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위독하다 - 삶이 슬프다 사람이 아프다
김겸섭 지음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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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는 자신을 직면할 때 시작된다여행을 떠나서 여행지만 보는 사람은 진정한 여행을 하지 못한 사람이다자신을 내밀하게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 참 여행자다치유는 자신을 들여다볼 때 가능하다김겸섭 목사의 <사랑이 위독하다>는 가짜와 탐욕에 함몰되어 자신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치유서다. 2014년 <천사는 오후 3시에 커피를 마신다>를 접했을 때 상당히 난감했다산문도 아니고시도 아니었다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심령을 후벼 파는 문장들이 읽는 내내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이번 책은 이전보다 더욱 예리하고 날카로워졌다문장들도 시에 가까워졌다덜어내고 추려내고 적출하여 문장을 날카롭게 벼리고 벼리었다.


크게 두 장으로 구분했다. PART1에서는 사랑은 그 사람의 곁이 되어 주는 것이란 제목으로 인격과 인간관계를 다룬다. PART2에서는 어떤 눈물은 때로 빛보다 눈부시다.‘라는 제목으로 삶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를 풀어낸다저자는 이번 책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집요하게 파고 들어간다그는 첫 장 인격은 할인되지 않는다에서 가격에 종속되어 인간을 상품으로 판단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고발한다상품화된 인간은 철저하게 가격으로 가늠된다작금에 일어나는 대부분의 경제구조와 공부심지어 사랑과 우정까지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저자는 고대와 현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흔적을 찾아 떠난다그곳에서 가격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이야기를 꿰매고 기워 한 벌의 완성된 옷으로 우리에게 보여 준다.


인간은 낙심이 발주(發注하고 실패(失敗)의 소인이 찍한 삶을 살아간다인간 안에는 분노와 좌절우울과 절망이 깊이 스며있다. 3장에서 트롤의 거울은 인간이 누구인가를 보여준다트롤의 거울은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에 나오는 거울이다이 거울은 인간의 단점만을 보여준다인간의 악함과 추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후 이 세상,

선을 악으로 보는 왜곡,

귀한 것을 하찮게 여기는 혐오,

진실을 거짓으로 음해하는 이간질,

이런 추한 것들로

가득 찬 판도라의 상자가 되어 버렸다.”


인문학적 통찰로 가득한 저자의 사색의 길은 인간이란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왜곡되고뒤틀리고우울하고분노하고 있는 현재의 인간들의 근원지를 찾아 떠난다흡사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프로도와 같다저자는 끈덕지게 묻고 따진다도대체 인간들은 왜 이렇게 변질되고 왜곡되었는가세상은 왜 이리 악한가트롤의 거울은 카뮈의 작품 <전락속의 끌라망스에게서 발췌한다그는 멈추지 않는다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자인 하인츠 헤거의 <핑크 트라이앵글>에서 다시 트롤의 거울을 발견한다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도 트롤의 거울을 발견한다그곳에서 발견한 트롤의 거울은 편견이다.


편견은 그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그대를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


트롤의 거울은 불안’(83) ‘생각이 병든 사람’(91), ‘우월감’(93)이다사랑이 위독하다삶이 아프다저자는 계속해서 문제의 기저(基底)를 파헤친다. 1부가 인간의 문제에 천착(穿鑿했다면, 2부는 그 대안을 찾아 나선다사람마다 삶의 정의가 다를 것이다자신의 정의에 따라 치유 대책을 세울 것이다그러나 대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그것은 진정한 치유는 사랑 밖에 없다는 것이다김연수 작가의 말대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사랑은 사람의 일이다.’(180)


여행이 자기를 버림으로 자기를 되찾는 것이라며사랑은 치열한 노동을 통한 삶의 경작이다고대 이집트인들은 청혼할 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그대와 함께 오래집을 짓고 싶습니다.”(175)


관계의 회복은 먼저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한다그러나 그 이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하나님은 자신의 목숨을 다해 사랑하라 하셨고이웃은 내 몸처럼 사랑하라 하셨다사랑의 주체는 여행이 나를 찾는 것이듯사랑은 찾은 나를 발산하는 작업이다자신 안에 발견한 완고함의 돌들을 치우고왜곡과 편견의 쓴 뿌리들을 제거해야 한다평생을 말이다사랑은 일상일 수밖에 없고일상이어야 한다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사랑 그것은,

피와 눈물이 있는 노동이어야 한다.

그래야 균열이 없는 견고를 산다.”(176)


저자의 언어는 단아(端雅하다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장으로 마음을 장악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스토리가 있고논리가 있고성찰이 있다또한 사유의 여백을 둠으로 강요하지 않는다어쩌면 저자의 주장들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이다인문학의 장점이 바로 그곳에 있다어느 광고처럼 '십 년을 입어도 새 옷인 듯새 옷을 입어도 십 년을 입은 듯'하다무리해서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욕심내어 읽고 다음 날 또 읽어도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는다다만 사색할 시간과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는 있어야 한다읽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한동안 하늘을 바라볼 수도 있다문학의 지층 속에서 치유의 보석들을 캐내어 세공해 두었다그저 읽는 것만으로 충분한 위로가 된다삶에 지치고사랑에 아픈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아픈 사람들이 많다. 이 책은 그 어떤 치료제보다 강한 쉼가 묘약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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