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클래식
<홍길동전> <금오신화>의 세계
비극적 현실을 넘어 상상의 세계를 건설하다.
생소한 책이 떴다. 뭐지? 겉은 멀쩡하게 펭귄클래식인데 제목은 홍길동전이다. 그럼 펭귄에서 한국고전소설까지 번역한단 말인가. 낯설고 생소하다. 그러나 좋았다. 뭔가 기대가 된다. 소설이라면 그 어떤 것도 다 담고 싶은 출판사가 아니던가. 요즘은 소설을 넘어 철학과 인문고전도 손을 대고 있지만 전공은 여전히 소설이다. 그러니 낯설면서도 낯익다. 한국 고전 소설이란 게 마음에 든다. 한국 펭귄은 한국소설을 펴내는 게 맞다.
몇 권이나 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검색해 보니 의외로 많은 책이 번역되었다. 먼저 2009년 1월에 <홍길동전>이 있다. 역시 같은 시기에 출간된 <금오신화>가 있다. 홍길동전은 워낙 유명해 영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완역판을 아직 읽지 못한 것이 아쉽다. 빠른 시일에 읽기를 원한다.
조선에서가 가장 위험한 인물로 취급했던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조선의 토대를 쌓고 토사구팽당한 정도전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 중기 혜성처럼 나타나 혁명적 사고를 주장한 허균이다. 도가적 사상을 숭배했고 무위적 삶을 추구하며 살았다. 보수적 성리학 사상에 찌든 정치꾼들에게 허균은 그야말로 위험 그 자체였다.
신분사상을 무너뜨리려 했던 그는 농사를 짓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 그것이 홍길동전에 오롯이 담긴다. 홍길동이 만든 율도국이 바로 그런 세상이다. 조선이 그렇게 되기를 원했지만 그는 결국 배척당하고 만다. 그러나 율도국은 언제나 이상의 나라로 남아있다. 율도국은 인시인류가 잃어버린 에단 동산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발가벗겨진 체 존재 그 자체인 세상.
금오신화는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길 이 없다. 다만 동물들을 비유로 써진 김시습의 책이라는 것 외에는. 이번 참에 내용을 알아보려 펭귄클래식 사이트를 방문해 내용을 살폈더니 이외의 내용이 나온다. 김삿갓쯤으로 표현해도 될까. 아마도 암울한 시대 속에서 현실을 넘어 이상의 세계를 꿈꾸었던 김시습의 의도가 깊게 배여 있다.
홍길동전도 그렇고 금오신호도 역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이상을 추구한다.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도전하고 항거했던 이들이 만들어낸 두 권의 책이다. 모두 금서가 되었던 이유가 알겠다. 좌절하면 비극이 되지만, 도전하면 희망이 된다. 김시습과 허균, 그저 좋은 분들로만 알고 있었다. 이젠 그 이상의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다. 고맙고 감사하다.
아직 두 권 밖에 번역되지 않아 아쉽다. 번역한 책이 가득한데 말이다. 다른 출판사의 책도 기대가 되지만 펭귄만의 독특함을 되살려 한국고전 소설, 한문소설이 많이 번역되길 기대해 본다.
아래는 펭귄클래식에서 소개한 금오신화를 그대로 가져왔다. 금오신화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비극적 현실 인식이 낳은 미학, 그리고 소통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인 『금오신화』는 김시습의 현실 인식이 짙게 배어 있는 작품들로 주인공들이 처한 결핍과 부재의 상황이 중요하게 부각되어 있다. 주인공이 겪고 있는 고독하고 부정적인 현실은 작가 김시습의 정치적 좌절과 이에서 비롯된 현실 인식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려서부터 재주가 뛰어나 장래가 촉망되는 수재였으나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비분강개하여 공부를 접고 평생 방랑하며 벼슬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늘 자신과 세상이 어긋난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느낌을 마치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를 박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하였다. 그의 이러한 비극적 현실 인식은 『금오신화』에 실린 다섯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다섯 작품 모두 새로운 만남이나 세상의 인정을 갈망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원하던 만남을 이루거나 인정을 받게 되지만 결국은 다시 혼자 남거나 세상을 등지는 결말을 맞게 된다. 그러나 이 비극적 결말은 오히려 현실적인 문제들을 환기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소통이라는 장치는 환상을 통해 새로운 미감을 낳는다.
▣ 조선 초기 한문학이 이룩한 시문과 산문의 미학적 성과
『금오신화』가 창작된 것은 김시습이 금오산에 은둔했던 시기를 고려할 때 대략 1470년 무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오신화』는 중국 명나라의 구우가 쓴 『전등신화』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주제 의식이나 미학적인 면에서 독특한 성취를 이루어 우리나라 전기소설을 대표한다고 할 만하다. 김시습은 열녀설화, 저포내기설화 등 민간의 설화를 소재로 활용하고 남원, 송도, 평양 등 조선 땅을 배경으로 설정하여 조선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시문이나 제문, 문답체 등 다양한 산문을 구사하여 생생하고 독특한 문체를 구사하고 있다. 『금오신화』에 등장하는 시들은 주인공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작품 전체에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