성 아닐까.

―정재완 「싱가포르에서 가져온 책 세 종」, 137쪽

50대의 마스다 미리는 『누구나의 일생』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리텔링’한다. 일이 주는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두렵지만 꿈꿔 볼 만한 미래에 대해 말하던 ‘30대의 마스다 미리 자신’을 저성장과 코로나로 점철된 ‘2020년대’에 데려다 놓는다. 그것이 만화 작가의 일이라는 듯. 시대와 호흡하는 게 작가의 일이라는 듯. 나는 독자이자 편집자로서 마스다 미리의 『누구나의 일생』을 그렇게 읽었고, 이 작품은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만화 대상에서 단편상을 수상했다. 나는 예술과 만화 그 어디쯤에 다시 선 기분이 든다.

―고미영 「20세기 말 순정만화 잡지 독자가 지금을 호흡하는 이야기」, 149쪽

K-의료는 이미 ‘값싼 의료’가 아니다. (……) 이 점에서 우리는 이미 남들만큼 쓰고 남들만큼의 성과만 내는 단계에 와 있다. 의료비 지출이 매우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의료비 지출 총액을 계속 늘릴 수는 없으니 덜 필요한 의료에서 더 필요한 의료로 돈을 옮겨 와야 한다. ‘뒤틀린’ K-의료의 전체적인 재조정,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동진 「기자의 눈으로 본 K-의료의 정치경제학」, 159쪽

폭염은 자연 현상이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공공성이 무너진 곳에서 재난으로 드러난다. 즉, 폭염은 자연 재난인 동시에 사회적 재난이기도 하다. (……) 인간이 일으키는 폭염은 결국 인간의 손길만이 해결할 수 있다. 폭염 대응은 우리가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대해 얼마나 감수성이 있는가의 척도이기도 하다. 즉 폭염이 우리 수준을 드러낼 것이다.

―조천호 「불타는 폭염에서 불타는 야망으로」, 172-174쪽

현실에 없는 ‘중간의 아이’를 기준으로 가르치는 교실에서 학습 격차가 커질수록 교육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올해 봄 교실에서 내가 느꼈던 막막함이 바로 거기에 있다. 학습 격차는 한 사람의 교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그렇다고 교사를 갑자기 대규모로 훈련해서 학교에 배치할 수도 없다. 이때 교사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도구가 맞춤형 학습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다.

―정은진 「모두가 다르게 배우는 하나의 교실을 위해」, 182-183쪽

이름만 ‘횡행’한다는 표현을 굳이 쓴 것은 현재 그의 학술적 위상에 비해서는 스펜서의 이름이 매우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회진화론이라는 사상 자체를 광범위하게 보급시킨 데에 그의 영향은 매우 컸다. 앞에 언급한 대로 스펜서에 가장 열광했던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사회진화론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근대 사회를 구축한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는데, 특히 일본의 사회진화론 수용은 일본 국내에 그치지 않고 이후 동아시아 지역 전체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김도형 「이상적인 사회로의 진화, 아니 진보에 대한 지적 탐색」, 199쪽

책 한 권을 끝내고 나면 홀가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래 사귄 연인과 헤어진 것처럼 허전하고 마음이 한 번 몸살을 앓는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오로지 텍스트에 빠져 저자의 의중을 헤아리려고 집중한 노력으로 연애를 했다면, 아마 그 어떤 연애도 성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마감 과정의 치열함에 진이 빠져 “아휴, 이제 번역 그만해야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출판사에서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같이 작업하실래요?”라는 메일이 오면 매번 넘어간다.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연결하는 즐거움. 그 중독적인 매력. 그래서 나는 오늘 밤도 노트북 앞에 앉아, 영어사전을 띄운다.

―박누리 「옮기는 이의 말」, 229쪽

작가는 일생 동안 단 한 권의 책을 쓴다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어쩌면 독자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고 이따금 생각한다. 아닌 척해도, 우리는 책을 읽을 때 우리의 내면의 눈으로 읽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을 떠서 텍스트를 읽는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대부분 눈을 감아야 보이는 암흑 속 빛에 기대어 일생 동안 오독한다. 그렇다면 수없이 많은 책을 읽지만, 우리가 일평생 읽는 것은 결국 단 한 권의 책일지도 모르리라. 단 한 권의 책. 내가 쓰기 원하고, 또 읽기 원하는.

