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지음'
처음 이 책의 저자명을 보고 흥미로운 눈길을 보냈던 것 같다.

11월에 태어났다.  A형이고 머리카락이 까맣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도쿄타워와 영화, 현대 시, 산책, 겨울, 페르시안 고양이를 좋아한다. 혜성처럼 나타나 젊은 독자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받으며 일본 SNS를 뒤집어놓은 익명의 작가 F. 그의 첫 책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는 출간되자마자 일본 아마존 에세이 분야 1위에 올랐다. 18만 부 이상 판매되며 전국 서점에 품귀 현상을 일으킨 화제의 책이다. 이는 익명의 작가로는 이례적인 결과이다.  - 소개글 中

익명으로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한다는 것. 그 느낌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많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 한편 마음이 편하기도 하겠다는 생각. 조용히 서점한켠에 서서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서있다면 괜히 키득키득 웃음이 날 것도 같다는 생각. 등등등. 지금 F씨도 그런 마음일까? 여하튼 이 책은 익명으로 발간되었음에도 일본에서 18만 부 이상 판매된 책이라 한다. 저자가 여자이지 않을까? 의 마음으로 읽다가 남자라는 것도 책을 읽다 알게 되었을 정도.  재미있다.



송아람 작가의 일러스트 만화가 중간중간 함께 실려있어 또 다른 재미도 있다. 책은 연애와 사랑의 이야기로만 가득할 것 같지만, 책은 우리가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부분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개성있게 써내려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문화차이도 있겠지만 중간중간 '글쎄?'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고, '맞아'하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책 속에 '스무살 때 알아두었더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35개의 항목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꼭 스무살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며 한번쯤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은 항목들도 많았던 것 같다.



학교에 오기 싫으면 억지로 오지 않아도 돼. 그런데 뭐든 열정적으로 해봐.
사람 그리워하는 마음도 잊으면 안 돼.
졸업은, 내가 어떻게든 시켜줄게. 너는 마음대로 해. - 160


저자가 어느날 갑자기 선생님을 찾아가서 '선생님, 이제 정말로 학교 다니고 싶지 않아서요, 학교 좀 안 나오게 해주세요"라고 하는데 선생님은 위와 같이 말씀하셨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날부로 매일 아침 학교에 가는 척하며 교복 차림으로 시립 도서관에 갔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선뜻 예상하기 힘든 선생님의 대답도 인상깊었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 그리워하는 마음도 잊으면 안 돼' 라는 대목에서 긴 시간 멈춰 되읽었다. 결국 작가는 시립 도서관에 수백번을 더 다닌 뒤 결국 사람이 그리워지는 마음을 이길 수 없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고 이야기 하며 다음글로 글을 마무리 한다.

학교가 싫으면 안 가도 된다. 그렇지만 공부는 계속하는 게 좋다. 책도 좀 읽는 게 좋다. 머리가 좋고 봐야 되니까, 뭐 그런 이유가 아니다.
머리는 나빠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 162

최종적인 인생의 질은 그 사람의 아름다움과 추함에 달린 것이 아니며, 연봉이나 학력으로 평가되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에 한 사람의 인생이 달렸다고 생각한다.
입시나 취업에 실패하더라도, 좋아질 것 같은 사람, 저절로 동경하게 될 만큼 멋있는 사람, 사기를 당해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과 만났다면
제일 좋은 삶을 산 거라고 생각한다. - 163

 


<학창 시절에 진심으로 후회하는 것> 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도 재미있게 읽었다.
여기서도 졸업식을 앞둔 시기,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수업을 마치며 선생님이 하신 이야기를 보며
내가 생각하던 일본의 수업 분위기가 역시 다가 아닐 수 있겠구나- 하고 또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수업이나 나를 잊어 버리는 건 괜찮은데, 여러분, 살면서 죽고 싶을 때가 오면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잠을 자요. 잠을 안 오면 산책을 하고, 밤이 새는 걸 보러 나가세요 -197

