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등장인물이 꼭 예수가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을 성싶은 추리소설이랄까.
그래도 귀여운 사내아이 예수를 볼 수 있어 유쾌하다.  

내일모레가 사형날인데도 우직하게 자신이 못박힐 십자가를 만드는 예수의 아버지 요셉과
그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폼포니오를 고작 푼돈으로 고용해 뒷조사를 시작하는 꼬마 예수.
살인사건이 연류되었으면서도, 게다가 인류의 구원자 예수까지 등장하는데도
이처럼 기이하게 경쾌한 소설은 드물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이런 소망을 드러냈다.  
세상에 이런 사람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  
애도하는 사람.
직업도 아니고, 소명도 아닌, 그저 누군가의 죽음을 마음에 담아두고  
그의 삶 속에 자리했던 사랑과 감사를 보듬어주는 것.
그것이 애도의 행위였다.  

그는 세상에 하찮은 죽음이란 없다, 고 소설 속에서 말했다.
그 말을 뒤집어보면, 세상에 하찮은 삶이란 없다, 는 말도 볼록 만져진다.
나의 삶이 하찮고 사소해 더없이 쓸쓸하고 외로울 때 이 책을 다시 읽어볼까.
내게도 애도해주는 사람이 누군가 있다는 게 고맙고 눈물겨워질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제주를 찾아가면서 이 책을 안 읽을 수 없지, 하고 필수책인 양 읽었다.
제주를 사진 속에 담아 그 안에서 죽은 사진가다.
고즈넉한 김영갑 갤러리를 찾아가 뜰에서 한참 머물다 들어갔다.
뜰 속에도 사진가의 영혼이 느껴졌다.
아쉬운 것은 이 책 속에서 마음이 흔들렸던 사진들이
오히려 갤러리에 걸려 있지 않았다. 
하지만 책에서 보지 못한 사진들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의 사진 속에서는 제주가 마구 흔들려 있다.
책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바람을 찍었다고 생각했다. 
그의 제주 사진을 떠올리면 바람부터 스쳤다.
하지만 갤러리의 사진들은 바람보다는 멈추지 않는 하늘이 많았다.
시간이 흘러가듯 하늘도 흐른다. 아마 바람 속에 땅도 흐를 것이다.
흘러가는 제주 속에 그가 섰다 다시 흘러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만 서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이대로 멈춰서 나를 지나쳐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다
또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아쉬워한다는 생각을 했다.
한데 그의 사진 속에서 모든 게 흐른다는 걸, 더불어 나도 흐르고 있다는 위안을 받았다.
삶은 가만히 멈춘 채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그의 삶이 얼마나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는지, 그가 말한다.
그 바닥에서도 몸은 누일 수 있다는 걸, 그는 얘기한다.
삶은 흐르기 때문이다.
아마 그가 바닥에 처절히 몸을 누여 살아냈기에
내가 그의 사진 속에서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지를 제주로 정하면서 이 책부터 읽었다.
그리고 이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제주는 보는 곳이 아니라 걷는 곳이라고, 당연히 생각하게 되었다.
서명숙씨가 올레길을 만들지 않았다면 아무도 제주를 몰랐을 것이다.   
실제로 첫날 제주를 훑어보듯 돌아보고 둘째날부터 걸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아예 첫날부터 걸었다면 이중섭 미술관이 있는 코스를 돌아봤을 것이다.  

걷지 않고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제주에는 많다.
실제로 7코스 길을 걷기 위해 아침 일찍 중문을 거쳐 가는 버스를 탔는데
그야말로 관광을 위한 제주를 구경할 수 있었다.
구경. 말 그대로 구경을 할 수 있는 중문관광단지는
내가 그날 걸었던 7코스와 다음날 걸었던 10코스와는 전혀 달랐다.
이국적이며 화려하고 빈틈없는 관광단지였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제주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관광을 위한 제주라면, 세상에 많은 관광지 중에 하나인 제주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제주라는 곳을 알게 된 듯하다.
제주의 길을 걸으면서 나를 버리고 다시 나를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은 책에 안내된 코스가 조금 달리 명명되어 있어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
해서, 올레 사이트의 안내책자를 다운받아 함께 보며 걷기를 계획했다.
이 책은 여행안내서로 그다지 친절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올레길을 걷기 전에 이 책을 읽어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성격 급한 나는, 여행지 곳곳을 걷고 싶어 조바심을 내기 쉬웠는데
정말 놀멍 쉬멍 웃으며 걸을 수 있었다.  

제주를 떠나온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또다시 제주를 찾아가고 싶다.
내가 걸었던 촉촉한 흙과 아이가 풀썩 넘어졌던 올레길이 그리워진다.
가족이 함께 걸으며 그처럼 즐거웠던 때가 있었을까 싶다.
서로 고행길이라며 웃을 수 있는 길, 그래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주도 비밀 코스 여행
최상희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5월초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책을 구입했다.
어차피 올레길을 걸을 텐데 꼭 필요할까 싶어서 망설였는데
여러 모로 도움은 되었다.
올레길은 올레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를 다운받아 가면 되지만
하루쯤 제주도를 빙빙 돌 계획이라 이 책이 꽤 유용했다.   

나는 이번에 계획했던 7코스와 10코스 올레길 외에  
꼭 짚어서 가보고 싶은 곳을 이 책을 보며 고심해서 골랐다.
물론 제주도를 세세히 알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나도 책으로 죄다 알고 찾아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내 발로 찾아가고 싶은 곳을 선택하려면
감상은 적당히 배제된 객관적인 정보가 유용한 것이다. 

이 책에는 제주도의 여러 곳들이 살짝 발을 담그듯이 소개되어 있다.
지은이는 2년이나 그곳에 머물며 정보를 얻었다고 한다.
한 번 다녀간 여행길이 아니라 오랜 시간 생활하며 거닐던 곳이었다는 것.
제주도를 걸으며 나도 그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세상의 모든 여행지가 다 그렇겠지만,
이번 제주도는 내게, 삶을 놓고 다시 삶을 살러 떠날 수 있는 곳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