―백수린 「단 한 권의 책」,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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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봄호 편집마감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다음 특집 주제는 ‘시의성 있게’ ‘헌법의 순간’으로 정했습니다. 출간 주기가 3개월인 계간지가 매번 시사/이슈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지난 겨울호는 시의에 맞지 않아도, 너무 맞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책이 나오자마자 비상 계엄 사태, 그리고 그로 인한 탄핵 정국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만화라는 소우주”에 스며들어 보는 것은 한번쯤 권할 일이 아니었나 쉽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준비했지만, 빅이슈에 파묻혀 그다지 주목하지 않게 된 “만화-책-큐레이션”을 다시 소개해 드립니다!

《서울리뷰오브북스》 16호(2024년 겨울호)의 특집 주제는 ‘만화라는 소우주’이다. “허구한 날 책은 안 읽고 만화나 본다”며 한소리 들었던 어린 시절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보통의 책’에 비해 만화를 낮추어 보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러나 그런 고정관념은 철 지난 것이 된 지 오래다. 책의 세계가 우주라면 만화는 그 자체로 소우주를 이루었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만화라는 광활한 소우주를 유영하며, 네 편의 만화를 만나 본다. 만화가 선우훈은 최근 드라마화되며 더욱 화제를 모았던 서이레·나몬의 『정년이』를, 출판 및 시각예술 기획자 한윤아는 최성민의 첫 장편만화 『좁은 방』을, 편집자 김미래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그래픽노블 작가 앨리슨 벡델의 『초인적 힘의 비밀』을, 소설가 김화진은 2023년 일본 만화대상 2위를 차지한 『아카네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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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우수상 수상작 수록

2024 우주리뷰상 발표

『뒤틀린 한국 의료』로 보는 의료 대란부터

폭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폭염 살인』까지

리뷰

『정년이』의 여성 서사부터

앨리슨 벡델의 『초인적 힘의 비밀』까지

특집 리뷰: 만화라는 소우주

백수린 작가와 박누리 번역가의 에세이

문학

《서울리뷰오브북스》 × 알라딘 주최, 아모레퍼시픽재단 후원

‘2024 우주리뷰상 발표’

의료 대란부터 폭염까지, 오늘의 이슈를 책으로 읽는

‘리뷰’

만화가, 기획자, 편집자, 소설가가 선택한 네 가지 만화

‘특집 리뷰’

《서울리뷰오브북스》 16호(2024년 겨울호)의 특집 주제는 ‘만화라는 소우주’이다. “허구한 날 책은 안 읽고 만화나 본다”며 한소리 들었던 어린 시절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보통의 책’에 비해 만화를 낮추어 보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러나 그런 고정관념은 철 지난 것이 된 지 오래다. 책의 세계가 우주라면 만화는 그 자체로 소우주를 이루었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만화라는 광활한 소우주를 유영하며, 네 편의 만화를 만나 본다. 만화가 선우훈은 최근 드라마화되며 더욱 화제를 모았던 서이레·나몬의 『정년이』를, 출판 및 시각예술 기획자 한윤아는 최성민의 첫 장편만화 『좁은 방』을, 편집자 김미래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그래픽노블 작가 앨리슨 벡델의 『초인적 힘의 비밀』을, 소설가 김화진은 2023년 일본 만화대상 2위를 차지한 『아카네 이야기』를 소개한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아모레퍼시픽재단의 후원을 받아 알라딘과 함께 서평 공모전 ‘우주리뷰상’을 개최했다. 500편에 가까운 서평이 응모된 가운데, 최우수작 1편, 우수작 7편이 가려졌다. 심사경위·심사평·수상 소감과 더불어, 『전사들의 노래』와 『출근길 지하철』을 통해 ‘전장연 시위’의 의미를 성찰하는 최우수작 「전장연 시위라는 사건」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무위 사상과 상호 참조적으로 읽은 우수작 「무위의 계보학」을 이번 호에 게재한다.

