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공책 도코노 이야기 2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고, 그 책을 던지면서 고개를 이불에 파묻었다. 무언가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삼월 시리즈를 읽으면서 온다 리쿠에 대해서 조금 안다고 생각했다. 물론 <네버랜드>나 <굽어치는 강가에서>는 삼월 시리즈와는 다른, 따뜻한 느낌이 분명 있었지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토록 따뜻해지다니! 이 작가는 대체 어떻게 글을 쓰는 것이란 말인가! 개인적으로 글을 써본 경험상, 갑자기 이렇게 문체나 글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도 보통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 작가는 자신에게 낯이 익은 이야기를 자주 쓰는 기법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법 아닌가. 하지만 온다 리쿠는 그런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녀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든지 멋지게 풀어낸다. 그러니까 그녀는 역시 멋진 이야기꾼이다.

자. 그럼 이번에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삼월 시리즈에서는 악에 대해 이야기하더니 이번에는 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환한, 태양과도 같은 선함이다. 아직은 모두가 뉴 센츄리에 들떠있던 20세기 초. 어느 마을에 살았던 아름답고 선한, 그래서 너무나 일찍 떠나가 버린 도코노 일족의 아가씨의 이야기. 아름다운 주인공을 선택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어둠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을 수 없는 주인공은 삼월 시리즈의 여주인공들과는 전혀 다르다. 아름답고 선하고 강한, 그러나 또 덧없이 스러져가는 주인공의 삶은 애잔하면서도 딷따뜻한 무언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물론 온다 리쿠의 장점이 놀라운 만큼 약점 역시 여전하다. 그녀는 여전히 이야기꾼일 뿐 무언가 묵직한 감동을 전해주지는 못한다. 두고두고 다시 읽고 싶다는 느낌도 없다. 읽을 때에는 정신없이 빠져들지만, 그 뿐. 그러나 만약 또 다른 책이 나온다면 역시나 읽어보고 싶어지는 작가. 이런 매력을 가진 작가는 흔치 않은데, 작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판단하기보다는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건 온다 리쿠의 글이야, 라고.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볼까. 문득 지금 우리도 뉴 센츄리로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민들레 공책>의 주인공들이 설렘과 두려움으로 그 시대를 맞이했던 것처럼 우리도 희망과 불만이 교차하는 시기에서 도무지 알 수 없는 미래를 바라보려고 애쓰고 있다. 일본은 맹목으로 인하여 이웃과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혔다. 굳이 이 소설의 주제가 그런 쪽이라고 우기고 싶진 않지만, 나는 마지막 ‘나’의 쓸쓸한 물음에 미쓰히코를 대신해 온 몸으로 힘껏 대답해주고 싶어진다. 그래도 우리는 어제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내일 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괜찮을거야,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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