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 동네에 살던 한 집이 여수로 이사를 갔다. 당시만 해도 여수는 머나먼 곳이다. 다시 여수로 어떤 동네 아짐을 만난 건 그로부터 약 8년 정도가 흐른 뒤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분은 나를 별로 반기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은 내가 아직 어려 큰 마음이 없었던 같다. 그렇게 난 처음 여수란 단어를 알게 되었고, 처음 여수란 곳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20년이 흐른뒤,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여수의 쓰리고 아픈 이야기들을 알게 된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 여수의 아픔은 '여수 밤바다'로 묻히기엔 너무나 아프고 슬픈 역사다. 한강의 <여수의 사랑>이 특별판으로 제작되어 출간 되고 있다고 한다.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다. 아파서 읽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여수는 두 얼굴이다. 하나는 아픈 얼굴. 다른 얼굴은 낭만의 공간. 나에게 여수는 낭만이 아닌 아픈 얼굴로 다가온다. 여수에 아는 지인에 있어 옛 여수 이야기를 꺼내 말문을 닫는다. 그들에게 여수는 현재로만 기억되고 싶은 것 같다. 과거의 아픈 얼굴을 꺼내는 것은 싫은 가보다. 하지만, 아픔이 사라진 여수, 낭만이 전부인 여수는 과연 여수일까? 그냥 관광지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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