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

 

제목도 특이하지만 내용도 신선하다. 저자가 밝힌 대로 책에 대한 서평이 아니다. 책의 배경을 살피는 작업이다. 물론 책 내용이 깡그리 무시되지 않는다. 다만 그 배경 속에서 일어났던 자본주의를 살피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저자의 의도는 참신한 것이다. 문학 작품으로만 남겨 두기에 아깝지 않는가. 저자는 경제학자의 눈으로 고전을 살핀다.

 

저자를 잠깐 소개하면, 부산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일반 대중이 경제를 이해하기 쉽도록 저술한 <사람은 왜 대충 합리적인가> <중산층이라는 착가> 등이 있고, 현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의 방향과 흐름을 이해하려면 저자의 머리말을 조금 살펴보아야 한다.

 

미래를 예언한다는 가짜 선지자들의 책은 그 시대를 넘지 못한다. 자신의 시대를 가장 충실하게 분석하고 묘사한 책들만이 시대를 넘어 영원히 남는다. 우리가 위대한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이 바로 그렇다.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자본주의가 무엇인가를 두고 천착(穿鑿)해온 고전들을 읽는 것이야말로 가장 유용한 방법이란 뜻이다.”

 

저자는 고전들을 통해 자본주의 흐름을 읽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고전을 해설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고전을 인용할 뿐이라고 밝힌다. 엄밀히 말해 서평이나 비평이 아닌 책의 배경을 자본주의란 안경으로 보려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각은 일반 문학 상징들을 깨고 전혀 다르게 보게 한다.

 

백성공주에 일곱 난쟁이가 나온다. 우린 그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저 숲속에 사는 난쟁이라 생각한다. 나라는 독일이고, 난쟁이들은 독일의 광부들이다. 난쟁이들은 곡괭이를 들고 다닌다. 그리고 그들은 난쟁이 즉 키가 작은 어린아이들을 말한다. 노동력 착취를 받고 있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독일은 광업이 발달하고 탄광촌이 많은 나라이다. 그래서 백성공주에 나오는 일곱 나쟁이는 난쟁이가 아니라 탄광에서 일하는 어린이들을 비유한 것이며, 백성공주와 왕자는 어린이들까지도 중노동을 시키며 착취했던 영주와 그 부인을 비유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168)

 

마트 트웨인의 3부작 중의 하나인 <왕자와 거지>땅에서 추방된 빈민들의 삶으로 묘사했다. 헨리 8세는 정치적인 이유로 수장령을 선언하고 영국만의 독립적인 종교인 국교도를 시작한다. 그는 포악하고 잔인하고 야비하다.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두 명의 여자를 죽이고 쫓아낸다. 배경이 되는 헨리 8세의 아들 에드워드는 왕자지만 거지가 되어 빈민굴에 들어가 죽을 고생을 한다. 그곳에 아버지가 저지른 포악과 착취를 몸으로 읽어 낸다.

 

고전을 읽는 새로운 안목을 알려준 수작(秀作)이다.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그는 고전을 읽는 이유는 모두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다.’ 그의 집착이 고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선물로 주었다. 이젠 이 책을 한 편에 두고 인문고전을 읽어도 좋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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