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엇(어떤 책)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읽(었)는가라는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과거의 독서 양상과 관행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밝히는것을 우선 목적으로 한다. - 13

이것은 책의 시작부분에 쓰여진 한 줄이다. 이 책의 출간소식을 반가워하며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이유와 같다.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은 주제가 아닐까 싶다.
내가 꼬꼬마였던 시절부터 엄마,아빠의 책장에서 자주 보이던 책들을 가끔씩 떠올려 볼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때의 책들을 책 속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때 그 시절의 사람들에게 많이 읽힌 책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왜 인기가 있었던건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또 궁금했던 부분을 사이사이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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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변화하는 문화, 사회풍경을 함께 보면서 그때의 국민들이 어떤 책을 읽고 선호했는지를 천천히 시기별로 정리해주고 있다. 나는 제법 큰 사이즈의 A3 용지를 펼쳐서 하나하나 정리하며 시대별로 공부하듯 읽었다. 이런 공들인 책읽기를 하고나면 정말 엄청난 무언가를 나에게 가득가득 채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교외 어떤 산 위에서, 그 전 일본 신사 그늘에서, 어떤 초등학교는 개천 자리에서, 그리고 한 남자 중학교는 산 밑 골짜기에서 각기 수업을 받고 있다. 남한은 어디를 가든지, 정거장에서, 약탈당한 건물 안에서, 천막 속에서, 그리고 묘지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교과서있는 학생은 교과서를 가지고, 책 없는 학생은 책 없는 대로, 지리 수학 영어 미술 그리고 공민 교실로 몰려들고 있다. 여학생들은 닭을 치고 계란을 팔아서 학교를 돕는다. 안동에서는 학생들이 흙벽돌로 교사 게 채를 이미 건축하였다. - 52

해방과 분단시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흐름들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전시 독서 풍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속에서 유식한 피난민들이 마땅히 할 만한 장사가 없어 벌여놓은 헌책방이 많았는데 사람들은 이 곳을 통해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위 글처럼 당시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한국전쟁 속에서의 민중의 교육열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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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큰사전> <과학대사전> <이조실록>처럼 대자본과 대규모 집필·편집진이 필요한 책들이 발간되는가 하면 '문학전집'도 다시 나타났다. 정음사·동아출판사·을유문화사 등이 각각 대규모 세계문학·한국문학 전집 발간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 81

전집류는 그 자체로 1960~80년대 독서 · 출판문화의 가장 중요한 산물이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종류의 전집 · 총서류가 나왔다. 한문고전 · 세계고전, 철학 · 사상류 외에 "실무 전서" 같은 실용 · 자기계발서류도 있었다. 일단 뭐든 전집으로 묶어내는 것이 1950년대 말부터의 출판 관행이었던 것이다. 한 기사에 의하면, 1970년 현재 일반 단행본 부문의 약 70%정도가 전집 또는 전집형태로 발간되고 있다 했다. 그런 전집을 가정과 회사에 보급한 것은 외판원들이었다. 이들이출판 마케팅의 중추를 담당했다. 출판사의 영업 자체가 서점이나 통신판매보다 외판에 더 의존했던 것이다. (중략) 외판원들이 주도하는 책 읽기의 풍경은 1990년대까지 이어진다. - 132

이처럼 한국 출판문화의 역사도 사이사이 엿볼 수 있다. 1950년대 초중반에 창간된 한국문화사에서 중요한 잡지들이 소개된다. <학원> <사상계> <문학예술> <아리랑> <여원> <현대문학> <자유문학> <명랑>. 
또한 1958년부터는 한국의 출판문화도 점점 성장의 길로 접어 들게 된다. 이때부터 시작해 대형기획 출판과 함께 외판, 할부판매등의 1960-70년대의 지배적인 마케팅 방식이 정착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시기는 일본과 미국등의 전후 상황으로부터 문화 ·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시기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고보면 어린시절 내방 책장에 쭉 - 자리하고 있던 전집들이 생각난다. 위인전, 과학백과사전, 고전동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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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에서 청년 · 학생들의 의기는 우리 역사의 수리바퀴를 움직이는 큰 에너지였다. 식민지 시기의 광주학생운동, 1960년의 4 · 19와 1980년의 광주항쟁, 그리고 1987년의 민주화운동과 최근의 촛불항쟁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은 중요한 순간에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정치적 주체로 등장했다. 이렇듯 한국 근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꿔온 청년 · 학생들이 아직 미숙하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19세로 제한받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90

동감했던 부분. 이렇게 독서사를 읽으며 그 시대의 역사를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어 특히 좋았다. 중간중간 함께 소개되는 역사를 접하며 책에 다 소개할 수 없었을 부족한 부분들은 내가 더 찾아 보태가며 병행해 읽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책 한권을 읽는 동안 기대이상으로 더 많은 것들을 얻고 채울 수 있었다는 만족감이 함께 들었던 것도 같다.





