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 22회 독학의 기술
내가 즐겨 읽는 책 중에 가토 히데요시의 <독학의 기술>이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히데요시는 진짜 공부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고 혼자서 배우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물론 독학이 홀로 독(獨)이란 문자를 사용하기에 혼자 배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공부는 함께 배우는 것이며 인격과 인격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독학(獨學)이란 단어가 썩 나쁘지 않는 이유는 인간은 본시 혼자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일어서려는 자립적 존재로 서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부도 혼자 스스로 하는 것이다.
공부란 무엇인가?
먼저 공부가 무엇인가를 질문(質問)해 보자. 공부의 어원을 찾아보면 이렇다. ‘공부(工夫)’에 ‘하다’가 붙어 ‘남자가 기술을 연마하다’는 뜻이 된다. 뭔가를 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이 공부다. 쉽게 말하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근래는 좀더 확장하여 인생공부, 사람공부 등 기술적인 측면이 아닌 배움에 관련된 모든 것에 ‘공부’라는 단어를 사용 한다. 저자는 공부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고 있지 않지만 원뜻인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쯤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침팬지 연구의 최고의 권위자인 제인 구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오로지 침팬지 연구에만 몰두하여 어느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단계에 올랐다. 박사학위도 없지만 그녀에게 감히 침팬지에 대한 이야기에 토를 달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수십년을 침팬지와 함께 생활했고, 그들과 대화하며, 소통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침팬지에 대한 앎은 그녀가 최고다. 이것이 공부인 게다.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여 탁월한 업적을 쌓는 것이 최고의 공부이다.
중국고전인 고문진보(古文眞寶)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책으로 인해 부해지고, 부자는 책으로 인해 존귀해 진다.’고 했다. 저자는 책이야 말로 직접 아프리카로 가지 않아도 되는 최고의 배움의 도구로 ㅜ추천 한다. 전에 읽었던 <독학의 권유>도 그런 의미의 이야기다. 필자가 좋아하는 글쓰기 공부에 관련도 책을 찾아보니 역시 있다. 미술은 어떨까? 그것도 역시 혼자 할 수 있다. 책만큼 좋은 스승도 없다.
꿈을 이루는 방법
제인 구달 이야기를 더 해 보자. 열여덟 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런던으로 상경, 비서로 취직하여 타자치는 사무직 여성이 된다. ‘그녀는 런던 거리에 있는 몇 십만 명의 평범한 여성들 중 한 명일 뿐’(12쪽)이었다. 그는 아프리카로 오라는 초청을 받고 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 시골로 내려가 웨이터를 하며 돈을 모은다. 비행기 표를 사서 아프리카로 간다. 케냐에 도착한 그는 친구 집에 머물 수 없어 일자리를 찾는다. 동물을 좋아하는 그녀는 영장류 연구로 유명한 리키 박사의 비서가 된다. 다시 비서직에서 연구직으로 자리를 옮긴다. 침팬지가 있는 곳으로 수년 동안 공동생활을 하며 꼼꼼하게 그들을 살피며 메모 한다. 그렇게 살피고 연구한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인간의 그늘에서-제인 구달의 침팬지 이야기>가 그 주인공이다. 경이로운 극찬을 받았다.
제인구달의 행로를 추적해 보자. 먼저, 꿈이 생겼다.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로 돌아와 돈을 벌었다. 아프리카로 날아가 꿈을 구체화 시키며 한 분야에 몰두했다. 그리고 꿈을 이루었다. 공부는 바로 이런 것이다. 대학도 나오지 않는 그가 침팬지 최고 권위자가 되었다. 단지 책 한 권으로 말이다. 열정을 가지고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어 있는 법이다.
공부의 방법을 찾아보자. 저자는 공부의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추려서 정리 해 보았다.
1. 책을 읽어라.
중국고전인 고문진보(古文眞寶)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책으로 인해 부해지고, 부자는 책으로 인해 존귀해 진다.’고 했다. 책은 가장 싼 가격으로 가장 비싼 정보를 얻는 최고의 방법이다. 직접 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시간과 경제적 면에서 본다면 책처럼 저렴하고 탁월한 것은 없다. 책은 수만 가지 주제를 수억의 사람들이 각각의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하여 적은 것이다. 그러니 책보다 더 좋은 도구도 없다. 충동적으로 책을 구매했던 저자의 고백이다.
“나의 인생은 곧 책 사재기 인생이며 한 페이지도 펼쳐 보시 못한 어마어마한 양의 책에 둘러싸여 살아갈 운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손에서 놓지 말라고 당부한다. 시시 때때로 책을 읽으면 얼마든지 공부를 할 수 있다.
2. 훌륭한 멘토를 찾아라.
사람만큼 인생의 방향과 모양도 다양하다. 그럼 어떤 인생을 살아야 잘 살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고민을 더는 방법으로 멘토를 찾으라고 권한다. 멘토는 마치 잘 닦여진 길과 같다. 부산에 가려면 부산으로 가는 길을 가면 될 일이다. 내가 무언가 되고 싶다면, 내가 되고 싶은 삶을 살았던 사람의 전기를 읽고 그대로 살면 된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비슷하게는 된다. 대가가 되기 위해서 대가의 글을 베껴 쓰고, 대가의 지도를 받는 것처럼 멘토를 찾는 것은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법 중 하나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하는 막연한 질문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전기를 펴서 읽는다. 그리고 거기서 삶의 지침을 끌어낸다. 전기를 통해 배우는 것은 ‘이상적(理想的)인 인생이다.”(67쪽)
3. 창조적 능력을 길러라.
적극적 공부는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창조적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기존의 방식에 ‘왜?’라는 질문을 던짐으로 시작한다. 어른들은 대개 아이들이 질문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버릇없다고 생각한다. 수긍하는 것으로 최고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공부 방식이다. 진정한 공부는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자신을 것으로 다시 세우는 것이다.
“‘문제’라는 말을 나는 학교 교육에서 말하는 시험 ‘문제’에 국한해서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어원적으로 ‘문제problem’라는 그리스어의 ‘프로블레마’라는 말에서 나왔는데 말은 ‘논의할 만한 의문으로서 던져진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한 의미의 문제라면 우리 주변에 가득하며, 후술하듯이 애초에 ‘생활’이란 것이 곧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도전 자체이다.”(142쪽)
배움이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훈련이다. 1+1+2라는 간단한 공식조차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닌가. 수학적 능력도 그렇지만 책을 읽고 인간관계를 풀어가는 심리학적 문제도 역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가장 잘 배우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다. 저자는 문제해결 능력의 가장 좋은 방법을 문제는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시험 문제를 출체 해보면 출제자의 심리를 알고 문제를 잘 풀 수 있듯이 문제를 만들어내면 문제를 잘 풀게 되는 원리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정한 배움에 이르게 된다.
나가면서
이 외에도 저자는 교양을 쌓으라. 삶의 질을 높여라. 평생 함께할 취미를 가지라고 충고한다. 공부는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는다. 진짜 공부는 학교 졸업 후 시작한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멋진 공부 방법을 익혀 보는 것은 어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