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 37회
세상의 모든 책을 탐하다
아내가 물었다.
"책 사고 싶어요?"
"응"
"얼마면 되요?"
"..."
수억을 준다한들 다 못살까? 하지만 가정 형편을 생각하면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월 들어 지불한 책값이 벌써 30만원을 넘었다. 주머니 사정이 사정인지라 꾹 참아야 한다. 그런데 아내의 느닷없는 말에 가슴이 뜨끔해진다. 어려운 형편인줄 알지만 남편이 책을 사고 싶어 하는 마음을 보니 안쓰러웠던 게다. 아내 앞에서 철없이 생색낸 것이 미안하다.
"괜찮아요!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 당장 필요한 게 아니다. 생존에 결부된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렇게 자위하며 거절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침대나 소파를 사라고 했다. 인생이란 영원한 갈망이 분명하다. 살기 위해서 에너지가 필요하다. 채워지면 곧 소비되니 다시 결핍 현상이 일어나고 다시 갈망하게 된다. 이런 순환 속에서 생명은 존재하고 현재를 만들어 나간다.
아쉬운 마음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몇 권 빌려 왔다. 맘에 드는 책들이다. 꼭 사고 싶은 책들이고. 특히 책의 역사나 책 만들기, 아니면 독서가 들어가는 책들이 좋다. 한 사람이 빌릴 수 있는 최대치는 5권이다. 2주 동안 읽고 반납하면 된다.
1. 조던 메터의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2. 이현우의 <책을 읽을 자유>
3. 정명희 외 <책 세상을 탐하다>
4. 김무곤의 <종이책 읽기를 권함>
5. 마거릿 윌리스의 <독서의 탄생>
조던 매터의 책은 기발하다. 재미있다. 웃음이 나온다. 이런 책 정말 좋다. 춤이라는 한 가지의 주제로 삶을 표현하는 방식이 새롭고도 즐겁다. 이현우의 <책을 읽을 자유>는 알라딘에서 정평이 난 서평가이므로 눈여겨 볼만한 책이다. 내내 서재 글만 훔쳐보다 책으로 만나니 이 또한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세상 모든 책장>은 앞으로 지을 도서관을 위한 참고로 사용할 것이다. 책장은 책을 보관하는 것만으로 한정시키기엔 아쉽다. 이 책은 책장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아우러진 멋진 책이다.
출처: <세상모든책장>
요즘은 유난히 독서를 위한 '공간'에 관심이 많아졌다. 독서와 공간은 불가분의 관계다. 딱딱하고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권장은 어리석은 짓이다. 아늑하고 따스한, 적어도 편언한 공간이야말로 독서의 최적의 장소다. 그래서 집을 도서관처럼, 도서관을 집처럼 꾸미고 싶다. 도서관에 대한 책들과 독서 공간으로서의 집을 찾아 보았다. 의외로 많은 책이 있다. 이 책들도 돈이 허락하는대로 모두 구입할 작정이다. 도서관이 된 우리집을 상상하니 아찔할만큼 황홀하다. 둘째는 벌써 거실에 퍼지고 앉아 책을 읽는다. 단, 이불을 깔아 놓고. 푹신하고 편해서 책 읽기에 딱이라고 한다.
공간은 그릇이다. 밥을 먹기 위해 커다란 양푼이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밥맛이 될 것이다. 반대로 라면을 먹는데 공기밥그릇을 사용한다면, 라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공간과 독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어떤 곳에 담느냐는 곧 독서의 맛을 어떻게 즐기느냐와 결부된다. 책을 담는 공간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책 맛 제대로 살려내는 공간에 책을 담고 싶다. 난 이 책들을 몽땅 살 것이다.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가득하다. 출판하지 못한체 묻힌 나의 글을 나만의 책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다. <예술제본>이 바로 그런 책이다. 책의 역사를 통해 책의 변천과정과 전망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크다. 지금껏 독서의 역사만을 추적했지 책 자체를 추적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책의 역사를 살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벌써 즐겁다. 세상의 모든 책을 사고 싶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