‘리뷰’ 코너에서는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강타한 이슈들을 다룬 책들을 소개한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진은 기자의 시선으로 의료 대란 사태를 들여다본 『뒤틀린 한국 의료』를 리뷰한다.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대기과학자 조천호는 폭염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하는 『폭염 살인』을 다룬다. 이 밖에도 ‘북&메이커’ 코너에서는 20세기 말 순정만화 잡지 독자가 지금을 호흡하는 이야기를 새의노래 출판사 대표 고미영이 전하고, ‘디자인 리뷰’에는 싱가포르 아트북페어에서 가져온 세 가지 책을 중심으로 아트북페어의 의미와 책의 미래를 가늠하는 정재완 편집위원의 글이 실렸다. ‘문학’ 코너에서는 소설가 백수린과 번역가 박누리가 책과 번역에 관한 사색을 전한다.


2024 우주리뷰상 발표

당선작·심사 경위·심사평·수상 소감 발표

최우수작 「전장연 시위라는 사건」,

우수작 「무위의 계보학」 공개

독서 문화 확산, 인문학적 지평 확대를 통해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 온 아모레퍼시픽재단과 인문·사회·과학·교양 독자들의 지식 보급 창구가 되어 온 알라딘과 함께 독서 및 서평 문화의 확산, 신진 서평가 발굴, 도서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우주리뷰상’이 막을 내렸다. 7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약 세 달간 총 478편의 응모작이 접수되며 서평가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모작은 한국 독서 문화의 저변을 보여 주듯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학,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책에 걸쳐 있었다. 이후 약 한 달간의 심사 끝에 최우수작 1편, 우수작 7편이 선정되었다. 당선자들은 학생부터 공무원, 대학 연구원, 시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고, 그중 상당수가 20-30대라는 점 또한 두드러졌다. 여덟 편의 수상작 중 최우수작과 우수작 한 편을 이번 호에 게재한다.

“포체투지는 기어가는 행위의 의미가 단지 동정의 몸짓에만 국한되던 기존 시선을 깨트리고 정치적 주체의 숭고한 몸짓으로 이를 전용하는 전복적 행위가 된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김도형의 「전장연 시위라는 사건」은 진보적 장애운동 활동가 여섯 명의 생애를 기록한 『전사들의 노래』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대표가 장애운동 전반의 역사와 생각을 기록한 『출근길 지하철』을 다루었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행동은 분명 한국 사회에 있어 하나의 사건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신체가 지하철 바닥을 기어가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포체투지와 마주할 때 우리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낯선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김도형은 ‘전장연 시위’에 관한 납작한 이해에 맞서 두 권의 책이 제시하는 대항 서사를 재구성하며, 이를 통해 장애운동 전반이 어떻게 우리가 세상을 사고하고 감각하는 일상적 방식에 파열을 가하는지 살펴본다.

“무위는 어떤 완결이 아닌, 하나의 전환이자 접속이다. 그것은 비유컨대 우리의 관심과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쏟을 수 있게 돕는 키이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이두은의 「무위의 계보학」은 관심경제에 맞서 ‘하지 않음’을 전하는 제니 오델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리뷰했다. 이두은은 제니 오델의 ‘하지 않음’을 노자의 ‘무위’와 상호 참조적으로 읽는다. 그리하여 제니 오델이 제시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실천 전략들과 그 다양한 예시들(디지털 디톡스, 코뮌 운동, 헨리 데이비드 소로, 장미 정원에서의 새 관찰 등)을 무위의 계보 안에 위치시킨다. 그리고 이들 무위가 공통으로 지향하는 바는 단순히 관심경제에서 관심을 거두는 것뿐 아니라,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 다시 말해 관심의 새로운 방향성이며, 이때 무위는 어떤 완결이 아닌, 하나의 전환이자 접속임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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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리뷰〉에서는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강타한 이슈들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시각을 전하는 책들을 만나 본다. ‘의료 대란’ 사태를 다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진 교수의 『뒤틀린 한국 의료』부터, 폭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기과학자 조천호의 『폭염 살인』 리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있는 서평들이 이어진다.