<학창 시절에 진심으로 후회하는 것>
1. 독서는 확실히 체계적으로 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기억의 용량이 낭비된다.
2. 대학을 '뭔가를 가르쳐주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기대했던 시간은 완전히 낭비였다.
(중략) 수험 공부는 노는 거나 다름없었으니 대학에서는 공부를 했어야 했다는 사실을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걸.
3. 영어를 공부할 시간에 다른 공부에 몰두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중략)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공부에는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되었다.
어느 정도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이제는 무슨 언어를 배우면 좋을까 고민하는 것이 몇 반 배나 가치가 있다.
4. 아르바이트를 무리해서 많이 하는 게 아니었다. (중략) 그렇게 시간을 낭비할 바에는 아예 계획 없이 여행이나 가는 거였는데, 청춘, 그것이 헛되다면 헛되더라도 조금 더 대답하게 허비할 걸 그랬다.
5. 외로울 때는 실컷 외로워하고, 누군가를 만나서 투정을 부렸어야 했다. 추억이란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때 더 부끄러운 짓을 했었더라면 지금보다 덜 후회하고 살고 있을 것이다. - 201

재미있다. 이처럼 재미있어서, 공감되어서 그어놓은 밑줄이 많았다.
언젠간 F라는 사람의 정체(?)가 공개되는 날이 올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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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고 남편이 떠올랐다. 몇 년 후면 마흔이 될 남편이 지금쯤 읽어보면 또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이번에는 남편이 먼저 이 책을 읽었고 그다음 내가 뒤따라 읽었다. ‘마흔에게’라는 제목만으로는 작가가 생각한 독자의 연령대에 한계가 있을 것 같았지만 표지에도 적혀있듯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라는 말처럼 막상 책을 읽고 나니 우리의 부모 세대가 읽어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은 내용이 많았다.


<미움받을 용기>로 잘 알려진 작가님은 나이 오십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그로 인한 대수술을 위해 잠시 심장을 멈추는 경험을 하며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사실 이 대목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글을 쓰는 일'이 우리 삶에 미치는 좋은 영향 같은 것들에 대해 긴 시간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일터라는 무대에서 내려오면 제일 먼저 생산성이라는 가치관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지역 활동이나 취미 활동 등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려고 해도 나는 신참이라서 도움이 안 돼’ ‘다들 잘하는데 나만 못해서 재미없어하며 시작하기 전부터 스스로 의욕을 꺾게 됩니다. 이전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등한 입장에서 함께 참여하는 봉사 활동에서도 상하 관계나 서열을 들먹이며 못되게 구는 사람도 있습니다. - 184

몇 년 전 평생 다니시던 회사에서 퇴직을 하시고 새로운 하루하루를 시작하시던 아빠에게 동생은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기타를 새로 사드렸다. 젊은 시절 아빠는 기타 연주를 곧잘 하셨지만 그리고 쭉 손을 놓고 계셨다가 꽤 오랜만에 다시 기타를 잡게 되신 거다. 아빠는 이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으신다며 다시 배워야겠다고 하시면서도 ‘내가 못해서’ '이제 와서'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아도 기타를 연주하시는 아빠의 모습이 적잖게 떠오를 정도로 우리가 보기에는 지금도 굳이 수업이 따로 필요 없을 것 같았지만, 아빠는 함께 수업을 듣는 분들의 실력을 보시고 자신감을 더 잃으신 것도 같아 보였다. 그리고 아빠는 차차 다시 용기를 내셔서 지금까지 열심히 수업에 나가시고 돌아오시면 또 부지런히 연습을 하셔서 준이와 담이가 포항 집에 가는 날이면 종종 아이들에게 기타 연주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희미해지던 아빠의 자신감이 다시 용기의 힘을 얻어 빛나는 순간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정년 후 남성들에게서 많이들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책에서도 이야기하지만 이제라도 타자와의 경쟁과 생산성의 목적을 버리고 지금처럼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귀한 용기로 하루하루 더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다카야마 후미히코의 소설 <아버지를 보낸다>의 한 구절 "저세상이란 좋은 곳인 모양이야. 가고 나면 아무도 돌아오지 않네.”이다.
세상을 떠난 후 이 세상에 돌아온 사람은 아직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어쩌면 저세상은 의외로 좋은 곳인지도 모릅니다. - 103

살아 있는 동안에 살아 있는 지금’에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언제나 죽음만을 생각하면 삶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죽음에만 의식이 향하는 것은 눈앞에 펼쳐진 과제에서 도망치거나 과제의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113


이 대목은 동일본 대지진이 난 후 일본 각지에서 작가가 강연을 하며 나왔던 이야기다.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고향도 잃은 남성의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어쩌면 저세상은 의외로 좋은 곳인지도 모릅니다'라는 대목에 오랜 여운이 남았다.



