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한 사랑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300
박혜경.이광호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시집 서평은 처음이라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한 작가의 시집도 아닌, ‘사랑’에 대한 시를 모은 모음집이다. 시라니. 그것도 사랑시라니. 대체 무슨 말을 더 덧붙여야 할까?

그 전에도 이 시집을 빌려서 읽어보고 또 마음에 드는 시 몇 수를 베껴 따로 적어놓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게 된 후 나는 이 책을 샀다. 그리고 때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에 드는 시들을 읽어준다.

혹시 그렇다고 해서 이 시들이 바이런의 연애시처럼 “아 장미 같은 그대여”를 외치는 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모든 시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눈에 유독 들어오는 시들은 외롭다. 사랑을 외치는 시인데도 외롭다. 갈구하고 갈구하는 그 외침에 마음이 짠해질 정도로 외롭다. 사랑을 하는데도 외로운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사랑을 해서 외로운 건 아닐까 느낄 정도로.

언젠가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내린 결론은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되지 않는 한 당신도 없을 것이고, 당신이 없다면 사랑 또한 없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너나들이 하고 너를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경지가 또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음이고, 그 이전에 나는 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되었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은 외로운 걸까. 그런 면에서 나는 충분히 외롭도록 사랑하고 있는 걸까. 외로움과 그리움, 늘 곁에 있지 못하는 미안함을 생각하며 또 혼자 책을 펼쳐 시를 읽어본다.

 

세상에! 네 몸 속에 이토록 자욱한 눈보라!
헤집고 갈 수가 없구나
누가 가르쳐주었니?
눈송이처럼 스치는 손길 하나만으로
남의 가슴에 이토록 뜨거운 낙인 찍는 법을
세상에! 돌람병처럼 자욱한 눈보라!
이 병 걸리지 않고는 네 몸 건너갈 수가 없겠구나
 

(후략)

 

-자욱한 사랑, 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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