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여름 한정 특별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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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어쩌면 진부한 말이기도 하고 맞는 말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 시점에서 듣고 싶은, 응원받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의 내 나이는 늦은 때일 수도 있겠다. 나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이 책을 보면서 막례쓰가 생각이 났다.

막례쓰도 인생은 70부터랬는데, 모지스 할머니도 비슷한 나이에 화가가 되었다.

이런 사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더 늦은 나이에도 많이 알려지는,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들이 많이 조명되었으면 좋겠다.

용기와 든든함을 얻을 수 있게.


이 책은 펼쳐든 순간부터 따스함이 막 밀려온다.

그림에 대해선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냥 흐뭇한 미소를 띄며 보게 된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따뜻하다.




그렇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있었는데, 어쩌면 그 시절이라 낭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지금 내 시선으로 보자면 유기가 아닌가 싶지만...


(98-99p)에 나온 부분인데.

아기가 고양이 꼬리를 덥석 잡고 놓지 않아서 고양이를 붙잡은 채로 아기가 베란다 밖으로 끌려 나가는 일이 다반사라,

고양이들을 자루에 넣어서 여울을 두 번 건넌 후 풀어줬고 (유기)

2주 후 적적해지기 시작하자 고양이들이 25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되돌아서 홀딱 젖은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고.


키웠다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게 번역하면서 일부러 언급하지 않은 건지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왔다고 한 걸 보면 농장에서 같이 살았던 것 같은데. 아기가 고양이 꼬리를 붙들고 안 놔준다면, 고양이를 다른 곳에 버릴(놔줄) 게 아니라 아기가 그러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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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무튼, 피트니스 - 나는 뭔가를 몸에 새긴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1
류은숙 지음 / 코난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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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안하는 기간이 6개월을 넘어가본 적이 없는데, 최근엔 1년을 넘게 운동을 안하고 있다.


이유를 고민해봤더니, 지난 운동시기들에 비해 동기가 없었던 것.


나의 운동 목적은 언제나 '지금보다 더 많이 먹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이 먹고 있으므로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그러니 그것이 나의 운동의 동기가 되진 못했다. 예전엔 운동한 날엔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규칙도 세웠는데, 요즘은 그러거나 말거나 늘상 퇴근 후 운동하고 한 잔 하게 되니 그 규칙도 있으나마나가 되었다. 합리화 시점이 오게 된 것.


다이어트?

나는 현재의 내 몸에 만족하자는 주의고, 그렇기에 다이어트를 왜 해야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내 운동의 계기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해낼 자신도 없다. 그건 아마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렇게 운동의 동기를 찾지도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운동이 점점 재미없어지고 있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서 아무튼, 피트니스를 읽게 되었다. 다른 사람은 운동을 어떻게 잘 유지해가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고, 운동의 동기라는 게 '더 많이 먹기 위해서'라는 이유 말고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


신체 단련을 피트니스(fitness)라고 하는데, 목적에 부합(fit)하기 때문이란다. 목적은 최소치이자 현실적인 목적을 잡아야만 한다, 고 했다. (9쪽)


내가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나에게 맞는',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의 엉덩이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를 움직이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결국 동기가 없어도, 내가 숨쉬고 먹는 것만큼 운동도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운동을 내 몸에 새겨지도록 만들어 '습관화' 하고 각인시켜야겠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특별한 동기나 계기가 없어도 당연히 하는 것이 되게끔, 그렇게 가는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뭔가를 이루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한 번은 도전해볼 만 할 것 같다.


운동을 내 몸에 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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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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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현남 오빠에게>


현남이가 참 대단한 인간이었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어찌나 기가 차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주인공은 오빠오빠 해주는 건지 모르겠더라.

지난 긴 날들에 대한 나름의 예의인 건가-

어째서 주인공은 당장 헤어지지 않고, 그렇게 오래 그런 관계를 이어온 건지 너무 답답했으나, 사람마다 상황에 대해 납득하고 이해하는 시간은 다를 테니까 넘어가기로 했다.

생각보다(내 기준)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 그 관계에 종지부를 찍은 주인공에게 축하하고 싶고, 앞으로의 길을 응원하고 싶다.



