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산문 읽기
곽재구 교수의 산문집인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을 읽고 있다. 곽재구 라는 이름을 알게 된건 순전히 이 책 때문이다. 이 책보다 곽재구 교수는 <곽재구의 포구기행>이 유명하다. 이곳에 보면 장재인이란 교사 이야기가 나온다. 곽재구는 장재인에 대해 이렇게 첫 문장을 시작한다.
"세상을 붙잡으려다 처자를 버리고, 이제는 처자를 부여 안기 위하여 세상을 버리려 합니다. 불행한 사람의 삶에 뛰어들어 고생만 하던 고마운 아내!"
사실 이 문장은 곽재구의 것이 아닌 장재인의 유서의 첫 문장이다. 오공시절 민주화 투쟁의 삶을 살아가던 그. 그는 선생님이었다. 더 긴 이야기는 풀어 놓지 않아 그의 생애는 잘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아이들을 끔직히 사랑한 바보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1990년 9월 1일 오후 두시 사십분, 영동 고속도로 상행선 육십이킬로미터 지범에서 강원여객 직행 버스가 과속으로 빗길을 질주하다 섬강교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탑승객 스물여덟 명 중 스물네 명이 사망한 대형 사고였다. 이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한꺼번에 잃게 된 장재인이라는 앞서의 사내는 사고 발생 보름 만에 열여덟 페이지에 달하는 긴 유서를 남기고 이 지상을 떠났다." 204쪽
장재인은 아내를 사귀면서 <별>이라는 시를 쓴다. 아래는 별의 전문이다.
별을 알기 전
가득함을 알았지만
별을 알고 나서
빈 마음을 알았습니다.
별을 알기 전
신념의 풍요를 알았지만
별을 알고 나서
풍요는 갈증에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던가 별이 들어온 날
가슴은 별로 가득하였지만
그때부터 한 구석 빈 마음임을
개달았습니다.
별을 알기 전
고요인 줄 알았던 것이
별을 알고 나서 그것이
소용돌이 임을 알았습니다.
곽재구는 이렇게 평한다.
"별을 알기 전에는 고요인 줄만 알았는데 그것이 소용돌이라는 인식의 발견은 직접 그 별과의 추억에 잠기지 않은 사람에게는 쉬 찾아올 수 없는 것이다."211쪽
70년대 80년 학번을 가진 이들이라면 오공 육공의 군화발을 잘 알 것이다. 그가 말한 별은 바로 그 당시를 상징하는 언어다. 장재인을 소설화한 조해인은 <섬강에서 하늘까지>에서 장재인과 아내의 최영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검색해 보니 없다.

모호하다. 그가 정확하게 어떻게 살았는가 없다. 단지 지금 같은 선생이 아니었다는 것, 그가 죽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곽재구는 장재인이란 사람을 단지 그가 쓴 글 때문에 소개하는지 모르겠다. 곽재구의 글은 묘한 아련함이 있다.
이 책은 이미 절판 되었고 다시 재판할 생각은 없는가 보다. 안타깝게 중고 가격이 1000원이다. 이런! 이런 책이 천원이라니.
요즘은 산문에 끌린다. 이것 저것 집어 들고 읽는다. 그중에서 최고는 역시 고인이된 박완서의 산문이다. 작년에 사 두었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다시 읽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