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비가 내린다. 아이들은 항상 자기 전 비소리를 틀어 놓고 잠을 잔다. 난 시끄러운데 비소리가 좋은가 보다. 사람은 천성적으로 물소리를 좋아한다. 생물학자들은 아이가 물 속에 있다가 나와서 그렇고, 인간의 처음 고향이 바다라서 그렇단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하여튼 물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은 맞다. 


거의 한 달을 잠이 불면증에 시달렸다. 언제나 잠을 제대로 자는 것이 꿈이 되어 버렸다. 그러던 시간이 오늘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든 것이다.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가볍다. 삶이 이렇게 단순하다니. 몸이 개운하니 책상에 바로 앉았다. 오늘 아이 때문에 학교에 폭력위원회로 모여야 한다. 걱정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진행 되는지 궁금하다. 또 하나의 재미난 장면이 만들어 지겠지.


이틀 동안 카메라를 들고 자주 나간다. 줌망원렌즈 밖에 없어 접사가 잘 안 된다. 전에 쓰던 크롭바디에서 꺼낸 표준 렌즈를 마운트했다. 렌즈가 정말 가볍다. 손에 무리가 가지 않아 편하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그리 좋은 사진은 나오지 않아도 보기엔 좋다. 





학교폭력이란 키워드로 책을 찾으니 수도 없이 많다. 그동안 관심도 없었던 책들이 한 곳에서는 그리도 많이, 아니 폭풍처럼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 16세 여고생의 초등학생 유기사전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지만 우울증이란 단어가 보인다. 누구의 책임일까? 단순히 부모나 학교일까? 아니면 정부? 누굴까? 저 아이가 저렇게 되도록 아무도 마음을 주지 않은 것일까? 


사람의 마음도 접사의 세계처럼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좀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아이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답을 찾을 수 있다.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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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3-31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방울에 빛방울을 흠뻑 머금었네요..^^..

낭만인생 2017-04-01 17:04   좋아요 0 | URL
비온 뒤라 몇 컷 담았습니다.
 

주문했던 책이 왔다. 우리 집은 언제나 마지막 집이다. 밤에 도착한다. 그래도 오늘은 8시가 되기 전에 도착했다. 평상시면 9시가 다 되 온다. 나도 나지만, 택배 기사들은 얼마나 힘들까? 미안하고 고맙다.


두 권이다. 한 권은 이재만의 <타협의 거센 바람>이고 다른 한 권은 이문구의 <관촌수필>이다. 이재구의 책은 현재 인가를 얻고 있는 진화론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하지만 난 그리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자자 주장하는 창조론도 모순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주장들은 새겨들을 필요는 있다. 차이와 간극을 볼 수 있으니까. 


이문구의 <관촌수필>은 수필인줄 알고 샀다. 정말 무식한... 앞 부분을 조금 읽어보니 관촌은 마을 이름이고, 수필은 기억을 따른다는 의미의 한자어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초판까지 합하면 무려 60쇄가 넘는다. 말그대로 스테디셀러인 셈이다. 


오늘 오전에 박완서의 목마른 계절을 읽다가 덮어 버렸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벌써 60년이 되었는데 이승만 정부나 박느네 정부나 다를게 하나 없다. 부역자 처리에만 바빴지 목숨을 위해 부역했던 국민들의 상황은 고려되지 않는다. 아...... 세상이여. 관촌수필 역시 그러한 뼈아픈 이념의 폐허물 속에서 기억을 더듬는다. 아프고 시리다. 읽다가 울지 않을까 싶다. 너무 화가나고 슬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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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법칙 - 그랑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가 말하는 요리와 인생
피에르 가니에르.카트린 플로이크 지음, 이종록 옮김, 서승호 감수 / 한길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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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무를 자주 옮겨 심으면 열매를 맺기 어렵다.’는 프랑스 속담을 알고 있다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할 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우리나라에도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이 있다말콤 글래드 웰은 일만 시간의 법칙을 통해 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려면 하루에 세 시간씩 십년을 꾸준히 하면 된다고 말한다이 모든 명언과 속담들은 평범한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가치가 있다그럼 우리는 다음 명언도 기억해 보자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은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최근 들어 삐딱해진 누군가는 이렇게 해석이 가능하다고 소리를 높인다.

 

천재는 99%의 노력을 했다할지라도 1%의 영감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둘 다 일리 있는 말이다두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노력과 영감은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다노력하는 사람은 영감이 있기 때문이고영감이 있는 사람은 노력하기 때문이다영감은 마치 배의 키와 같아서 거대한 노력이란 배를 작은 키가 방향을 정한다왜 이 책의 제목을 음식이나 열정 등의 수많은 키워드를 넣지 않고 감정이란 단어를 채용했을까? ‘요리의 발견’(175)이란 제목으로 시작되는 인터뷰에서 이런 대화가 오간다.

 

인터뷰어인 카트린 플로이크는 아이디어가 어디서 생기느냐고 묻는다피에르 가니에르는 본능대로라고 말한다또는 필요라고 한다다시 묻는다.

 

제 말은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찾느냐는 거예요.……

 

… 오히려 사소한 것들의 정연한 질서와 작은 발견 속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죠… 새로운 요리를 소개할 때접시에 올려놓은 요리를 보며 어떤 식으로 감정을 더 넣어줄 수 있을지 생각하죠… 아주 소소한 것들이지만 이런 것 하나하나가 모이면 제가 머릿속에 그린 것을 속이지 않고 표현할 수 있거든요.… 감정을 꾸밈없이 표현할 방법을 생각하는 거죠.”