“‘뒤틀린’ K-의료의 전체적인 재조정,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진은 「기자의 눈으로 본 K-의료의 정치경제학」에서 보건의료 전문기자 김연희의 『뒤틀린 한국 의료』를 소개한다. 이동진은 저자의 논의를 따라, 의대 정원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K-의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과학적’ 사실이지만,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돈 되는 과와 진료에 인력과 자원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수가’이며, 덜 필요한 의료에서 더 필요한 의료로 돈을 옮기는 전체적인 재조정,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동진은 이를 위한 개혁의 전망이 어두운 현실을 지적하며, 정치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폭염은 자연 현상이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공공성이 무너진 곳에서 재난으로 드러난다.” 대기과학자 조천호(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는 「불타는 폭염에서 불타는 야망으로」에서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의 『폭염 살인』을 다루었다. 조천호는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의 변화, 즉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을 조명한다. 특히, 저자가 기후변화의 핵심 문제 중 하나라고 지목한 에어컨의 사례를 통해 폭염의 불평등성을 강조한다. 나아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치명적인 폭염에 대한 대응이 곧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의 척도임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은 모두 다른 지식을 가지고 교실에 들어와, 같은 교실에 있어도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배움의 결실을 맺는다.” 컴퓨터과학자 정은진(샌프란시스코대학교 부교수)은 「모두가 다르게 배우는 하나의 교실을 위해」에서 에누마 창업자·CEO인 이수인이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 교육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온 여정을 담은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를 소개한다. 정은진은 학습의 개별성을 돕는 교육 소프트웨어가 장애가 있는 아이, 난민촌의 아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 등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학습하도록 도울 수 있는 도구임을 이야기한다. 또한, 현실에 없는 ‘중간의 아이’를 기준으로 가르치는 교실에서 학습 격차가 커지고 효율이 떨어지는 현실에 대해 맞춤형 학습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조명한다.


특집 리뷰: 만화라는 소우주

“책의 세계가 우주라면 만화는 그 자체로 소우주를 이루었다.

글자가 아닌 그림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고 해서

혹은 종이책이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온다는 형식을 이유로

책의 우주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유정훈, 「편집실에서」 중에서

만화가이자 만화평론가인 선우훈, 타이그레스 온 페이퍼 대표이자 출판·시각예술 기획자인 한윤아, 쪽프레스와 고트(goat)의 편집장 김미래, 소설가 김화진까지, 만화를 애정하는 네 명의 저자가 선택한 만화는 무엇일까?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웹툰, 장편만화, 그래픽노블, 왕도 성장물까지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는 네 가지 만화책에 대한 특집 리뷰를 마련했다. 선우훈은 서이레가 쓰고 나몬이 그린 『정년이』를 다루며 여성국극이라는 배경 위에 펼쳐진 여성 서사에 주목하고, 최근 방영되었던 드라마와의 관계를 논한다. 한윤아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며 현실을 포착해 온 만화가 최성민의 『좁은 방』을 통해 한국 사회 여성-청년의 경험과 가부장적 실체를 조명한다. 김미래는 콘텐츠의 성평등 평가 방식인 ‘벡델 테스트’로 잘 알려진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의 『초인적 힘의 비밀』이 불러일으킨 몸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김화진은 유키 스에나가가 쓰고 모에 타카마사가 그린 『아카네 이야기』를 읽으며 라쿠고(일본의 전통 이야기 예술)가들이 가르쳐 주는 말하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 생각한다.

“『정년이』는 최근 여성 서사로 분류되는 작품들 중에서도 다양한 면에서 여성 서사의 본질을 충실히 담아낸 작품이다.” 만화가·만화평론가 선우훈은 「재밌지 않니? 세상은 거대한 여성국극 무대 같아」에서 서이레가 쓰고 나몬이 그린 『정년이』를 리뷰한다. 선우훈은 『정년이』가 여성들이 한때 향유했던 문화적 장인 여성국극의 세계를 세밀하게 그려 내고, 여성 서사로서 스스로 다시금 그러한 장을 창출하는 데까지 성공했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정년이』의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특색은 ‘백합물’이라는 점임을 강조하며,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정년이〉에서 핵심적인 퀴어 인물들이 모두 삭제되면서 여성국극이라는 소재와 주제 의식 간의 긴밀한 연결고리가 크게 훼손되었다고 비평한다.

