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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평점 :
당신의 책꽂이에는 무슨 책이 꽂혀 있을지 모르겠다. 내 책장부터 먼저 소개하자면, 전혀 정리가 되지 않아 모든 책들이 너저분하게 쌓여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완전히 혼돈 그 자체인데,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분류법이 있다고 우긴다. 일명 적자생존의 법칙. 자주 읽는 책은 어쩔 수 없이 손닿는 데 가까이 있게 되고 안 읽는 책은 구석으로 밀려나는, 그런 법칙이다.
그리고 그 치열한 생존경쟁을 뚫고 내 손에 가장 잘 닿는 곳에 있는 책은 <백년의 고독>이다. 남미문학, 아니 세계문학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께스 옹(翁)께서 쓰신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백 년 동안 한 집안이 겪는 일들, 특히 고독함에 대한 이야기들을 쓴 책이다. 그러나 고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중후함과 끈적한 불쾌감과는 달리, 소설의 문장들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신이 나서 질주한다. 어찌나 신이 나는지, 비슷비슷한 가족들의 이름 구분이라는 난관 하나를 넘어서, 반의적이고 직설적인 그 문장들을 따라가다가 보면 어느덧 두꺼운 책을 독파해버린 자신을 보게 된다. 물론, 시계는 자야 하는 시간을 훌쩍 넘어 있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덧없이 지나가는 책 읽는 시간조차도 이 소설이 알려주는 진한 울림 중 하나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고독은 죽음을 부르는 병’이라지만, 이 소설에서 고독은 죽음까지도 넘어서 계속되는 인간의 천형이다. 부엔디아 가문은 결국 저마다의 죽음을 맞이하며 끝나지만 책을 덮어도 그들의 고독은 끝나지 않았음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살아 있는 나의 고독도.
철없이 웃고 떠들다가 모두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이 고독하다고 느낄 때마다 이 책을 읽는다. 모든 존재가 가지고 있는 어둡고 까만 구멍에 대해 생각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애써 빛을 바라보지면 결국 스스로의 그 고독의 구멍에 빠져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이 위안이 되는 걸까? 아무튼 나는 오늘도 이 책을 읽는다. 그러다보니 매번 책은 맨 앞으로 나와 있다. 당신도 빛보다 어둠이 고향처럼 느껴지는 날 밤에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직접, 문학의 놀라운 힘을 체험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