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한국여성의전화 엮음 / 한국여성의전화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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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어떤 미친 놈이 내가 샤워하는 모습을 훔쳐봤고, 우리집 안방을 훔쳐보고 있었다.

소리를 안내면 창문 열기를 시도하지 않지만, 소리를 내면 창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

너무 무서웠고, 정말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 와중에 신고를 하긴 했다.

우리집에 온 경찰은 현관문 양쪽으로 휭- 둘러보더니 그 사람(그 놈) 없다고, 앞으로 이쪽을 잘 순찰해주겠다고 했다.

집에 있는 게 너무 무서워서 어떻게 조치 좀 취해달라고 하니까, 자신들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문 닫고 있으라고 했다.

계속 조치를 취해달라 말을 하니까 그럼 근처 찜질방이라도 가던지, 경찰서에서 앉아있던지 하란다.

그들의 말에 더 이상 말하기를 포기했고, 나라의 공무원으로부터 나의 안전 받기를 포기했다.


경찰은 가려고 했고, 너무 무서워서 창문을 못 닫겠는 거다.

그래서 경찰한테 창문 좀 닫아달라고 했다가, 굉장히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라.

이거 하나도 못 닫냐는 식으로.

결국 해주긴 해줬다. 내가 무서워서 창문 근처에 도저히 못 가겠다고 해서.


그렇게 경찰은 갔다.


그 날 내가 안전함을 확인시켜준 것은, 다름 아닌 먼 지역에 살고 있는 내 친구였다.

야맹증 때문에 밤 운전을 하면 안되는 그 친구가, 내게 일어난 그 일 때문에 나를 데리러 왔다.


이 나라에서 나를 지킬 사람은, 나뿐이고.

같은 성별을 가진 친구들과 자주 연락해서 생사를 자주 확인해주며 서로를 지켜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나라에서 온전히 지탱할 것은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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