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초롬하게 비가 온다. 봄비에 벚꽃이 흩날린다. 꽃비가 되어 길을 적신다. 대덕말고에 보낸 아들이 친구를 폭행하는 사고를 쳤다. 착하게만 살아온 나로서는 도무지 용납이 되지 않지만 이를 악물고 조용히 넘어 가기로 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돈에 가족들에게 빌려 병원비와 합의금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 사고에 정신줄을 놓을 것 같다.

어제 겨우 식당에 가서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합의하기로 했다. 같은 가해자인 ㅈ의 부모는 적극적이지 않다.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처하다. 아들을 그냥 자퇴시키고 싶은 심정도 든다. 사건 당일, 그리고 그 다음날 아들에게 이번 사건을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16일이 지났다. 어제 피해자 학생들을 퇴원시켰다. 그런데 돌아오면서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죄질이 나쁜 행동들이었다. 작년 가을 흡연 문제도 분명히 다음에 한 번만 피면 그냥 두지 않는다고 경고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아들은 사건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 거짓말을 했고, 흡연도 수십 번을 했다. 경찰서 조서는 모두 아들이 잘못한 것으로만 종결되고 말았다. 번복이 힘들다고 한다. 또한 아들의 죄질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했다. 결국 사건은 점점 안 좋게 흘러갔다.

아들은 나를 배신했다. 모든 것을 용서해 준다고 할 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고, 그동안의 약속을 수도 없이 어겼다. 피해자 아이들을 퇴원 시키고 아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난 아들에게 약속을 이행했다. 만약 옆집 아줌마가 오지 않았다면 아들은 죽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용서한다고 할 때 조차 거짓을 말했다. 아버지의 통큰 용서는 아들의 배신으로 돌아왔다. 피해자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한 없이 미안하고 죄송스럽니다. 다행히 치료가 잘 되어 집과 학교로 돌아갔다.

살다보니 별일이다. 범생으로만 살았던 46년의 세월도 헛헛하다. 인생은 막무가내로 폭주하고 아픔은 파죽지세로 밀려 온다. 그래도 살아야지. 덕분에 친구들도 만나고, 선배들과도 사적인 대화도 나누었다. 늘 피해자의 입장이던 내가 가해자가 되어 인간의 누구인가도 배운다. 삶은 이렇게 성숙해 가는가 보다. 봄비가 흩뿌린 탓인지 벚꽃이 함초롬하다. 내 마음도 그렇다.

오늘도 마음의 키가 1cm 큰다. 몇 년 후면 170은 넘으리라. 빗속을 뚫고 사진을 몇 장 담았다. 마음이 자꾸 가라 앉는다. 그런데 이 놈의 봄은 왜 이렇게 염병하게 이쁜거야.




헛한 마음이 깊어지는 순간에 "위로"가 출판되었다면 지인이 알려 준다. 궁금해 '위로'로 찾아보니 허..... 한 두권이 아니다. 위로, 그 단어만으로 위로가 된다. 읽고 싶은 세 권의 책을 담았다. <달의 위로> <마르바 던의 위로> <뜻밖의 위로> 어떤지 세 권이 모두 달라 보이면서도 같은 저자 느낌이 난다.


마르바 던의 위로는 수년 전에 동일한 이레서원에서 안식으로 출간되적 있는 저자다. 실용적인듯 하면서도 영혼의 울림이 큰 저자다. 이번 책도 수많은 독자들에게 위로를 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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