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 19회 시끄러운 도서관


도서관에 가면 조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는가. 왜 조용해야할까? 본시 우리나라의 공부는 시끄럽게 배운다. 서당에서도 그랬고, 과거 공부하는 것도 역시 입으로 낭송하며 읽고 외웠다. 이러한 전통적 배움이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침묵과 묵독으로 일관하게 되었다. 도서관은 마치 경건한 성전이나 침울한 시골같다. 서양으로부터 들어온 근대적 배움을 적용하면서 책은 조용히 읽어야한다는 관념이 우리나라 교육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러나 노벨상의 왕국, 유대인들의 도서관은 아직도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의자를 맞대도 토론하고 대화하고 이야기 한다. 도서관치고 너무 시끄럽다. 그런데도 그들은 탁월한 지적 업적을 쌓았고, 어느 민족도 따라오지 몰할 위대한 민족이 되었다. 무엇 때문일까? 결국 공부는 몸으로 해야한다는 원초적 결론에 되돌아간 것이다.


고미숙은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에서 몸과 마음이 다르지 않음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공부는 입으로 하고 발로하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체력이 지력인 셈이다. 이러한 사실을 이스라엘은 잘 알고  그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 아닌 노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반갑게도 영국에 이런 도서관이 들어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런던 타워햄릿츠 구에 위치한 새로운 개념의 복합도서관 ‘아이디어 스토어’가 그 주인공이다. 이 도서관은 시끄럽다.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논다. 심지어 바로 옆에 카페가 있어 차와 식사도 가능하다. 이뿐 아니다. 주변이 시장이라 시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이곳에 들러 책을 빌려가고 쉬었다 간다고 한다. 환경 친화형 도서관인 셈이다. 참으로 멋지지 않는가.





<동영상 링크>


낭독에 답이 있다. 공부는 몸으로 해야 한다. <유태인의 공부>에 보면 유태인들의 시끄러운 도서관 예시바를 소개한다. 서로 토론하고 이야기 함으로 논리를 체계화 시키고 더 깊은 사상의 세계로 들어간다고 한다. 


"예시바는 유태인의 전통적인 학습기관이다. 우리로 따지면 일종의 도서관인 셈이다. .. 예시바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마치 술집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시끄러운 소음을 만났다. 도서관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목소리를 높여 떠들고 있었으며 어떤 이는 자리를 옮겨 다니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학생들은 각자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눴다."(62쪽)



소리를 내는 것은 혼자 공부하지 않고 '함께' 공부하는 것이며, 소통하며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진리에 도달하려는 의도이다. 혼자서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함께 지식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통해 유태인들은 자신들의 공부방식을 전승했다. 유태인 혼자가 아니라 '우리'의 공부를 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도서관, 자신만의 상아탑에 함몰되어 이웃을 돌아보지 못하는 고집불통의 탁상공론을 일삼는 일반 공부와는 너무 다른 것이다. 


영어는 어떤가. 역시 낭독이다. 소리 내어 읽을 때 진정한 공부가 이루어 진다. 김보경의 <낭독은 입문학이다>는 고전 낭독 클럽을 이끌면서 일어난 여러 에피소드와 이야기를 들려 준다. 낭독은 생각보다 강하다. 소리내는 것은 함께 하는 공부는 우리의 몸은 혼자가 아닌 함께 할때 더 높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공부에 대한 개념을 다시 세워야 할 때다. 오랫동안 관행으로 자리잡은 침묵의 도서관을 바꾸고, 입을 열어 말하는 도서관, 시끄러운 도서관, 놀이와 삶이 함께 하는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 시끄러운 도서관이 갖는 의미는 하나 더 있다. 공부만을 위한 이기적 공간이 아닌 소통의 공간으로서 전인격적인 공부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전에 장유에 있는 김해기적이 도서관에 방문했을 때의 생소함과 놀라움은 시끄러운 도서관이 답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기적의 도서관의 철학을 담아 제목도 <기적의 도서관>으로 지었다. 이 책은 기적의 도서관이 갖는 소통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재미난 책이 하나 있다. 본 글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을 수 있으나 도서관 고양 <듀이>는 치료하고 소통하는 고양이의 삶을 통해 공부만이 아닌 치유의 의미로서의 공간도 절실함을 보여 준다.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히말라야 도서관>은 모두가 읽어야할 희망이 보루다. 작년 여름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샀던 <도서관 산책자>는 공공도서관 뿐만  아닌 소도서관과 개인 도서관에 관한 건축 이야기도 들려 준다. 사각형의 딱딱하고 막힌 도서관보다 소통이 가능한 공간의 필요성을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소통을 갈망하다. 공부 역시 소통을 통하 공부가 참 공부다. 요즘 아이들은 학생시절도 없고, 학창시절의 친구도 없다. 모두가 적이고 경쟁자이다. 수업시간은 늘어가는데 함께 놀 수 있는 시간도 공간도 사라지고 있다. 다음학기때는 손으로 만지고 넘기는 종이책도 사라진다고 한다. 전자책으로 공부한다고 한다. 이렇게 슬픈 일이 있나.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이 머릿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을까. 참으로 답답하다. 그나마 시끄러운 도서관을 통해 삶을 나누고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다행이다. 많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장유에 있는 김해 기적의 도서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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