“다예의 환상 서사 전략은 실패한다. 이 실패의 서사는 도처에 널려 있다.” 출판·시각예술 기획자 한윤아는 「‘좁은 방’에 침잠하는 시간」에서 최성민의 『좁은 방』을 다룬다. 한윤아는 여주인공 다예의 음침한 섹슈얼리티와 욕망에 ‘환상’의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즉, 그것은 사회적 위계, 남성적 상징계의 질서를 환상성으로 해체하려는 시도다. 이를 통해 한윤아는 현실의 성적 상징계를 전도하고 위반하는 환상이 맞닥뜨리는 현실을 포착하는 한편, 오늘날 한국의 독립만화들이 관습화된 성장 서사를 벗어나 ‘그늘의 서사’를 담는 그릇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조명한다.

“안 하던 것을 시작시키고, 없던 몸을 주고, 읽지 않던 책을 읽히는 만화는 독자 정신의 영역을 넓힌다.” 편집자 김미래는 「비밀 누설하기」에서 앨리슨 벡델의 운동 탐구 생활에 대한 회고록 『초인적 힘의 비밀』을 소개한다. 김미래는 저자가 운동에 몰입하며 60년간 겪은 ‘자기초월’의 역사를 눈으로 좇는다. 나아가 몸의 변화, 즉 노화와 질병을 겪으며 정신과 신체의 관계를 재정립해 나가는 아마추어 스포츠인의 열정이 독자인 자신에게까지 와닿아 몸을 움직이게 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아카네에게 라쿠고인 것이 나에게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소설가 김화진은 「그만두는 일, 시작하는 일, 소설가의 일」에서 유키 스에나가가 쓰고 모에 타카마사가 그린 『아카네 이야기』를 리뷰했다. 『아카네 이야기』는 아버지 신타의 뒤를 이어 라쿠고가의 길을 걷는 아카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화진은 무대에서 관객을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이고,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웃게 하기 위해 객석의 마음을 살피는 라쿠고가의 일이 곧 소설가의 일과 다름없다고 이야기하며, 만화 속 인물들이 쥐어준 가르침을 생각한다.


디자인 리뷰

“훌륭한 예술이 그렇듯 아트북은 우리의 익숙하고 사소한 일상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사유한다.”

디자인 리뷰에서는 정재완 편집위원이 「싱가포르에서 가져온 책 세 종」이라는 제목의 디자인 비평을 썼다. 정재완은 지난 10월 열린 싱가포르 아트북페어에서 가져온 책들, 『31 비치 룩스(31 beach looks)』와 ‘스트리트 리포트’ 시리즈, ‘뉴 포레스트’ 시리즈를 소개한다. 정재완은 이들 아트북의 작가들이 자신이 기반을 둔 지역에 대한 사진과 그림과 글을 통해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처럼 지역에 밀착된 서사들은, 최근 성행하고 있는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아트북페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정재완은 지역의 목소리를 포함한 작고 다양한 목소리가 많아진 데에서, 책의 미래와 끊임없는 자기 갱신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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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메이커: 출판의 낭만과 일상

“길을 잃은 것 같다가도 내가 사랑하고 경험한 세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그곳으로 우리를 이끄는 듯하다.”

북&메이커에는 새의노래 출판사 대표 고미영의 「20세기 말 순정만화 잡지 독자가 지금을 호흡하는 이야기」라는 글이 실렸다. 고미영은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만화 잡지를 몰래 돌려 보던, 순정만화의 열렬한 독자였던 시절에 대한 회고로부터 출발해, 편집자로 일하며 이어 온 만화와의 인연을 돌아본다. 이를 통해 고미영은 1990-2000년대 인기를 누렸던 순정만화·여자만화 잡지들에 대한 독자로서의 추억, 만화 편집자로서의 경험, 그리고 ‘현재 자신에게 유일한 만화 작가’ 마스다 미리의 작품 세계를 이야기한다.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문학에는 번역가 박누리와 소설가 백수린의 에세이가 실렸다.