어떠한 죽음을 맞이할지는 다시 말해, 지금을 어떻게 사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죽음을 연상시키는 노화와 질병 등을 겪고도 함부로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려면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키 기요시는 행복은 질적이며 고유한 것성공은 양적이고 일반적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출세, 승급, 평가와 같은 게 성공이라는 거죠. 이러한 양적인 성공을 가로막는 것이 노화와 질병, 죽음 등입니다. 성공과 기대는 잃어버리거나 배신당할 수도 있지만, 행복과 희망은 잃어버릴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 115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이 종종 있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늘 두렵고, 슬프고,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오히려 그런 생각들이 나를 많이 괴롭히고 있다는 걸 인지한 후로는 조금씩이라도 다르게 생각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 책도 그런 노력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만을 생각하며 지금의 삶을 소홀하게 그저 보낼 것이 아니라 작가님의 말처럼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더 집중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어떠한 앞으로를 만들어내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해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생일대의 사건이 왔을 때 그것을 통해 또 다른 배움을 얻고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게 하려면 너무 쉽게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너무 쉽게 휘청이지 않게 지금, 이 순간에 더 집중하며 살아야지,라며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늙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던 나에게
이 책은 또 다른 용기를 가져다준 것 같다.

사실 많은 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해왔고 여전히 하고 있다.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꾸준히 읽고,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 또한 나를 다듬고 발전시킬 수 있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일들이 아닐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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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제일 걱정했던 것, 가장 먼저했던 것이 '귀밑 3센티'로 머리를 자르는 것이었다. 세상에. 지금생각해도 강압적으로 전부 3센티의 규정을 지키라고 한 건 너무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는 전반적으로 '통일화'를 강조했다. 규정이 유난히 강한 중, 고등학교를 거치긴 했지만 같은 교복, 같은 체육복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음에도 귀밑3센티, 굽3센티 정도의 검은단화, 교복치마의 폭, 길이까지 전반적으로 일정한 수치에 제한을 두었다. 그것이 입학식 안내문에 함께 기재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중학교 3년을 그렇게 보내고 다시 맞은 고등학교 입학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등교길 매일 같이 선도부 열댓명이 교문앞에 서서 뱃지, 넥타이, 치마길이, 두발 등을 단속했다. 심지어 불시에 선도부 선배들이 교실로 들어와 분무기로 머리에 물을뿌려 숨긴 펌을 확인하기도 하고, 화장솜으로 피부를 닦아보기도 했다. 쭉 새워놓고 치마길이를 자로 재는건 기본이었고, 교복 상의의 작은 비침을 지적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모든 지적은 벌점이었다. 학교는 아이들의 일탈을 제한하고 온전히 학업에 충실하기를 위함이라 말하겠지만 학교에서 우려하는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극히 소수였고 일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꾸준히 그런 불편한 단속에 응해야했다. 모두가 불만이었지만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은 없었다. 어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때의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고, 혹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는 <교복치마를 둘러싼 싸움>이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님의 고등학생 딸이 교복치마 길이로 인해 겪은 일들을 이야기해주신다. 당차게 싸워보겠다고 한 학생과 그런 일을 그런식으로 실망스럽게 대처하는 교장선생님의 행동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희도 동의했어요. "지금이 유신 시대도 아니고, 교복을 가지고 복장 검사를 한다는 건 엄마 아빠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네가 그냥 다른 애들처럼 옷을 새로 맞춰서 입겠다면 그렇게 해주겠다, 하지만 네가 여기에 굴복하지 않고 문제 제기를 하겠다면 엄마 아빠가 돕겠다. " 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딸이 싸워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각오가 필요할 거라고 말했어요. 일이 생각보다 커질 수도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보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요. 선생님들이 고작 교복 문제에 이 난리 법석을 떠느냐고 안좋은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고도 했어요. - 54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는 지렁이처럼 밟히자 한 번 꿈틀해 본 거다, 이렇게 한 번이라도 꿈틀하는 경험을 가진 아이가 나중에 사회에 나가 더 큰 힘을 가진 부당한 세력과 싸울때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실패한 경험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강압적인 규칙에 반대합니다."라고 한번이라도 말해 본 경험이있다면 사회에 나가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58


