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이 책을 구입한 때가 20131030일이니 벌써 440일이 걸린 셈이다. 사자마자 몇 장을 읽었다. 그러다 무슨 이유인지 읽지 못하고 책장에 두었다. 그러나 다시 꺼내 읽다 중지했다. 아마도 5번은 읽다 말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이윤기의 후기까지 읽었으니 모두 읽은 셈이다.

 

파스칼은 독서의 중용을 지키라 했다. 너무 빠르게도, 너무 느리게도 읽기 말라했다. 너무 빠르면 이해가 읽기를 따르지 못하고, 너무 느리면 이해가 기억을 잡지 못한다. 그러니 적당한 시간의 흐름. 즉 기억과 이해가 조화를 이루는 속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 권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도 없다. 앞부분이 기억나지 않으면, 읽어가는 부분만 기억해도 된다. 그러면 앞부분이 무척이나 궁금해지리라. 그래도 이를 악물고 꾹 참는다. 그것을 인생이라 여기며.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이다. 어느 날 누군가를 만난다. 난 그의 태어남과 자라만을 알지 못한다. 중년이 넘은 그 사람. 현재의 그를 안다. 만나고 또 만난다. 그러다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아니 말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그와의 만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거는 현재를 분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편견을 심어주기도 한다. 어쩔 때는 모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있는 그대로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난 이 책 <그리스도인 조르바>를 그렇게 받기로 했다. 현재. 있는 그대로 말이다. 저자의 이름이 항상 헤갈 린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 책은 두 번째 책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여행 서적이다. 그의 첫 장면... 조르바를 만나는 장면은 여행을 시작하면서이다. 그리고 여행 중에 일어난 이야기다. 나머지 한 권은 빨간 여행책이다. <천상의 두 나라>라는 제목이 달린 일본 중국 여행기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에게 여행은 구도자의 생존 방식인듯하다. 그는 걷는다. 그리고 보며 성찰한다. 보는 것은 마음의 끌림이다. 사람은 보는 외부의 것의 내부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마음이 보는 것만 본다고 생각한다. 보는 것은 마음이고, 마음은 곧 마음이다. 마음과 눈은 같이 움직인다. 굳이 칵테일파티 효과를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것은 그리스도인 조르바에서 언급한 대로.. 운명. 필연.. 또한 헛된 저항이다. 


































이 책. 그러니까 예수가 사람됨을 소설화한 책... 많이 힘들었다지...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이 책이 궁금하다. 이제는 읽어도 될법하다. 금서가 된 이 책은.... 성경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성모독이고, 기독교를 반격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삶으로 직접 그리스도를 거스리는 목사들은 얼마나 많은가. 단지 글로 표현함이 죄가 되는 것이다. 종교 얽매이지 않으려는.. 그것은 불가능하지만... 자유를 찾는 그에게 상상은 자유다.

 
















박완서의 기나긴 하루를 읽었다... 시부모와 이혼한 아들 가정 사이에서 일어나는 오십견? 아니면 중년의 후기에 일어나는 삶의 허망함.... 젊은 이들은 너무나 가볍고, 늙인들은 너무나 허황스럽다. 주인공은 모든 것이 빠져나간 유령이 된 늙은이들의 말말말을 괴로워한다.

 

그러나 아들의 세대는 너무나 가볍다. 늙은이들이 유령이 되었다면, 젊은이들은 속물 자체다. 그들에게 속은 없고 육신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속이 빠져나가 겉만 남은 늙은이들이나 아예 속은 없고 처음부터 겉만 있는 아들 부부의 이야기... 주인공은 두 사이에 끼어 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두 진영의 편을 드는 남편에게 짜증이 나는 것이다. 남자들은 속물이다. 저 즉물적 존재의 무의미를 보라... 기나긴 하루는 그렇게 끝이 나고... 자신도 깊은 잠에 빠져든다. 속물인 자신... 아무도 보지 않는 꿈의 세계로 도피하고 싶다.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코 골며, 아 아, 간간이 신음하며, 남편이 관찰한 나의 자는 모습이다.그러나 그도 나의 꿈속은 들여다보지 못한다." ...

 

철저히 속물인 조르바.. 그러나 그는 자유가 있다. 늙은 것들과 젊은것들의 즉물적 속성.. 그들은 속물이다... 그 사이에 고뇌하는 '두목'이나 기나긴 하루의 주인공인 며느리이자 시어머니인 ''도 속물이다. 인간은 모두 속물이다....

이것이 4년 동안 읽은 그리스도인 조르바의 결론이다.


그래도 나는 고상한 속물이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몇 권 보여 담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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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7-12-11 17:43   좋아요 0 | URL
아... 그랫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