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보고 남편이 떠올랐다. 몇 년 후면 마흔이 될 남편이 지금쯤 읽어보면 또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이번에는 남편이 먼저 이 책을 읽었고 그다음 내가 뒤따라 읽었다. ‘마흔에게’라는 제목만으로는 작가가 생각한 독자의 연령대에 한계가 있을 것 같았지만 표지에도 적혀있듯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라는 말처럼 막상 책을 읽고 나니 우리의 부모 세대가 읽어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은 내용이 많았다.


<미움받을 용기>로 잘 알려진 작가님은 나이 오십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그로 인한 대수술을 위해 잠시 심장을 멈추는 경험을 하며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사실 이 대목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글을 쓰는 일'이 우리 삶에 미치는 좋은 영향 같은 것들에 대해 긴 시간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일터라는 무대에서 내려오면 제일 먼저 생산성이라는 가치관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지역 활동이나 취미 활동 등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려고 해도 나는 신참이라서 도움이 안 돼’ ‘다들 잘하는데 나만 못해서 재미없어하며 시작하기 전부터 스스로 의욕을 꺾게 됩니다. 이전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등한 입장에서 함께 참여하는 봉사 활동에서도 상하 관계나 서열을 들먹이며 못되게 구는 사람도 있습니다. - 184

몇 년 전 평생 다니시던 회사에서 퇴직을 하시고 새로운 하루하루를 시작하시던 아빠에게 동생은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기타를 새로 사드렸다. 젊은 시절 아빠는 기타 연주를 곧잘 하셨지만 그리고 쭉 손을 놓고 계셨다가 꽤 오랜만에 다시 기타를 잡게 되신 거다. 아빠는 이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으신다며 다시 배워야겠다고 하시면서도 ‘내가 못해서’ '이제 와서'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아도 기타를 연주하시는 아빠의 모습이 적잖게 떠오를 정도로 우리가 보기에는 지금도 굳이 수업이 따로 필요 없을 것 같았지만, 아빠는 함께 수업을 듣는 분들의 실력을 보시고 자신감을 더 잃으신 것도 같아 보였다. 그리고 아빠는 차차 다시 용기를 내셔서 지금까지 열심히 수업에 나가시고 돌아오시면 또 부지런히 연습을 하셔서 준이와 담이가 포항 집에 가는 날이면 종종 아이들에게 기타 연주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희미해지던 아빠의 자신감이 다시 용기의 힘을 얻어 빛나는 순간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정년 후 남성들에게서 많이들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책에서도 이야기하지만 이제라도 타자와의 경쟁과 생산성의 목적을 버리고 지금처럼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귀한 용기로 하루하루 더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다카야마 후미히코의 소설 <아버지를 보낸다>의 한 구절 "저세상이란 좋은 곳인 모양이야. 가고 나면 아무도 돌아오지 않네.”이다.
세상을 떠난 후 이 세상에 돌아온 사람은 아직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어쩌면 저세상은 의외로 좋은 곳인지도 모릅니다. - 103

살아 있는 동안에 살아 있는 지금’에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언제나 죽음만을 생각하면 삶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죽음에만 의식이 향하는 것은 눈앞에 펼쳐진 과제에서 도망치거나 과제의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113


이 대목은 동일본 대지진이 난 후 일본 각지에서 작가가 강연을 하며 나왔던 이야기다.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고향도 잃은 남성의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어쩌면 저세상은 의외로 좋은 곳인지도 모릅니다'라는 대목에 오랜 여운이 남았다.



어떠한 죽음을 맞이할지는 다시 말해, 지금을 어떻게 사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죽음을 연상시키는 노화와 질병 등을 겪고도 함부로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려면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키 기요시는 행복은 질적이며 고유한 것성공은 양적이고 일반적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출세, 승급, 평가와 같은 게 성공이라는 거죠. 이러한 양적인 성공을 가로막는 것이 노화와 질병, 죽음 등입니다. 성공과 기대는 잃어버리거나 배신당할 수도 있지만, 행복과 희망은 잃어버릴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 115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이 종종 있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늘 두렵고, 슬프고,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오히려 그런 생각들이 나를 많이 괴롭히고 있다는 걸 인지한 후로는 조금씩이라도 다르게 생각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 책도 그런 노력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만을 생각하며 지금의 삶을 소홀하게 그저 보낼 것이 아니라 작가님의 말처럼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더 집중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어떠한 앞으로를 만들어내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해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생일대의 사건이 왔을 때 그것을 통해 또 다른 배움을 얻고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게 하려면 너무 쉽게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너무 쉽게 휘청이지 않게 지금, 이 순간에 더 집중하며 살아야지,라며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늙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던 나에게
이 책은 또 다른 용기를 가져다준 것 같다.

사실 많은 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해왔고 여전히 하고 있다.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꾸준히 읽고,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 또한 나를 다듬고 발전시킬 수 있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일들이 아닐까 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