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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길 - 우리 함께 걸어요
안희정 지음 / 한길사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안희정의 길 / 한길사
정치에 무지한 나에게 안희정은 낯설다. 지인 중의 한 분이 하도 안희정을 칭찬하고 적극적으로 옹호하기에 그의 이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의 기사들을 눈여겨보았다. 그러나 올라오는 기사들은 한결같이 자사의 정치관에 지나친 쏠림 현상을 보여주었다. 어떤 기사는 맑고 투명한 모습을, 어떤 기사는 새누리보다 더 나쁜 변절자로 그린다. 어떤 기사는 안희정을 밀거면 차라리 문재인을 밀어라는 논리가 기저에 깔려 있었다. 안희정, 그는 분명 지금 우리나라 정치 현장에 적지 않는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안희정 자신을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한쪽에서는 극좌파로, 한쪽에서 변절한 정치가고 몰리는 그는 누구일까? 그의 입에서 직접 듣고 싶다. 이 책은 바로 그의 입의 말이다. 들어보자.
여기저기서 찾아낸 그의 이력은 대충 이렇다. 그는 1964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다. 72년생인 나와 고작 8살 많은 형인 셈이다. 64년은 십여 년 전에 그토록 회자되던 386세대의 핵심이다. 그는 7080 청춘 시대를 살았다. 특이하게도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군사정권을 비판하다 제적당한 이력이 있다. 학교에서 퇴출당한 그는 검정 고시로 패스하고 1983년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한다. 1987년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 검거돼 집행유예를 받는 기간 동안 1년 동안 수감된다. 1994년 노무현 참여 정부에서 일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로 1년간 다시 수감된다. 2010년 충남도지사에 당선되고, 2014년 다시 재선되어 현재에 이른다. 안희정의 이력만으로 보면 그는 충실한 민주당이지만, 환경적 배경은 보수적 충남의 성향이 있는 중도보수의 입장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몇 개의 검색으로 그의 성향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게 어렵지만, 최근에 드러나는 안희정에 대한 기사들은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게 해 준다. 자 그럼 그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훑어 읽기
먼저 제목은 ‘안희정의 길’이지만, 부제인지 모를 표지의 글은 ‘우리 함께 걸어요’다. 오른쪽 아래는 ‘정의는 구현하는 일이 우리의 목표입니다.’가 적혀 있다. 아마도 두 문장은 이 책의 핵심이자 안희정을 표현하는 주요한 주제일 것이다. ‘우리’와 ‘정의’는 안희정의 정치 구현의 목표라고 생각해도 될 성싶다. 책을 펴내는 이유를 밝힌 ‘함께 걸으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기 펴내는 이 책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그날그날 적은 저의 자성록(自省錄)입니다. 한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성찰한 한 밤의 기록입니다. 국민 여러분과 의논하고 싶은 주제들입니다.”(8쪽)
적게는 100자에서 많게는 4페이지도 있다. 어떤 글은 연설문처럼, 어떤 글은 개인 사색적인 글처럼, 어떤 글은 대국민 담화와 같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안으로 쓰지 않고 밖으로 썼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생각이 어떤지, 어떻게 정치할 것인지, 어떤 정책을 쓸 것인지를 평이한 문장을 빌어 썼다. 이 글은 분명 개인적인 사색의 글 인과 동시에 민주당원과 국민을 향한 글이다. 사적이며 공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편의 논설문이나 연설문은 아니라도 그의 정치 성향이나 의도를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그렇다면 그의 생각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자. 5장으로 나누어 글을 묶었다. 필자의 소견으로 볼 때 저자의 정치적 성향은 대부분 1장에 있고, 2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개인 사색이 많고, 나머지 장들은 부록처럼 덧붙여져있다. 1.2장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1장 ‘우리 함께 바꿉시다.는 이렇다. 그의 첫 글은 ‘함께, 바꿉시다’란 제목으로 쓴 ‘나의 대통령 출마 선언’이다. 그는 30년 전에 자신과 동년배인 박종철 고문 사건을 언급하며 6월 항쟁이 일어났음을 회상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6월 항쟁 때의 수십 배의 항쟁이 일어났는데도 청와대는 변명과 ‘아니다’라는 논리에 그들의 잘못을 은폐 시키고 있다. 그는 말한다. “여러분, 함께, 바꿉시다.” 맞다. 바꾸어야 한다. 특히 ‘박정희 시대와 작별합시다.’(18쪽)는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 우리나라의 문제의 대부분은 ‘박정희 신화’ 때문이다. 전남 강진이라는 골짜기에 사는 많은 어르신들조차 ‘박정희 신화’를 칭송하고 있으니, 박정희 신화가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있는지 알만하다. 그는 더 나아가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를 통화 ‘힘찬 국방’(21쪽)을, 국민을 위한 ‘민생안보’(21쪽)를, 남북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활기찬 남북 관계’와 ‘아시아 평화공동체 비전’(22쪽)을 제시한다.
‘김대중 정신을 호남에 가두려는 못난 정치인들’(32쪽)을 지적하면서,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주의 통합정신으로 정의. 인권. 평화의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제의한다. 한때 변절자로 낙인찍었던 ‘대연정’과 ‘소연정’ 문제에 대해 그는 박근혜 최순실. 새누리를 용서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의 정치’이라는 대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38쪽) 정치의 문외한에 나에게 안희정의 연정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다.
2장 ‘우리는 모두 친구입니다.’는 민주의 원론에 가까운 이야기가 많다. 박정희와 작별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세대가 아닌 ‘시대교체’(47쪽)라고 표현한다. 그가 말하는 시대교체의 의미를 정의한 바 없어서 모호하긴 하지만 그의 주장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21세기 민주주의(48쪽),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경제(49쪽), ‘연고주의’ 타파(53쪽) 등이다. 민주주의는 문제 해결을 ‘대화’(57쪽)로 하고,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자주국방’(69쪽)이며, ‘경쟁과 협력’(103쪽)의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비평적으로 글을 읽지는 않았지만, 조금 의아한 부분들이 보인다. 특히 시장경제와 사드 배치 문제, 현 정권에 대한 시각은 보수를 염두에 둔 의도적 발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안희정은 필자의 정치적 성향과 대부분 일치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보다 높게 평가한다. 보수를 끌어안으려는 그의 시도가 어디까지 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염려와 기대를 동시에 하게 된다. 그가 말한 대로 ‘국가는 곧 국민’이고, ‘국가는 국민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한다.’(122쪽) 난 아직 문재인에 가깝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두고 볼 일이다. 안희정의 대선 선언을 반대하지 않는다. 제목처럼 ‘정의를 구현하는’ ‘안희정의 길’을 기대한다. 앞으로 더 좋은 정치가로 세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