번역가 박누리는 「옮기는 이의 말」에서 책을 쓰기도, 만들기도, 읽기도 해보았지만 그중 가장 친밀함을 느끼는 역할은 역자라고 말한다. 저자가 책을 쓰는 사람, 편집자가 책을 만드는 사람, 독자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역자 혹은 번역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좋을까? 박누리는 번역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소개’, 그리고 그를 통한 ‘연결’이라고 이야기한다. 한 사람의 손끝에서 창조된 글은, 그 텍스트의 힘에 매료된 또 다른 한 사람의 힘만으로 ‘소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백수린의 「단 한 권의 책」은 지난겨울과 봄의 몇 달, 시몬 드 보부아르의 『둘도 없는 사이』를 번역하며 보낸 시간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서가에 얽힌 기억부터, 보부아르의 소설을 처음으로 만난 순간, ‘번역하는 작가’로서 누군가 자신의 글에 담긴 의도를 온전히 알아주길 꿈꾸듯 원저자의 의도대로 충실히 연주하는 음악가,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대사를 정확하게 외우는 배우처럼 번역을 하고 싶은 욕망까지, 책과 번역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


고전의 강

이름만 ‘횡행’하는 사상가, 허버트 스펜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고전의 강에서 다루는 세 번째 고전은 허버트 스펜서의 『진보의 법칙과 원인』과 『사회정역학(Social Statics)』이다. 허버트 스펜서는 영국 출신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무엇보다 사회진화론의 창시자로 19세기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그러나 이후 진보에 대한 낙관적 인식에 기반한 보편 법칙과 자유방임주의를 더 이상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이어졌고, 20세기 이후로는 잊혀지거나 이름만 횡행하는 존재가 되었다. 세종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김도형은 허버트 스펜서의 사상이 집약되어 있는 두 저작을 다시 펼치며, 그가 세상에 남긴 사회진화론과 자유방임주의가 오늘날 우리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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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서평 전문지가 필요하다.”

‘어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2020년 12월 0호로 출발하여 2024년 3월, 13호와 창간 3주년에 이른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답을 서평에서 찾는다. 17인의 편집진은 오랜 토론을 거쳐서 주제와 책을 선정하고 서평을 쓴 뒤에, 이를 내부에서 돌려 읽으면서 비판을 듣고, 이를 반영해서 글을 고친다. 타인의 책을 비평하고 비판하듯이, 자신들의 글도 같은 비판의 과정을 거친다.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사,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미디어, 물리학, 생물학, 법조, 북디자인, 미술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7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았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저자 및 편집위원 소개

편집위원 강예린, 권보드래, 권석준, 김영민, 김홍중, 박진호, 박훈, 송지우, 신형철, 심채경, 유정훈, 이석재, 정우현, 정재완, 조문영, 현시원, 홍성욱

편집장 김두얼

책임편집 유정훈

필자 (게재순)

선우훈

만화가. 만화평론가와 현대미술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데미지 오버 타임』, 『나의 살던 고향은』, 『정읍: 샘골 이야기』, 『세상을 바꾼 노래들』 등의 만화를 그렸다. 만화 비평 웹진 《유어마나》 편집장을 지냈고, 만화 비평 팟캐스트 〈주간웹툰〉을 진행했다.

한윤아

시각예술 분야에서 기획, 비평, 소규모 출판을 한다. 출판사 타이그레스 온 페이퍼를 운영한다. 『나사와 검은 물: 쓰게 요시하루 만화집작가 연구』 등을 번역했고, 그림책과 만화 등을 다루는 비평 진(zine) 《스포로이드 진》을 발행하고 있다.

