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 45회 

창비출판사에서 역사를 읽다.


창작과 비평사, 이름은 자주 들었다. 어디서 무엇 때문에 들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도 마케팅을 빡씨게 하는가 보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오는 잡지를 몇 번 사본 기억이 있다. 문제는 한 두장 읽다가 대부분 접었다는 것. 생각보다 글이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문학에 대한 인문학적 교양을 높이려는 꼼수가 탄로난 셈이다. 그 후로 창작과 비평사는 거의 읽지 않았다.


그러나 우연이 필연 속에서 조우하는 법이지 않는가. 현대사에 대한 호기심에 하나둘씩 사모은 헌책 중에서 창작과 비평사의 책이 몇 권 있었다. 이건 무슨 일인가? 진보적 성향의 책이지 않던가. 궁금해 지기 시작한다. 지금 나의 손에 들려 있는 책이 강만길의 <한국현대사>다. 서문에 보니 1984년 5월 7일이다. 


디자인이 그야말로 7080이다. 시커먼 바탕에 회색 글씨로, 한자로 한국현대사가 투박하게 적혀 있다. 



아직도 있을까? 궁금해서 검색한다. 오호.... 있다. 서문에 보니 일제강점기를 서술한 <한국 근대사>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한국 현대사>를 저술했노라고 고백한다. 이 책 말고도 역사 관련 다른 책 몇 권도 보인다.
















저자 파일을 다시 검색해 누군지를 좀더 알아 보기로 했다. 33년생이고, 경남 마산 출생, 일제강점기를 거쳐, 고려대를 졸업, 고려대 교수, 유신 비판,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통일고문을 맡았다. 역시 그랬구나. 뭔가 다르다 싶었다.  


강만길

193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소년 시절, 일제강점 말기와 해방정국을 경험하며 역사공부에 뜻을 두게 되어 고려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원에 다니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일하다 1967년 고려대 사학과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1972년 ‘유신’후 군사정권을 비판하는 각종 논설문을 쓰면서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광주항쟁 직후 항의집회 성명서 작성과 김대중으로부터 학생선동자금을 받았다는 혐의 등으로 한 달 동안 경찰에 유치되었다. 그해 7월 고려대에서 해직되었고, 1983년 4년 만에 복직하여 강단으로 돌아온다. 이후 정년퇴임 하는 1999년까지 한국근현대사 연구와 저술활동을 통해 진보적 민족사학의 발전에 힘을 쏟았으며, 2001년 상지대학교 총장을 맡아 학교운영정상화와 학원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다. 김대중정권부터 노무현정권까지 약 10년간 통일고문을 역임했고,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남측위원회 위원장,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광복60주년기념사업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 재단법인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을 설립해 젊은 한국근현대사 전공자들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청명문화재단’이사장으로서 임창순상을 제정해 민족공동체의 민주적 평화적 발전에 공헌한 사회실천가들의 업적을 기리며 한국학 분야의 연구를 장려하고, 청명평화포럼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지향을 모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이며 대표 저서로는 『조선후기상업자본의 발달』,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일제시대 빈민 생활사연구』, 『통일운동시대의 역사인식』, 『고쳐 쓴 한국근대사』, 『고쳐 쓴 한국현대사』, 『한국민족운동사론』, 『20세기 우리 역사』,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 『역사가의 시간』등이 있다. 


아직 창작과 비평사의 이야기를 끝이 아니다. 위키백과를 검색해 보았다. 


주식회사 창비는 대한민국의 출판사이다. 2003년에 사옥을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출판단지로 이전하면서 사명을 창작과 비평사에서 창비로 고쳤다. 1966년 1월 계간지 《창작과비평》의 창간과 함께 모습을 갖추어, 1974년 비로소 출판사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당시의 시대적, 정치적 정황과 맞물려 민주화를 열망하던 지식인 사회의 통로 역할을 하였다. 또한, 창비는 주식회사 창비에서 발간하는 계간지 《창작과비평》의 약칭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출판사 이름이 창작과 비평사 아니라 요즘은 '창비'로 써있다. 2003년에 파주로 옮기면서 창비로 변경했다. 어떤 책이 나오는지 좀더 검색해 보았다. 김용택 시인의 책이 많이 눈에 띈다. 유명한 시인이지만, 요즘처럼 시를 읽지않는 시대에 시집을 많이 낸 걸 보니, 적자 좀 날 것 같다.  소개문에 '민주화의 열망'이란 문장에 유독 눈에 들어 온다. 김용택 시인 민주화의 주역이 아니던가. 문학과 민주화, 어색한 조우인듯 하지만 나름 잘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의 눈에 들어오는 건. 바로 이 책. <도가니> 2009년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책이다. 영화로도 제자고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킨 책이 아닌가. 그 책이 바로 창비에서 출간 된 것이다. 광주 인화학교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다룬 넌픽션 소설인 셈이다. 공지영 작가는 인화학교에서의 일이 영화보다 더욱 잔인하고 강했다고 말한다. 


공지영은 “아이들은 성폭행 뿐 아니라 일상적인 폭력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저녁에는 점심때 먹고 남은 것을 한데 섞은 꿀꿀이 죽 같은 것을 아이들에게 먹게 했다. 때문에 아이들은 라면이나 과자를 먹을 수밖에 없었

다”라고 말하며 얼굴을 굳혔다. 


공지영은 “어느날은 아이들을 찾아 떡볶이를 만들어 주며 이야기를 하는데 한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다른 아이들도 나에게 이르듯이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놨다. 아이들이 나를 믿는게 느껴졌고 나를 믿는 만큼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출처 스포츠동아)


 정말 중요한 문제는, 인화학교가 아니라, 인화학교와 손을 잡은 공무원들. 온갖 비리를 눈감아주고 그 대가로 많은 돈을 받은 비열한 공부원들. 저들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책은 뭘까? 유흥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와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 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괭이부리말 아이들>도 보인다. 늦게 읽기 시작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도 보인다. 꽤 저력있는 출판사가 분명하다. 베스트셀러에서 역사의식이 깨어있는 책까지 다양하게 출간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이전에도 잘 했고,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잘하길 응원해 본다.
















"헌변경찰 제도를 폐지하며 유화정책을 쓰는 체하면서도 보통경찰을 3배 이상으로 증가시켜 식민지 지배를 더 강화한 점에서 '문화 정치'의 기만성이 드러나지만, 그보다도 친일세력을 확대시켜 독립 운동 전선을 분열시킨 점이 '문화정치'의 본질이었다."

강만길 <한국현대사>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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