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교회 블라블라 목사님 - 유쾌명쾌한 이야기 목회상식
김기목 지음 / 샘솟는기쁨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하하하 교회 블라블라 목사님] 

섬뜩한 목회적 통찰이 나를 비춘다.

 


웃겨! 제목을 보는 순간 나노 모르게 든 생각이다. 그냥 웃고 말 제목이다. 특이한 제목의 책이 많다지만 이런 제목 처음이다. 저자인 김기목목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다듬어서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곳에서 김기목목사는 글 사이에 또는 글 마지막에 하하하웃음을 집어넣는다. 그런데 블라블라는 무슨 뜻인가? 내가 잘못 읽지 않았다면 아마도 영어에서 가져온 표현인 듯하다. 영어에서 블라블라(blah blah)는 우리나라 말로 어쩌고저쩌고이다. 예를 들어 그들은 나에게 지난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쩌고 저쩌구(블라블라)했다.’ 굳이 번역하지면 사사로운 이야기, 중요하지 않는 일상의 이야기인 셈이다. 정말 그런 뜻으로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지는 알 길은 없다. 저자에게 직접 물어볼 일이다. 책을 읽어봐도 하하하에 대한 설명은 있어도, 블라블라에 대한 설명은 없다. 문맥 속에서 블라블라를 찾아보자.

 

우리교회에서 가장 영어를 잘한다는 그녀인데,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잘 일하고 있었는데, 원어민 교사에게 1등자리를 내어주게 되어 섭섭하지 않을까? 블라블라! 이제 2등으로 물러나야 하는데 시험에 들면 어쩌나?(75)

 

이 문장에서 블라블라의 뜻이 명확하지 않다. 다른 곳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더 궁금해진다.

 

책의 몇 가지 특징을 찾아보니 목회적 예리함이 유머와 미소라는 거푸집 속에 숨어있다. 언뜻 보면 가볍고 유머가 가득하다. 그러나 한 참을 웃다보면, ‘이렇게 목회하면 되겠다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교우들의 추천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된장국’ ‘구수한’ ‘농부’ ‘이웃집 아저씨란 단어들이 유난히 많다. 저자인 김기목 목사의 성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조인숙 권사는 여기에 목동 다윗처럼 양떼를 지키고 보호하는 면에서는 철저하고 단호하다고 덧붙인다. 과연 맞는 말이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라하지 않던가. 때론 부드럽게, 그러나 위기 속에서는 강열하게 대응하는 김기목 목사의 목회 철학이 담겨있다.

 

타자(他者)는 거울이다. 나는 김기목 목사에게서 나의 추함을 본다. ‘참을 것을’(115)이란 글에는 남아공에서 일어났을 일을 이야기 한다. 아침에 샤워를 하는데 배수구로 물이 빠지지 않는다. 삼일을 사용하다 사흘을 지내다 다른 방으로 바꾸었다. 다음 날, 샤워를 하는데 찬물만 나온다. 다른 방으로 또 옮겼다. 웬걸! 샤워기가 없어 욕조에 물을 받아 사용해야 했다. 마지막에 이렇게 고백한다.

 

숙소들을 돌이켜보면 맨 처음 숙소가 가장 좋았다. 조금 불편해도 조금만 참, , 참을 것을! 감사하게 사용할 것을! 싸고 좋은 방을 찾아보아라. 그런 방은 없더라.”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문장이다. 나 또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이 옮겼던가. 저 곳은 좀 더 좋으리라. 저곳은 좀 더 나으리라. 허망한 기대를 품고 옮겨 보지만, 맘에 드는 곳 단 한 곳도 없다. 지나보면 이전에 있었던 곳이 더 좋았다. 지금 이곳에 만족하지 못함으로 약간의 더 나은 곳을 찾다보면 결국 더 나쁜 곳으로 옮겨지기 마련이다. 희망을 버리란 말이 아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난 그렇게 읽었다.

 

돌팔매질’(173)을 읽을 때는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이 들었다. 어느 날 한 성도가 등록한다. 그는 이전 교회를 불평하며 불만을 쏟아 놓는다. 저자는 동조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성도가 다른 교회로 옮겼다. 목사는 안다. 그렇게 옮기는 것이 목사들의 마음을 얼마나 찢어 놓는지.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성도가 그 이전 교회, 그러니까 저자가 섬기던 교회와 저자를 비판하고 다니며 다른 성도들에게 교회를 옮기라고 꼬드겼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말미(末尾)에 이렇게 회개한다.

 

그런데 그 분이 우리 교회에 등록할 때 늘어놓은 온갖 불평에 은근히 맞장구를 쳤던 내 모습이 다시 떠올라서 더 놀랐다.”

 

나다. 누구도 아니다. 바로 나의 모습이다. 김기목 목사는 나의 거울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그런데 나를 알지 못하고, 적도 알지 못하니 무슨 전쟁을 할 수 있으랴. 부끄럽고 안타깝다. 대부분의 글에 나오는 하하하도 이 글에는 없다. 진중(鎭重)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省察)이다. 이 책으로 나를 보았고, 나의 삶을 보았다. 김기목 목사는 나를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다. 그래서인지 살짝 겁도 난다. 나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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