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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싸우지 않는 지혜 - 인연 따라 간결하게 산다
곽철환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4월
평점 :
일단 제목이 좋다. '인생과 싸우지 않는 지혜' 그렇다면 동반한다는 말인가? 표지에 적힌 '인연 따라 간결하게 산다'는 표현은 조금 모호하다. 저자의 이름은 곽철환, 동국대 출신이며, 아마도 글 쓰는 스님? 아닌가? 하여튼 그런 분이다. 지금까지 쓴 책도 적지 않아 보인다. <불교 길라잡이> <이것이 불교의 핵심이다> 등을 썼다고 소개한다. 처음 접하는 저자다. 기독교인인 내가 불교 책을 접할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적지 않게 읽는 편이다. 많은 불교 관련 저자들이 있지만 정찬주 외에는 기억나는 이이가 없다. 그만큼 불교 쪽에서는 문장력 있는 이들은 적은 것 같다.
몇 달 전 안도현 시인의 <잡문>처럼 짧은 글로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걷다가 생각나면 적고, 눕다가 생각나면 적은 글이다.
생각이 여러 군데 가는 것 같아도
가는 데는 딱 두 곳이니
과거와 미래다.
그 생각들은 다 자신이 '꾸민 이야기'고 허상이다.
뭐 이런 식이다. 또 하나를 옮겨보자.
생각이 일어나니
온갖 분별과 차별과 개념이 생긴다.
중생은 그것을 고정된 실체로 여겨 얽매이고 집착하지만,
그것은 생각이 일으킨 허구다.
작년 여름 불교 관련 서적을 수십 권 사서 읽었다. 결론을 내릴 수야 없지만 나름 생각을 정리하면 불교는 종교가 아닌 철학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불교에 교리는 없다. 다만 여러 가지 득도의 과정이 있을 뿐이다. 불교를 공부하다 발견한 것 하나는 힌두교가 훨씬 오래된 종교로 알았는데 아니었다. 불교는 기원전 6세기에 발흥했고, 힌두교는 불교가 인도에서 수그러들자 반동으로 발생한 토속 종교였다. 그래서 힌두교를 불교 훨씬 이전으로 돌리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억지스럽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불교는 훨씬 원시적이다.
어떤 말을 듣든,
어떤 일이 일어나든,
집착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이게 수행의 시작이다.
명료한 이성적 이해를 요구하는 성향을 가진 기독교인이 불교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불교는 무와 허를 추구하는 득도(불교에서는 득오得悟라 부른다.) 를 추구한다. 실제로 초기 불경을 보면 굉장히 유치하고 인간적인 면이 강하다. 이것은 성경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체계화되고 관념화된다. 개인적 사견이지만 불교의 관념화는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마음이 오염되었다는 것은
2분의 분별과 감정에 물들었다는 뜻이다.
아직 불교를 이해하기엔 마음의 그릇이 작은가 보다. 난 정찬주의 책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