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베개 출판사에서 책의 가치를 발견하다
돌베개 출판사를 알게 된 건 순전히 세월호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돌베개에 관심도 갖지 않았을 것이 뻔하다. 돌베개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이 있다 하더라도 주의깊게 살피지 않을 터. 이번 세월호 사건은 돌베개에대한 각인의 시간이었다.
돌베개는 '베개 삼아 베는 돌'이 아니던가. 왜 굳이 돌베개일까? 딱딱하고 힘든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던가. 야곱에 에서를 피하여 도망가다 벧엘에서 밤을 맞는다. 그곳에서 쉴터도 찾지 못하고 돌을 베개하여 잠을 청한다. 혹여나 이른 뜻은 아닐까. 돌베개 출판사를 찾아 보았다. (돌베개 홈페이지)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돌베개는 유신 체제가 종말을 향해 나아가던 1979년에 창립되었다. 이름은 일제치하에서 학병으로 끌려 갔다고 탈출하여 광복군에 참여 활동하던 장준하 선생의 항일 수기집 [돌베개]에서 따론 것이라고 한다. 고달픈 삶을 말하려는 것이다.
친절하게 그동안의 자취와 앞으로 일을 간략하게 정리해 놓았다. 참 좋다.




책을 찾아보니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즐비하다. 출판사를 모르고 가지고 있던 책도 몇 권 보인다. 신영복 교수의 <강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벌써 몇 번째 읽고 있는지 모른다. 정말 좋은 책이다.
김구선생의 <백범일지>와 신영복 교수의 <나무야나무야> 조영래의 <전태일평전> 김규항의 <예수뎐> 도 갖고 있다. 전해 생각지못했다.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팩트에 천착하고 성찰을 요하는 책들이다. 공허한 이론이 아니면서도 진실과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가라 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최우선 구입계획이다. <운명이다>와 <노무현 김정일의 246> <국가란 무엇인가>는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을 읽어주는 책이다. 특히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독재의 소유물이 아닌 모든 국민의 것임을 천명하다. 이것이 중요하다.

경제체제에 대한 책들도 있다.
수전 캠벨 바톨레티의 <검은감자>도 눈에 들어 온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아일랜드 대기근을 다룬 작품이다. 기근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였음을 보여준다. 충분히 모두가 살 수 있었음에도 기득권층의 욕망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했다. 유시민의 <대한민국개조론>과 에바 일루즈<감정자본주의>는 자본주의 배후의 비극적 욕망을 다룬다. <감정자본주의>에 대한 출판사의 평을 잠깐 들어보자.
‘심리학’은 이제 단순히 하나의 분과학문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실생활에서 참조해야 할 지침이자 회사 경영 전략과 국가 정책의 중요한 원리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인 낙관성, 몰입, 사랑, 창의성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미국발 ‘긍정심리학’ 운동의 영향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몰입』의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이제까지의 심리학이 심각한 신경증의 진단과 치료에 집중해왔던 것을 한계로 지적하며, 21세기 심리학이 나아갈 방향으로 ‘긍정심리학’ 운동을 제안한 바 있다. 『아메리칸 사이콜로지스트』는 ‘긍정심리학’을 몇해째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양산될 수밖에 없는 다수의 낙오자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갖가지 새로운 자기계발 프로그램이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견뎌내도록 강요당한다.
긍정심리학 이면에 숨겨진 자본주의 간교함이 드러난다. 이것도 자본주의 모략인가? 전우용의 <서울은 깊다>는 의미심장하다. 서울을 시공간 속에서 존재론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해 준다.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우리 일상의 언어와 공간을 이야기 한다.
저자는 서울의 과거와 현재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그 표피에 가려진 다양하고 심오한 의미와 사연들을 들추어낸다. 먼저 ‘서울’이라는 말의 본 의미를 살피는 데서 시작해, 서울에 대한 종합적인 해설과 비평을 시도한다. ‘똥개’, ‘땅그지’, ‘무뢰배’, ‘깍쟁이’ 등의 유래를 추적해 오래전 서울의 생태와 풍속을 생생하게 되살려내는가 하면, 청계천, 종로 거리, 덕수궁 분수대 같은 상징물들의 변화에 담긴 의미를 과감하게 추리해내기도 하고, 또 물장수, 복덕방 같은 사라져버린 문화를 회고담처럼 들려주기도 한다. 이 풍성한 이야기들의 바탕에는 소비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현대 도시, 현실과 멀어져 장식품으로 전락한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깔려 있다.
정말 이 책들이 다 돌베개 출판사의 것이었단 말인가? 열하일기, 책의 탄생, 한글의 탄생, 다산의 마음.
정말 멋진 출판사다. 이젠 돌베개 출판사의 책들을 야금야금 씹어 먹을 생각이다. 잘 소화하면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멋진 남자로 환생할 것이다. 돌베개가 촉매 역할을 해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