<사상계>의 목소리는 '기독교 민주주의', '서구 지향적 자유주의', '반공주의'라는 틀 안에서 공명하고 있다. <사상계>에 민족주의적 목소리가 더해진 데는 함석헌의 영향이 컸다. <사상계>의 첫 필화 사건의 주인공인 그는 1958년 8월호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6 · 25 싸움이 주는 역사적 교훈>을 게재한다. - 92

책에서 힘있게 소개하고 있는 잡지<사상계> 4 · 19가 가능하게 된 기초는 <사상계>라고 할 정도로 한국 지성사와 언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잡지중의 하나가 바로 이 것이고 식민지 시기의 개벽과 이후의 창작과비평으로 이어지는 지식인 잡치 계보의 중추라고 한다.





1980년대 초에 서울 시내 미국문화원, 영국문화원, 일본문화원의 도서열람실은 <타임> <뉴스위크> <분게이슌주><주오고론>같은 시사 잡지들을 보려는 대학생들로 붐볐다 한다. 이들 잡지는 국내 서점에도 나와 있었지만, 서점에서 팔리는 건 표지만 멀쩡할 뿐 검열 당국에 의해 몇 페이지씩 찢어져 없어지거나 군데군데 먹칠을 당해 있기 일수였다. 대학생들은 국내 언론에서 ‘실종된’ 한국의 진실을 찾기 위해 훼손되지 않은 잡지를 볼 수 있는 외국 문화원을 찾았던 것이다. 특히 그들이 보기 원했던 것은 광주항쟁의 진실이나 12 · 12등에 관한 것이었다. - 123

책은 '검열 공화국에서 책읽기', '전설의 전혜린', '카뮈 팬 자살사건' 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던 즈음  [엄경철의 심야토론]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짜뉴스 그리고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토론이 열려서 책 읽기를 잠시 멈추고 토론을 보았는데, 그리고 다시 이 부분을 읽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실종된' 한국의 진실을 찾기 위해 외국에서 발행된 책들을 읽기 위해 외국 문화원을 찾은 많은 학생들의 풍경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그 시절의 그런 '열의'를 생각하며 나또한 앞으로 더 진실된 마음으로 사회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옳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살아가려는 노력을 보태야겠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먼 곳’의 문학과 철학은 정신적 허기를 채우는 중요한 양식이었는데, 문제는 한국의 문화와 삶이 지나치게 가난했다는 점이겠다. - 128

'전설의 전혜린', '카뮈 팬 자살사건' 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소개된 이야기들이 있다. 책은 그런 것 같다. 같은 책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그 책이 나에게 흡수되는 것에 많은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하다못해 개개인의 기분,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게 읽히는 데, 그 시절, 어렵고 가난했던 한국의 시대적 상황과 문화 그런 삶 속에서 읽혀지는 책은 또 얼마나 다르게 느껴졌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또 아팠다.

 





책은 언제나 TV · 라디오 · 영화  등의 강력한 라이벌들과 함께 20세기를 보내왔지만, 스마트폰보다 강한 라이벌은 없었던 것 같다. 스마트폰은 이제껏 인간이 발전시켜온 미디어테크놀로지를 손바닥 안에 집약했다. '저장 · 재현 · 표현 · 공유'하는 모든 미디어 기능이 그 속에 총 구현돼 있다. 그 기계를 통해 오늘의 인간은 모든 활동을 다 해낼 수 있다. 연애 · 쇼핑 · 상거래 등등. (사이버가 앞에 붙긴 하지만) 마치 빠삐용이나 비전향 장기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현대인은 스마트폰만 쥐여주면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중략) '스마트폰 세대'가 종이책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책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화면과 종이에 대한 그들의 감각과 경험은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없을 때부터 책을 접해왔던 세대와 많이 다르다. -311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주 얘기해왔다. 전자책이 점차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보태어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는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손맛'을 잃고 싶지 않다. 책에서 말하듯 '스마트폰 세대가 종이책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책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라는 말이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 같은 것으로 들렸다. 당장 내 주변을 보아도 점차 책 읽기를 멀리하고 혹은 책 사서보기를 줄여가는 사람들을 적잖케 볼 수 있다. 책 역사와도 같은 오랜 전통서점들이 경제난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또한 늘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책을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으니 이 책에 대한 애정을 오랜시간 품고 함께 잘 읽다보면 이 귀한 책 역사가 더 오래오래 잘 지속되고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믿고 싶다. 이 다음 다시 더 보태질 대한민국 독서사의 2편도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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