손보미 <이방인>


개인적으로는 참 쉽게 읽히는 글이었다. 손보미 작가의 다른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 찾아볼 정도로.

린디합을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이전 작품이 구미가 확 당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고는 싶다.



구병모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신선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지?

구병모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봤더니 그 중 내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파과'의 저자이더라.

이런 방식으로만 처리를 했어야 했냐고 누군가는 말할 지도 모르겠지만, 읽는 나는 솔직히 속이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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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한국여성의전화 엮음 / 한국여성의전화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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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어떤 미친 놈이 내가 샤워하는 모습을 훔쳐봤고, 우리집 안방을 훔쳐보고 있었다.

소리를 안내면 창문 열기를 시도하지 않지만, 소리를 내면 창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

너무 무서웠고, 정말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 와중에 신고를 하긴 했다.

우리집에 온 경찰은 현관문 양쪽으로 휭- 둘러보더니 그 사람(그 놈) 없다고, 앞으로 이쪽을 잘 순찰해주겠다고 했다.

집에 있는 게 너무 무서워서 어떻게 조치 좀 취해달라고 하니까, 자신들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문 닫고 있으라고 했다.

계속 조치를 취해달라 말을 하니까 그럼 근처 찜질방이라도 가던지, 경찰서에서 앉아있던지 하란다.

그들의 말에 더 이상 말하기를 포기했고, 나라의 공무원으로부터 나의 안전 받기를 포기했다.


경찰은 가려고 했고, 너무 무서워서 창문을 못 닫겠는 거다.

그래서 경찰한테 창문 좀 닫아달라고 했다가, 굉장히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라.

이거 하나도 못 닫냐는 식으로.

결국 해주긴 해줬다. 내가 무서워서 창문 근처에 도저히 못 가겠다고 해서.


그렇게 경찰은 갔다.


그 날 내가 안전함을 확인시켜준 것은, 다름 아닌 먼 지역에 살고 있는 내 친구였다.

야맹증 때문에 밤 운전을 하면 안되는 그 친구가, 내게 일어난 그 일 때문에 나를 데리러 왔다.


이 나라에서 나를 지킬 사람은, 나뿐이고.

같은 성별을 가진 친구들과 자주 연락해서 생사를 자주 확인해주며 서로를 지켜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나라에서 온전히 지탱할 것은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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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이민경 지음 / 봄알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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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기간 : 2017년 3월 18일 ~ 2017년 3월 28일

 

처음부터 막힘없이 술술 읽혔다.

 

중간중간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들 때문에 집중력이 흐려진 적이 여러 번이었다.

비집고 들어온 생각들이란, 그동안 내가 스쳐온 순간들, 벌어졌던 상황들, 그 안에서 나는 어떻게 대응을 했고, 대화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논점이 어떻게 흐려졌는지 등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생각에 빠져있느라 같은 장을 펴놓고 멍 때리기 일쑤였다. 하하하하하하...

 

어느 것 하나 중요하다고 없을 정도로 모두 다 적절한 말들이었기에, 모든 문구들을 여기에 적을 수는 없지만, 사전에 내가 적어놓았던 말들은 이러하다.

 

32p. '남성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니 여성이 알려주어야 한다'는 말은 남자는 관심과 공감을 표하는 것만으로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의미 밖에는 못 됩니다. 애초에 공감을 못하는 존재로 태어났다면 영영 못 하는 대로 살았을 텐데, 누군가가 이렇게나 노력한 끝에 결국 바뀐 걸 보면 스스로 먼저 노력해볼 수도 있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남성이 모자라고 여성이 지혜로우니 품는 수밖에 없다는 식의 말도 다시 생각해봅시다. 여성이 어쩌다 지혜로워졌습니까? 가진 것 없는 인간이 맹수에게 죽기 싫어서 지능을 이용해서 살아 남았습니다. 여성도 있는 그대로 살 수 있었다면 굳이 지혜롭지 않아도 괜찮았을 겁니다. 생존을 위해 지혜를 짜낸 쪽더러, 모자라도 충분히 살 수 있었던  팔자 좋은 본인들을 너그러이 종용하는 건 아무래도 얄밉습니다.

 

말이 필요했던 이들에게는 특별한 해결책을, 지금껏 나만 예민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가졌던 이에게는 확신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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