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보면 압니다! 스냅의 힘
얼마 전 영화 <관상>을 보았다. 첫 장면에서 연홍을 얼굴을 보자마자 그녀를 꿰뚫어 본다. 주인공인 내경은 인재를 고르면서 이렇게 이른다.
"머리는 하늘이니 높고 둥글어야 하고 해와 달은 눈이니 맑고 빛나야 하며 이마와 코는 산악이니 보기 좋게 솟아야 하고 나무와 풀은 머리카락과 수염이니 맑고 수려해야 한다. 이렇듯 사람의 얼굴에는 자연의 이치 그대로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져 있으니 그 자체로 우주이다.“
얼굴이 우주다. 말하지 않아도, 다만 얼굴만으로 그 사람을 꿰뚫어 볼 수 있다. 그의 운명까지 담고 있는 얼굴. 관상. 과연 사실일까?
필자는 관상을 믿지 않는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와 관상에 대한 불신이 흔들린다. 왠지 정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작년 초에 40대 중반의 한 여성을 만났다. 생김새가 완전 처제다. 그런데 놀라운 건 목소리 행동까지 닮았다. 심지어 생각의 패턴까지 닮았다. 그야말로 기겁했다. 얼굴이 닮으면 다른 모든 것도 닮은 것이다.
몇 달 전, 50대 초반 A씨는 만났다. 나는 다시 놀랬다. 그분은 나와 친하게 지내는 a와 똑 같았다. 목소리, 생김새, 열쇠까지. 심지어는 옷 입는 스타일도 비슷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좀 더 침착하게 말하는 것이 다르다. 그것 외에는 거의 모두 똑같았다. 궁금해서 A씨와 아는 사이냐고 물었다. 물론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똑같은 이유를 무엇일까?
관상이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 없도록 만들어가는 여러 가지 단서와 증거가 있다. 수년전 직장에서 은퇴한 ㅊ씨는 얼굴이 사각이고, 입이 촉새입이였다. 그분에게서 조직의 모든 말이 오갔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다면 회사 내의 모든 말은 그에게 통했다. 그 작년 ㅎ씨를 만나고 나서 기절할 뻔 했다. 얼굴이 네모에 입이 촉새 입이었다. 놀랍게도 모든 잡음의 근원은 ㅎ씨에게서 나왔다.
단지 얼굴뿐인데 말이다. 너무 닮은 것이 이상하지 않는가. 이번에 출간된 스냅은 지금까지 출간된 행동심리학의 연장이다. 스눕이 사람의 주변에 놓인 물건 등으로 사람의 성향을 판단한다면, 스냅은 그 사람 자체다. 옷차림이나, 글씨, 말투 등으로 그 사람의 미래까지 파악한다.
저자인 매튜 헤르텐슈타인은 괴짜 심리학자다. 이미 뉴욕타임스나 다른 미디어 등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여러 실험들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는 말하길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 우리는 모두 셜록홈즈와 같은 사람을 파악하는 뛰어난 힘을 내재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관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좀더 깊이 명확하게 파악해 낼 수 있다. 사소해 보이는 증거들로 그의 운명을 판단한다. 미국의 관상쟁이라고 하면 어떨까. 관상이 미신적인 측면이 강하다면 스냅은 과학적 실험과 축적된 경험을 통해 상대를 꿰뚫어 본다. 사소한 증거들로 결혼생활의 지속과 지능지수, 성적 취향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호기심이 든다.
스냅과 스눕을 함께 읽는다면 좀더 행동심리학을 깊이 알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