같은 생각이다.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요즘 아직은 어린 준이에게 종종 말하고 있다. 무언가 친구와 마찰이 생겼을때는 무조건 속상해하고 참을것이 아니라, 무엇이 화가나고, 무엇이 억울한지 정확하게 생각을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처음부터 잘해낼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다만 작가님의 이야기처럼 한번이라도 꿈틀하는 경험을 가져본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비단 준이에게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꼭 필요한 꿈틀일것일테고.


 


이 책은 <괭이부리말 아이들> <종이밥> 등으로 잘 알려진 김중미 작가님의 새 책이다. 지난 2년 동안 전국을 누비며 청소년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모아담은 학교강연집이다. 실제 작가님이 내놓은 소설들의 모티브가 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청소년들과 직접 만나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작가님의 마음에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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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544페이지라는 막대한 분량도 그 이유에 포함되겠지만 그것보다 전체적인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에 페이지 마다 읽는것에 더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이렇게 내가 가진 배경지식의 부족으로 책 읽기에 어려움을 느낀 날이면 더더욱 '앎'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이 책은 치치스베오라는 지금은 사라진 이탈리아의 관습을 연구한 연구서다. 책을 읽으며 근대 이탈리아의 귀족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점에서는 참 흥미로웠다. 근대 이탈리아의 귀족의 결혼 관습, 상속 관습, 사교 문화 등등이 다양한 이야기들로 담겨있다. 또한 책 시작과 함께 소개된 그림을 통해 상상 속의 풍경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그려볼 수 있었다.



계몽주의와 시민사회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예법이 확산되던 18세기, 이탈리아의 귀족 계급은 '치치스베오'라는 독특한 관습 혹은 현상을 만들어낸다. 이 특이한 사회적 페르소나는 대개 연하의 귀족청년에게 맡겨지는데, 그는 자신이 시중드는 귀부인의 집에서 환담과 오락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며, 그녀가 외출할 때는 항상 옆에서 보좌한다. - 16

치치스베오 활동이 어떻게 결혼을 한 부인에게, 부부에게 있어 가능한 일이 되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인생의 많은 순간을 시종기사가 남편을 대신해 귀부인과 함께하는 것은 빈번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귀부인과 치치스베오 사이의 친밀함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성적인 방종이나 외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혼한 여성에게 다른 남성의 접근이 '공식적으로' 허락됐다는 사실은 놀랍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치치스베오의 선택과 활동은 가문과 가문 간에 그리고 남성 간에 체결된 협약의 결과물로서 정치적 의미를 띠기 시작했다. (중략) 일반적으로 귀부인과 치치스베오의 관계는 결혼으로 연루된 개인 사이 그리고 가문 사이의 결속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 193

실비오 펠리코는 이 기사에 90세가 된 어느 철학자를 등장시켜 그가 60여 년 전 1만 개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귀족 가문을 관찰한 결과를 털어놓게 한다. 그에 따르면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는 37명,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는 22명 그리고 시종기사를 둔 아내는 8만 8000명" 이었다. - 153

그 당시의 결혼제도는 지금의 우리와 달이 정략제였기에 가문과 가문 사이에 정치, 경제적으로 필요에 의해 생겨난 관습이 아닐까 싶었다. 결혼제도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남성의 심리와 가부장제가 강했던 그 시절의 사회적 현실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여성들의 활동에 제약이 많았기에 남편들의 입장에서는 아내를 감시하는 역할로 인식할 수도 있었고, 또 한편 아내의 입장에서는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기에 치치스베오를 통해 그나마 짧은 일탈, 자유 등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시종기사라는 제도가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 제도는 장자가 아닌 남성에게 일종의 일거리를 제공한다. 이 제도는 젊은이가 잘못된 사람을 사귐으로써 치명적인 방종에 빠지는 것을 막는다. (중략) 시종기사가 아닌 젊은 남성은 성격이 좋지 않고 자유로운 성관계를 즐기거나 혹은 그렇게 되고 싶어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 157

