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지음'
처음 이 책의 저자명을 보고 흥미로운 눈길을 보냈던 것 같다.

11월에 태어났다.  A형이고 머리카락이 까맣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도쿄타워와 영화, 현대 시, 산책, 겨울, 페르시안 고양이를 좋아한다. 혜성처럼 나타나 젊은 독자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받으며 일본 SNS를 뒤집어놓은 익명의 작가 F. 그의 첫 책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는 출간되자마자 일본 아마존 에세이 분야 1위에 올랐다. 18만 부 이상 판매되며 전국 서점에 품귀 현상을 일으킨 화제의 책이다. 이는 익명의 작가로는 이례적인 결과이다.  - 소개글 中

익명으로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한다는 것. 그 느낌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많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 한편 마음이 편하기도 하겠다는 생각. 조용히 서점한켠에 서서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서있다면 괜히 키득키득 웃음이 날 것도 같다는 생각. 등등등. 지금 F씨도 그런 마음일까? 여하튼 이 책은 익명으로 발간되었음에도 일본에서 18만 부 이상 판매된 책이라 한다. 저자가 여자이지 않을까? 의 마음으로 읽다가 남자라는 것도 책을 읽다 알게 되었을 정도.  재미있다.



송아람 작가의 일러스트 만화가 중간중간 함께 실려있어 또 다른 재미도 있다. 책은 연애와 사랑의 이야기로만 가득할 것 같지만, 책은 우리가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부분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개성있게 써내려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문화차이도 있겠지만 중간중간 '글쎄?'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고, '맞아'하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책 속에 '스무살 때 알아두었더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35개의 항목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꼭 스무살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며 한번쯤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은 항목들도 많았던 것 같다.



학교에 오기 싫으면 억지로 오지 않아도 돼. 그런데 뭐든 열정적으로 해봐.
사람 그리워하는 마음도 잊으면 안 돼.
졸업은, 내가 어떻게든 시켜줄게. 너는 마음대로 해. - 160


저자가 어느날 갑자기 선생님을 찾아가서 '선생님, 이제 정말로 학교 다니고 싶지 않아서요, 학교 좀 안 나오게 해주세요"라고 하는데 선생님은 위와 같이 말씀하셨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날부로 매일 아침 학교에 가는 척하며 교복 차림으로 시립 도서관에 갔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선뜻 예상하기 힘든 선생님의 대답도 인상깊었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 그리워하는 마음도 잊으면 안 돼' 라는 대목에서 긴 시간 멈춰 되읽었다. 결국 작가는 시립 도서관에 수백번을 더 다닌 뒤 결국 사람이 그리워지는 마음을 이길 수 없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고 이야기 하며 다음글로 글을 마무리 한다.

학교가 싫으면 안 가도 된다. 그렇지만 공부는 계속하는 게 좋다. 책도 좀 읽는 게 좋다. 머리가 좋고 봐야 되니까, 뭐 그런 이유가 아니다.
머리는 나빠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 162

최종적인 인생의 질은 그 사람의 아름다움과 추함에 달린 것이 아니며, 연봉이나 학력으로 평가되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에 한 사람의 인생이 달렸다고 생각한다.
입시나 취업에 실패하더라도, 좋아질 것 같은 사람, 저절로 동경하게 될 만큼 멋있는 사람, 사기를 당해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과 만났다면
제일 좋은 삶을 산 거라고 생각한다. - 163

 


<학창 시절에 진심으로 후회하는 것> 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도 재미있게 읽었다.
여기서도 졸업식을 앞둔 시기,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수업을 마치며 선생님이 하신 이야기를 보며
내가 생각하던 일본의 수업 분위기가 역시 다가 아닐 수 있겠구나- 하고 또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수업이나 나를 잊어 버리는 건 괜찮은데, 여러분, 살면서 죽고 싶을 때가 오면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잠을 자요. 잠을 안 오면 산책을 하고, 밤이 새는 걸 보러 나가세요 -197

<학창 시절에 진심으로 후회하는 것>
1. 독서는 확실히 체계적으로 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기억의 용량이 낭비된다.
2. 대학을 '뭔가를 가르쳐주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기대했던 시간은 완전히 낭비였다.
(중략) 수험 공부는 노는 거나 다름없었으니 대학에서는 공부를 했어야 했다는 사실을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걸.
3. 영어를 공부할 시간에 다른 공부에 몰두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중략)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공부에는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되었다.
어느 정도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이제는 무슨 언어를 배우면 좋을까 고민하는 것이 몇 반 배나 가치가 있다.
4. 아르바이트를 무리해서 많이 하는 게 아니었다. (중략) 그렇게 시간을 낭비할 바에는 아예 계획 없이 여행이나 가는 거였는데, 청춘, 그것이 헛되다면 헛되더라도 조금 더 대답하게 허비할 걸 그랬다.
5. 외로울 때는 실컷 외로워하고, 누군가를 만나서 투정을 부렸어야 했다. 추억이란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때 더 부끄러운 짓을 했었더라면 지금보다 덜 후회하고 살고 있을 것이다. - 201

재미있다. 이처럼 재미있어서, 공감되어서 그어놓은 밑줄이 많았다.
언젠간 F라는 사람의 정체(?)가 공개되는 날이 올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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