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의도였던 거야?
요즘 영미 고전 소설이 땡긴다. 뭐라 할까. 맛깔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냥 좋다. 어제도 마트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를 단숨에 읽어 버렸다. 어린이용이 아닌 완역판으로 읽어서인지 읽는 맛이 씁쓸 달콤하다. 400쪽의 분량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다. 며칠 전에 주문했던 헷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 오두막1.2>권이 도착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보았다. 양장이라 맘에 들고, 디자인도 깔끔하다. 딱 좋다. 두 권이나 표지 그림이 조금 다른 것 말고는 모두 같았다. 그래서 말이지. 다음 주에 읽으려고 책꽂이 꽂아 두었다. 그러다 정리하려고 꺼내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두개의 그림이 하나 합쳐졌다. 두 개의 디자인은 두 디자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나의 그림을 두개의 그림으로 나눈 것이다.
곧바로 합체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하나의 그림이었다. 1권을 아래에 2권을 위에 턱하니 올려놓으니 하나의 그림이다. 힘들어하는 톰이 어딘가에 기대어 졸고 있는 모습이다. 아. 이런 거였어? 이런 의도 이었던 거야? 나도 둔하기는 정말 둔한가 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디자인을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도 전혀 다른 조각들이 모여 있지만 함께하면 하나의 그림이 된다고. 어떤 이는 다리만, 어떤 이들은 팔만, 어떤 이는 가슴만 있다. 서로 다르기에 비판하고 삿대질하고 불편해 한다. 그러나 마음을 합하여 모이면 하나의 그림이 되고, 작품이 된다. 나는 팔이 되고, 그는 다리가 되고, 또 누구는 눈이 되어 한 몸이 된다. 인간은 서로 합할 때 하나가 되고 온전케 한다.
문제의 책은 미국의 남북전쟁의 발화점이 된 책이다. 그동안 서로 다르고 차이가 있다고 미워하던 미움이 극에 달하던 시대였다. 그러다 이 책으로 결국 서로 싸우게 된다. 한 사람의 고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인격을 수단화시킨 물욕에 찌든 이들을 향하여 '그건 아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너희들이 짐승처럼 학대하는 흑인도 아파하는 사람'이라고 항거한다. 그들도 피곤하고, 힘들어하고, 사랑할 줄 알고, 남을 불쌍히 여길 줄 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전쟁은 하나가 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모두를 한 인격으로 보기위한. 어느 누구도 비인격적으로 대우받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어서. 맞다. 그래서 난 이 책의 디자인이 맘에 든다. 인생이란 바로 이런 거다. 아프지만 하나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