도박 그리고 이성과의 잘못된 만남은 기숙학교를 졸업하고 막 사회에 발을 디디려 하는 귀족 남성에게 가장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특히 타락한 여성이 남성을 꼬드겨 결혼이라도 계획하게 된다면 가문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재앙이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을뿐더러 귀족 사회의 관습에 능통한 유부녀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은 탈선을 막는 보호 장치였다. - 158

'시중을 든다'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사교 모임에 홀로 갈 수 없는 귀부인은 바깥 외출을 위해서라도 치치스베오가 필요했고, 치치스베오는 물론 모두 귀족 출신이었으며 오히려 귀부인사이에서  선택과 거절을 할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결국엔 서로의 필요하게 그 만남이 이루어진 관계라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다.






이런 놀랍고 흥미로운 관습이 생겼고, 그럼에도 한세기만에 사라진 이유는 무엇이었을지가 궁금해졌다.

아내의 몸과 마음이 다른 남성에게 있다는 사실을 지켜보는 고통 외에도 여성의 부정은 당대의 귀족 사회에 더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바로 자녀의 아버지가 누구냐 하는 문제였다. - 411

신분이 높은 귀부인과 이 관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녀는 로마에서 치치스베오가 늘어난 이후 살인 사건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 관습이 비록 종교적으로 축복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로마 교황이 이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교황은 이 관습을 금지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실 치치스베오는 두 번째 남편과 같은 존재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부인, 그렇다면 남편은 아이들이 친자인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그녀가 대답했다. "아내의 아들이라는 것만 알 수 있으면 된 것이지요. " - 434


점차적으로 치치스베오는 사회적 혼란을 불러왔다. 하층 계끕의 여성들 역시 치치스베오를 두고 싶어했을 것이며, 결혼 전 여인의 가난했던 애인이 후에 치치스베오가 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위 글에서처럼 점차적으로 핏줄의 문제가 야기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며 사회적으로 이러한 관습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시민혁명으로 사교문화가 쇠퇴하며 치치스베오라는 관습역시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얘야, 세 세대에 걸쳐 살았고 남자에 대해서도 여자에 대해서도 잘아는 이 나이 많은 할머니 얘기를 좀 들어보아라. 결혼과 사랑은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단다. 사람들은 가정을 이루기 위해 결혼을 하고 가정이 모여 사회를 만들게 되지. (중략)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면 각자의 수입과 부동산을 합쳐야 하고 함께 살아야 하고 부와 자녀라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단다. 얘야, 사람들은 단 한 번만 결혼을 하는데, 세상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우리는 삶을 살면서 스무 번도 넘는 사랑을 할 수 있지.  본능이 그렇게 하도록 만든단다. 알다시키 결혼은 법률이고 사랑은 본능이란다. - 440

책에 소개된 이 글은 모파상의 소설<옛 시절>이다. 나이 많은 어느 귀족 여성과 그녀의 손녀를 통해 18세기와 19세기의 성도덕 관념을 대비하고 있다. '결혼은 신성한 것이예요' 라는 손녀에게 자신의 시대에는 관대한 태도가 자연스러웠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이 글을 통해 치치스베오가 잠시 머물던 18세기를 한번더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다음 이어읽는 책으로는 '옛 시절'이 수록된 <모빠상의 사랑> 으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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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엇(어떤 책)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읽(었)는가라는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과거의 독서 양상과 관행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밝히는것을 우선 목적으로 한다. - 13

이것은 책의 시작부분에 쓰여진 한 줄이다. 이 책의 출간소식을 반가워하며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이유와 같다.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은 주제가 아닐까 싶다.
내가 꼬꼬마였던 시절부터 엄마,아빠의 책장에서 자주 보이던 책들을 가끔씩 떠올려 볼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때의 책들을 책 속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때 그 시절의 사람들에게 많이 읽힌 책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왜 인기가 있었던건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또 궁금했던 부분을 사이사이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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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변화하는 문화, 사회풍경을 함께 보면서 그때의 국민들이 어떤 책을 읽고 선호했는지를 천천히 시기별로 정리해주고 있다. 나는 제법 큰 사이즈의 A3 용지를 펼쳐서 하나하나 정리하며 시대별로 공부하듯 읽었다. 이런 공들인 책읽기를 하고나면 정말 엄청난 무언가를 나에게 가득가득 채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교외 어떤 산 위에서, 그 전 일본 신사 그늘에서, 어떤 초등학교는 개천 자리에서, 그리고 한 남자 중학교는 산 밑 골짜기에서 각기 수업을 받고 있다. 남한은 어디를 가든지, 정거장에서, 약탈당한 건물 안에서, 천막 속에서, 그리고 묘지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교과서있는 학생은 교과서를 가지고, 책 없는 학생은 책 없는 대로, 지리 수학 영어 미술 그리고 공민 교실로 몰려들고 있다. 여학생들은 닭을 치고 계란을 팔아서 학교를 돕는다. 안동에서는 학생들이 흙벽돌로 교사 게 채를 이미 건축하였다. - 52

