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시간] 세월호를 침몰 시킨 자본주의 바이러스

 

지난 달 읽었던 책 아우슈비츠의 생존작가였던 프리스 레비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에서 레비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건 생존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기적인 자들이었고, 증언자들 역시 못되먹은 인간들이라는 점이다. 즉 정말 고통을 당하고, 참 증언을 해야할 이들은 대부분 죽었고, 극소수 남은 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증언하는 이들, 자신들이 아우슈비츠에서 고통을 당했다고 입을 여는 이들은 진짜 증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짜들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증언자들이 것이다. 유대인들이면서 독일군이 주는 사소한 혜택 때문에 유대인들을 화장시키는 일을 했던 특수부대들의 이야기다.

 

"특수부대의 생존자들 운 좋게 죽음을 모면한 극소수였다. 해방 후, 그들 중 누구도 흔쾌히 당시의 이야기를 전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경악스러운 경험을 말하지 않았다. 이 부대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이 생존자들의 '교사자들'의 시인에서 나온 것이며, 우연히 특수부대와 접촉할 기회를 가졌던 독일인 또는 폴란드인 '민간인들'의 진술에 담긴 암시들로부터 나온 것이다."(57쪽)

 

기억이란 믿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왜곡되기 마련이고, 어떤 이들의 수작에 휘말려 전복되기도 한다. 세월호 사건이 아직도 진행중인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다른 것이 아닌, 증언자들의 기억을 보존하고 문자화 시켜 기록하는 일이다.

 

 이번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화 모임에서 세월호에 대한 증언들과 사건들을 하나하나 추려내어 정리하고 있다. 그 처음 책을 우리 앞에 내 놓았다.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이란 제목으로 출간 되었다. 반드시 잊지 말아야할 중요한 기록들을 민변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 환영하는 바이며, 앞으로 더 많은 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이렇게 추천했다.

 

 부패와 비리, 부실과 무능, 이기심과 탐욕으로 빚어진 세월호 참사의 비극은 대한민국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은 2014년 4월 16일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합니다. 민변의 기록은 그 디딤돌이 되어 진실에 다가서는 데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_박원순(서울시장)


머리말은 세월호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국가기관이 결탁한 부조리와 부패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광화문에서 아직 나오면 안 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결코 단순한 교통사고나 조류독감 같은 전염병이 아니다. 그것은 ‘돈’과 ‘권력’을 성공의 잣대로 평가하고, 사람의 안전과 생명마저 비용의 문제로 취급해온 정부의 정책과 제도 그리고 그에 편승한 기성세대가 빚어낸 사회구조적 재앙이다. 선박의 침몰은 기업과 이를 감독할 국가기관이 결탁한 부조리와 부패의 결과일 뿐 원인일 수는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다. 얼마 전 <니가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감히 서평을 올리지 못했다. 진한 감동에 걸맞지 않게 내용이 복잡해 무슨 말을 써야할지 난간했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은 감동과 치밀한 플롯이라는 내공이 있기 때문에 다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책들마다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책 역시 최고의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목이 절발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제목부터 남다르다. <공허한 십자가>는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에 대한 사회적 판단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우발적 범죄이기 때문에 그들을 용서해 주거나 감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난다. 그러나 피해자의 가족들은 그들에게 치를 떤다. 왜 무엇 때문에 그을 용서해 주어야 하는가.

이 책은 마치 세월호를 침몰시킨 주범들과 그들을 조정했던 국가기관에 대한 이야기 일수도 있다. 정부는 아직도 세월호는 우발적 교통사라고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은 의도적 침몰이라고 말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번책은 지금 우리나라의 이야기다. 아마도 많은 팬들을 이끌어 낼 것이다.



마지막 한 권 더 추가 한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다. 피케티 교수는 '피케티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파리경제대 교수로 제직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가 자진 불평등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그는 돈이 돈을 증식하는 자본수익률이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경제성장률를 앞서가고 있다고 말한다.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돈이 돈을 낳는다는 말이다. 가진 자는 더 많이 갖게 되고, 가난한 사람은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해질 뿐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최근에 나온 경제학 서적 중에서 가장 탁월한 책이라고 감히 말한다. 



누군가 그랬다. 세월호가 침몰한건 결국 돈이었다고. 일하지 않고 돈을 먹어대는 그 괴씸한 놈들 때문이라고. 아직 세월호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좀비들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바이러스를 박멸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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