김미래

문학 편집자로 경력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경력을 끝마칠지는 모르겠다. 편집자는 일정한 방침 아래 여러 재료를 그러모아 책을 엮는 사람이다. 방침을 만들고 따르는 삶에 긍지를 지니는 한편, 방침을 뚫고 나오는 존재의 날카로움에 경이를 느낀다. 그러한 경이로부터 맺은 결실로 『그건, 고래』, 『편집의 말들』이 있다.

김화진

소설가.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 장편소설 『동경』,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등을 출간했다. 제47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김도형

박사 과정생. 정치사상과 비판이론을 현실과 서로 비추며 공부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시간에 대해 읽고 쓰며 생각한다.

이두은

전남대학교와 베이징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공부했다. 현재는 전남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강사 및 중국인문연구소의 학술연구교수로 있으며, 중국의 고대 문학과 사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고미영

새의노래 출판사 대표. 한길사, 시공사, 아트북스에서 예술 분야 편집자로 일했다. 문학동네 계열사 이봄 대표로 12년 있었다. 프랑스문학과 서양미술사학을 공부했다. 다섯 명의 편집자와 같이 쓴 책으로 『편집자의 일』이 있다. 2022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동진

판사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민법, 의료법 등을 연구, 강의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법과 철학』 등 공저 20여 권, 논문 120여 편이 있다.

조천호

대기과학자. 30년간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일했으며 원장으로 퇴임했다. 기후변화 과학이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공부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다룬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썼다.

정은진

컴퓨터과학자.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부교수. 기술과 교육이 만나는 교육공학과 포용성을 높이는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조귀동

광주 풍향동, 산수동, 두암동에서 살았고 전남대학교 후문과 충장로에서 자랐다. 2021년 6월 학동 재개발 현장 붕괴 참사가 저발전의 악순환과 ‘닫힌 사회’에 대한 불만에 불을 붙여 책을 쓰게 됐다. 다른 책으로 『세습 중산층 사회』와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 있다.

김도형

세종대학교 국제학부 일어일문학전공 조교수. 일본 근대 사상, 그중에서도 서양의 지식과 학술을 받아들이고 변용한 근대 일본의 지식 체계 구축 양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역서로 『입헌정체략·진정대의』, 논문으로 「경쟁과 조화: 가토 히로유키의 자연주의와 윤리학(Competition and Harmony: Kato Hiroyuki’s Naturalism and Ethics for Modern Japan)」 등이 있다.

박누리

20대에는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로, 30대에는 한국과 일본 굴지의 테크 기업에서 자본 시장 업무를 담당한 테크업계 금융인으로 살았다.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다양한 미디어에 기고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재닛 옐런』 등이 있다.

백수린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소설집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등을 출간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차례

편집실에서 … 유정훈

특집 리뷰: 만화라는 소우주

재밌지 않니? 세상은 거대한 여성국극 무대 같아 · 『정년이』 … 선우훈

‘좁은 방’에 침잠하는 시간 · 『좁은 방』 … 한윤아

비밀 누설하기 · 『초인적 힘의 비밀』 … 김미래

그만두는 일, 시작하는 일, 소설가의 일 · 『아카네 이야기』 … 김화진

2024 우주리뷰상 발표

심사 경위·심사평·수상 소감

최우수작 전장연 시위라는 사건 · 『전사들의 노래』, 『출근길 지하철』 … 김도형

우수작 무위의 계보학 ·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 이두은

디자인 리뷰

싱가포르에서 가져온 책 세 종 … 정재완

북&메이커

20세기 말 순정만화 잡지 독자가 지금을 호흡하는 이야기 … 고미영

리뷰

기자의 눈으로 본 K-의료의 정치경제학 · 『뒤틀린 한국 의료』 … 이동진

불타는 폭염에서 불타는 야망으로 · 『폭염 살인』 … 조천호

모두가 다르게 배우는 하나의 교실을 위해 ·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 … 정은진

반론

‘외부인’과 ‘관리자’로 규정하는 방식은 정당한가? … 조귀동

고전의 강

이상적인 사회로의 진화, 아니 진보에 대한 지적 탐색 · 『진보의 법칙과 원인』, 『사회정역학(Social Statics)』 … 김도형

문학

옮기는 이의 말 … 박누리

단 한 권의 책 … 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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