해방과 분단시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흐름들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전시 독서 풍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속에서 유식한 피난민들이 마땅히 할 만한 장사가 없어 벌여놓은 헌책방이 많았는데 사람들은 이 곳을 통해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위 글처럼 당시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한국전쟁 속에서의 민중의 교육열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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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큰사전> <과학대사전> <이조실록>처럼 대자본과 대규모 집필·편집진이 필요한 책들이 발간되는가 하면 '문학전집'도 다시 나타났다. 정음사·동아출판사·을유문화사 등이 각각 대규모 세계문학·한국문학 전집 발간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 81

전집류는 그 자체로 1960~80년대 독서 · 출판문화의 가장 중요한 산물이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종류의 전집 · 총서류가 나왔다. 한문고전 · 세계고전, 철학 · 사상류 외에 "실무 전서" 같은 실용 · 자기계발서류도 있었다. 일단 뭐든 전집으로 묶어내는 것이 1950년대 말부터의 출판 관행이었던 것이다. 한 기사에 의하면, 1970년 현재 일반 단행본 부문의 약 70%정도가 전집 또는 전집형태로 발간되고 있다 했다. 그런 전집을 가정과 회사에 보급한 것은 외판원들이었다. 이들이출판 마케팅의 중추를 담당했다. 출판사의 영업 자체가 서점이나 통신판매보다 외판에 더 의존했던 것이다. (중략) 외판원들이 주도하는 책 읽기의 풍경은 1990년대까지 이어진다. - 132

이처럼 한국 출판문화의 역사도 사이사이 엿볼 수 있다. 1950년대 초중반에 창간된 한국문화사에서 중요한 잡지들이 소개된다. <학원> <사상계> <문학예술> <아리랑> <여원> <현대문학> <자유문학> <명랑>. 
또한 1958년부터는 한국의 출판문화도 점점 성장의 길로 접어 들게 된다. 이때부터 시작해 대형기획 출판과 함께 외판, 할부판매등의 1960-70년대의 지배적인 마케팅 방식이 정착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시기는 일본과 미국등의 전후 상황으로부터 문화 ·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시기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고보면 어린시절 내방 책장에 쭉 - 자리하고 있던 전집들이 생각난다. 위인전, 과학백과사전, 고전동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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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에서 청년 · 학생들의 의기는 우리 역사의 수리바퀴를 움직이는 큰 에너지였다. 식민지 시기의 광주학생운동, 1960년의 4 · 19와 1980년의 광주항쟁, 그리고 1987년의 민주화운동과 최근의 촛불항쟁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은 중요한 순간에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정치적 주체로 등장했다. 이렇듯 한국 근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꿔온 청년 · 학생들이 아직 미숙하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19세로 제한받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90

동감했던 부분. 이렇게 독서사를 읽으며 그 시대의 역사를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어 특히 좋았다. 중간중간 함께 소개되는 역사를 접하며 책에 다 소개할 수 없었을 부족한 부분들은 내가 더 찾아 보태가며 병행해 읽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책 한권을 읽는 동안 기대이상으로 더 많은 것들을 얻고 채울 수 있었다는 만족감이 함께 들었던 것도 같다.





