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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 해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의 표지만 보았을 때는 당연히 요즘 유행하는 팩션의 전형적인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보이니치 필사본이라는 실존하는 문서를 다뤘다는 표지의 문구도 그렇고 ** 코드라는 제목은 다빈치 코드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똑똑한 주인공이 책의 암호를 풀고 우리가 모르는 역사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정도의 패턴을 상상했다. 게다가 15세기 암호 문자로 쓰였다고 하는 보이니치 코드라는 문서를 다루기에, 암호를 풀어나가는 흥미진진한 지적 도전에도 꽤 많은 기대를 했다. 거기다 조금 더해 어쩌면 다빈치 코드의 박진감 있는 모험을 느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점점 읽어갈수록 나는 난감하기만 했다. 갑자기 튀코 브라헤와 케플러 이야기가 시작되더니 초반의 내용의 대부분은 그들에 대한 설명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주인공인 엑토르는 교사이자 신부이고, 그 때문인지 그의 어조도 지루하기 그지없다.(물론 내 학창시절의 물리선생님보다는 훨씬 유머가 넘치긴 하지만) 천문학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긴 하지만, 소설에서 천문학 수업을 듣는 것은 전혀 원치 않기 때문에 이미 그때부터 마음이 조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중반부로 가면 드디어 무언가 비밀과 암투, 음모가 드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보이니치 코드의 비밀은 풀릴 것인가? 그리고 수도원의 운명은? 그러나 소설의 실제 진행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쯤 되니 내가 무언가 소설을 잘못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이 소설은 다빈치 코드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팩션 종류의 소설을 읽을 때 가져야 하는, 어지간한 논리의 비약은 즐겁게 받아들일 허술하고 즐거운 마음이 아니라, 과학에 대해 공부할 때 필요한 꼼꼼하고도 논리적인 태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자세부터 고쳐 앉아, 침대 위에 편히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책상 위에 똑바로 앉았다.


 이 책이 과연 과학적 논쟁을 소설로 승화시켰는지는 잘 모르겠다. 초반부의 과학 강의는 흥미로웠지만 소설적인 느낌을 확 죽여 버렸다.(재미가 없었다는 말이다.)중반부에 보이니치 필사본의 행방을 쫓는 내용은 다른 팩션 대작들, 그러니까 대표적으로 다빈치 코드에 비해서는 집중력이라든지 흥미로움이 떨어졌다. 마지막도 ‘응?’이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조금 허무하게 느껴지는 마무리여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대중소설 치고는 조금 흥미로움이 떨어진다.


 다만, 튀코와 케플러(간간히 다른 과학자들도 나온다. 이를테면 갈릴레이)의 업적이나 그 시대의 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소설이 아닌 교양서적처럼 여기고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실제 과학자인 작가가 만들어낸 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에 다른 팩션처럼 ‘여기 나오는 천문학 이야기가 사실이야 아니야?’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처음에 기대했던 것처럼 암호를 풀어나가는 흥미진진한 내용이라든지, 숨겨진 과거의 유산을 찾아 마침내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는 그러한 내용을 기대했다면 그것만은 참아주길 바란다. 이 책은 다빈치 코드가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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