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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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몰랐다. 나는 시에는 관심이 없고 (한시작가를 제외하고는) 외국의 시인에 대해서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그 사실을 나는 네루다가 그 이전까지는 인도의 시인인줄 알았다는 부끄러운 고백의 변명으로 삼아야겠다. 사실 이 훌륭한 책을 읽고서도 아직 네루다의 시까지는 찾아 읽지 못하고 있다. 이 게으름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하여간, 내가 굳이 이런 부끄러운 고백을 하는 이유는 설령 네루다의 시를 잘 모르는 분이라 하더라도 어서 이 책을 읽으시라는 ‘강추’를 하기 위해서이다. 네루다의 시를 한 편도 안 읽으셨다 해도, 설령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네루다라는 마을에 사는 우편배달부 이야기로 아셨다 해도 이 책을 읽는데 일말의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어서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달려가셔서, 읽으시라. 나는 정말, 이런 책이 도서관 책장에 말끔히 꽂혀 있는 사실이 견딜 수가 없다. 이런 소설은 전교생이 다 한번씩 읽느라 이주쯤은 예약한 채로 괴롭게 기다려야 한다. 재미없는 <다빈치 코드> 좀 그만 읽고. 난 그 책 하나도 재미없었는데 왜 그렇게들 난리가 났는지 모르겠다. 거기 나온 다빈치 코드라는 거, 막달라 마리아라는 거, 어지간한 ‘음지의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사실이고 소설 자체도 형편없이 재미없어서 난 2권을 몇 페이지 못 넘기고 범인을 눈치 챘단 말이다.

말이 이상한 곳으로 흘렀는데, 아무튼, 이 책 정말 재미있다. 뭐랄까, 남미의 유쾌함이 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간간히 느꼈던 그 유쾌함이다. 물론 <백 년 동안의 고독>보다 훨씬 쉽다. 이건 인간의 고독한 운명에 대한 서사시가 아니라 연애시 쓰려고 발버둥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자 어쩐지 그 남자와 쿵짝이 잘 맞는 친절한 세계적인 시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둘의 모습은 재미있고 친근하다. 지나치지도 덜떨어지지도 않은 딱 우리들의 이웃 같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말로 치고 박는 장면에서 잠시 성석제를 떠올리기도 했지만, 성석제가 근본적으로 허무함으로 달려가는 이야기라면, 이 이야기는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대놓고 교양 있게 구는 그런 처치 곤란한 ‘착한’ 소설은 아니니,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매어 두시어, 자, 어서 읽으시라. 이 좋은 소설에 어서 읽으라는 말 이상을 덧붙이려니 내 양심이 의심될 정도다. 그저 읽으라고, 그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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