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바드 기타 - 오늘을 위한 인도의 지혜
잭 홀리 지음, 이지수 옮김 / 체온365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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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얇았다. 하드커버에 이정도 두께면, 그냥 페이퍼 북이었으면 어느 정도일까 짐작해보고는 살짝 실망을 했다. 내가 아는 바가바드기타는 꽤 두께가 있었는데, 이건 어떻게 된 건가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앞장을 들춰보니 그나마 얇은 책에 작가와 번역가의 말이 절반이다. 그걸 읽으며 이 책이 축약본이라는 사실을 알고 긴장까지 했다. 지금까지 축약본을 보고나서 좋은 기억을 가진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축약본이라는 점에서 위험요소를 담고 있다. 물론, 읽는 동안은 편안했다. 쉽고 간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를 다 읽고 난 후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어쩐지 조금 왜곡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몇 천 년 전에 머나먼 이국 인도의 사람 역시 자신과 신과 세계에 대해서 고민하였다. 그런 본질적인 질문을 전 세계, 전 세대가 공유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해법에 있어서(더 정확히 말하면 해법에 다가가는 방식에 있어서) 나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나는 이 책이 속한 힌두교와 태생적으로 얽혀 있는 불교를 믿는 사람이다. 물론 불교가 힌두교의 비판과 더불어 나타나긴 했지만, 기본적인 세계관은 여전히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불교도 힌두교의 신들을 포용했고 힌두교도 붓다를 힌두의 신들 중 하나로 여기고 있을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겐 ‘크리스트교’적으로 보였다. 서양인이 서양에서 힌두교를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편집한 책이라서 그럴까? 책에서는 신과 신앙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기독교와 같은 일신론 기반의 종교와 힌두교와 같은 종교는 신에 대한 개념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나는 크리슈나가 신과 신앙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너무나 ‘일신론’적으로 나타나있는 것에 대해 꽤 놀랐다. 어떻게 읽다보면 기독교인들이 신앙적 논리를 세우기 위해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빌린 것처럼 바가바드기타의 논리를 빌리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서로 다른 종교가 섞이는 것에 대해서는 큰 거부감이 없지만, 그렇다면 이 책은 역시 원전에는 충실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물론 <바가바드기타>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맛보기로 보기에도 나쁘지만은 않지만, 그들 중에서도 기독교인들에게 권하고 싶다. 나처럼 불교인 사람이 보기에는 역시나 위화감이 느껴질 것 같으니.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깊은 지혜는 흔들림이 없어, 여전히 책 곳곳에는 기억해 두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누군가 (다른 번역의) 바가바드기타를 읽으며 형광펜으로 밑줄을 잔뜩 쳤다고 하더니 뒤늦게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아무래도 완역 바가바드기타를 읽어야지 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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