 

그가 말하는 감정이란 뭘까프랑스어를 알지 못하니 감정으로 번역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아는 감정에서 찾아보자피에르 가니에르는 단순함사실정직함그리고 감정을 되뇐다. “1950년 프랑스 출신. 20세에 요리에 대한 아무런 열정 없이 부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셰프로 일을 시작했다.”

 

이 놀라운 소개 글을 내가 믿어야할지 모르겠지만 단순정직이란 단어가 주는 일정한 법칙이 열정 없이가 맞닿아 있는 듯하다그럼에도 그는 어떻게 프랑스 최고의 그량 셰프가 되었을까다른 많은 이야기보다 이 한 문장이 힘이 있을 같다.

 

요리는 제가 존재하는 방식이면서 끝없는 존재하는 방식이면서 끝없는 탐구와 창작의 대상입니다요리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상상이 안 돼요.”(49)

 

그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한다대체 불가능한요리가 아니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한다스스로 말이다그가 생각하는 요리는 먹는 것을 넘어 매혹적이고 유려한 안무’(91), ‘홀의 리듬에 맞춰 요리가 연주’(92)되는 것이다그는 직원을 채용할 때 오로지 그의 성품과 배우려는 열정만으로 판단’(95)만으로 채용한 적도 많다그는 어쩌면 이성적이고 차가운 논리의 지배를 받기보다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열정과 사랑을 보는 듯하다.

 

그의 열정이 어디까지 인지 모르겠다마치 활화산이 아직도 왕성하게 마그마를 분출하는 듯 한 인상이다직원들에게 군대처럼 엄격하지만가족처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홀서빙을 하는 직원들에게도 음식에 대해 교육하고 손님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그의 집요함은 공간과 시간까지 지배하려 든다손님이 들어올 때 느끼는 분위기와 냄새까지인테리어까지 마음을 놓지 않는 그의 욕심이 깃든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면파리에 있는 제 레스토랑 전체를 제 생각대로 모조리 고치고 싶어도 소유주가 아니라 세입자라서 제안이 많아요반면 외국의 레스토랑은 새로 설비할 때는 최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135)

 

이제 감정이란 단어를 영감으로 치환해도 될 것 같고, ‘열정과 사랑이란 단어로도 번역해도 될 성 싶다그의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그 단어는 ‘ART’예술이란 단어야 말로 그를 표현하고 바르게 보여주는 가장 적합한 단어인 듯하다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몇 개 골라 넣었다.

 

고민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멋진 조합이 떠올라요.” 207

아주 멋진 중국식 질그릇 위에 올려놓고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 골똘히 생각했죠.” 210

예술가는 특정한 시각으로 세상을 인식합니다어느 순간 타인의 표정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죠.” 225

제가 다시 한 번 새로운 모험을 좇을 수 있었던 것은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어떤 믿음 때문이었어요.” 255

개인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인생이란 아무것도 잃을 게 없고 또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전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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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읽는 모세오경 하나님 나라 신학 강해 시리즈 7
김회권 지음 / 복있는사람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모세오경을 이토록 진지하게 탐구한 책이 있었던가?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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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했던 책이 도착했다. 김회권 교수의 <모세 오경>과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이다. 클리볼드의 책은 읽기가 망설여 진다. 또 읽고 싶어 견디 수가 없다. 몸도 약하고 늘 맞고 다니던 큰 아들이 학교에서 두 명의 친구를 때려 갈비뼈가 금이 가게 했다. 삼일 째 경찰서와 피해자 부모들을 찾아 다니고 있다. 피해자 학생들도 날마다 찾아가 안부를 묻는다.


힘도 아들이 어떻게 자기 보다 힘이 더 센 두 명의 친구를 때렸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틀 동안 피해자 아이들에게 묻고, 학교 선생님들을 찾아가 물으니 이건 단순한 아들의 개인 문제가 아니었다. 학교라는 조직 속에서 암묵적인 선배들의 강요와 압력이 작용하고 있었다. 거기에 아들의 허세가 더해지면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고개를 못드는 것을 둘째치더라도 앞으로 피해자 가족과 친구들을 볼 낯도 없고, 한 번 사건으로 마무리될 일도 아니라 답답하기까지 하다. 자퇴를 시키고 집에서 공부를 시키고 싶은 마음이 적지 않다.


피해자 가족들은 일방적으로 아들을 가해자로 몰지만 더 깊숙히 들어가 보면 피해자들도 그 전에 가해자였고, 선배들과 친구들도 가해자들이다. 몇 명의 친한 친구들이 제들을 패야한다며 아들에게 은근히 말을 했다고 한다. 못난 아들. 그래 결국 때론 놈은 가해자가 되고 사조한 놈들은 뒷짐지고 구경한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번 기회를 틈타 한 건 잡으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몇번 만나고 나의 사정을 이야기하니 합의금 이야기는 없어진 상태다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가해자도 피해자이고, 피해자도 가해자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언제나 힘이 없어 맞고만 다니고 단 한 번도 신고한 적이 없는데, 딱 한 번 때리고 이 신세가 되었구나 아들아. 아빠는 화도 많이 나고 어이도 없지만 그래도 사랑한다. 그러나 네가 저지른 일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은 기억해라. 아빠도, 피해자 친구들과 가족들도 모두가 아프단다. 그러니 참는 법도 배우고, 어떤 행동을 취할 때 그것이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도 배우길 바란다. 


또, 세월호 안에 미수습자들의 시신이 그대로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마음 같아서 때려주고  싶지만... 그래도 네 마음도 아플테니 파닥이라도 맛있게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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