<사상계>의 목소리는 '기독교 민주주의', '서구 지향적 자유주의', '반공주의'라는 틀 안에서 공명하고 있다. <사상계>에 민족주의적 목소리가 더해진 데는 함석헌의 영향이 컸다. <사상계>의 첫 필화 사건의 주인공인 그는 1958년 8월호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6 · 25 싸움이 주는 역사적 교훈>을 게재한다. - 92

책에서 힘있게 소개하고 있는 잡지<사상계> 4 · 19가 가능하게 된 기초는 <사상계>라고 할 정도로 한국 지성사와 언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잡지중의 하나가 바로 이 것이고 식민지 시기의 개벽과 이후의 창작과비평으로 이어지는 지식인 잡치 계보의 중추라고 한다.





1980년대 초에 서울 시내 미국문화원, 영국문화원, 일본문화원의 도서열람실은 <타임> <뉴스위크> <분게이슌주><주오고론>같은 시사 잡지들을 보려는 대학생들로 붐볐다 한다. 이들 잡지는 국내 서점에도 나와 있었지만, 서점에서 팔리는 건 표지만 멀쩡할 뿐 검열 당국에 의해 몇 페이지씩 찢어져 없어지거나 군데군데 먹칠을 당해 있기 일수였다. 대학생들은 국내 언론에서 ‘실종된’ 한국의 진실을 찾기 위해 훼손되지 않은 잡지를 볼 수 있는 외국 문화원을 찾았던 것이다. 특히 그들이 보기 원했던 것은 광주항쟁의 진실이나 12 · 12등에 관한 것이었다. - 123

책은 '검열 공화국에서 책읽기', '전설의 전혜린', '카뮈 팬 자살사건' 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던 즈음  [엄경철의 심야토론]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짜뉴스 그리고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토론이 열려서 책 읽기를 잠시 멈추고 토론을 보았는데, 그리고 다시 이 부분을 읽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실종된' 한국의 진실을 찾기 위해 외국에서 발행된 책들을 읽기 위해 외국 문화원을 찾은 많은 학생들의 풍경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그 시절의 그런 '열의'를 생각하며 나또한 앞으로 더 진실된 마음으로 사회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옳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살아가려는 노력을 보태야겠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먼 곳’의 문학과 철학은 정신적 허기를 채우는 중요한 양식이었는데, 문제는 한국의 문화와 삶이 지나치게 가난했다는 점이겠다. - 128

'전설의 전혜린', '카뮈 팬 자살사건' 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소개된 이야기들이 있다. 책은 그런 것 같다. 같은 책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그 책이 나에게 흡수되는 것에 많은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하다못해 개개인의 기분,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게 읽히는 데, 그 시절, 어렵고 가난했던 한국의 시대적 상황과 문화 그런 삶 속에서 읽혀지는 책은 또 얼마나 다르게 느껴졌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또 아팠다.

 





책은 언제나 TV · 라디오 · 영화  등의 강력한 라이벌들과 함께 20세기를 보내왔지만, 스마트폰보다 강한 라이벌은 없었던 것 같다. 스마트폰은 이제껏 인간이 발전시켜온 미디어테크놀로지를 손바닥 안에 집약했다. '저장 · 재현 · 표현 · 공유'하는 모든 미디어 기능이 그 속에 총 구현돼 있다. 그 기계를 통해 오늘의 인간은 모든 활동을 다 해낼 수 있다. 연애 · 쇼핑 · 상거래 등등. (사이버가 앞에 붙긴 하지만) 마치 빠삐용이나 비전향 장기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현대인은 스마트폰만 쥐여주면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중략) '스마트폰 세대'가 종이책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책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화면과 종이에 대한 그들의 감각과 경험은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없을 때부터 책을 접해왔던 세대와 많이 다르다. -311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주 얘기해왔다. 전자책이 점차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보태어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는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손맛'을 잃고 싶지 않다. 책에서 말하듯 '스마트폰 세대가 종이책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책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라는 말이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 같은 것으로 들렸다. 당장 내 주변을 보아도 점차 책 읽기를 멀리하고 혹은 책 사서보기를 줄여가는 사람들을 적잖케 볼 수 있다. 책 역사와도 같은 오랜 전통서점들이 경제난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또한 늘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책을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으니 이 책에 대한 애정을 오랜시간 품고 함께 잘 읽다보면 이 귀한 책 역사가 더 오래오래 잘 지속되고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믿고 싶다. 이 다음 다시 더 보태질 대한민국 독서사의 2편도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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