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박인석 지음 / 현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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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화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다.


심부름간 아들이 돌아오질 않는다. 벌써 초등학생인데도 한 참이 지나도 집에 들어오질 않자 엄마는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던 설겆이를 멈추고 아들을 찾으러 내려갔다. 이게 왠일인가. 아들이 아파트 입구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엄마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실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호실호출을 하지 않으면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엄마를 보자마자 아들이 울먹인다.

"엄마, 왜 이렇게 늦게 나왔는데?"

미안한 엄마는 아이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한다.

"미안, 지난가는 사람에게 부탁하지 그랬어?"


있어서는 안될 이야기지만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다. 심지어는 아파트가 아닌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행인들의 출입을 깐깐하게 통제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자신이 살지 않는 타단지 안으로 들어가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많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저자인 박인석은 한국주택공사 주택연구소로 근무한 때부터 지금까지 아파트의 발전과 폐해를 지켜 보았다. 아파트의 발전을 연구하면서 한국이 왜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고, 중산층의 우상이 되었는지를 민낯으로 보여준다.


아파트이 문제가 아니라 '단지화'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지화의 개념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저자는 70년대 이후 일어난 새마을 운동에서 찾는다. 압축성장으로 경험한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에 걸맞는 주거단지를 조성해야 했다. 그러나 주거단지를 조성하기에 마음의 여유도, 노하우도 없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아파트 단지화이다. 학교, 길, 병원, 공원, 시장 등을 조성함으로 '주거단지'로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성에는 방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했다. 정부는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았는데 그것이 아파트의 단지화이다.


저자는 아파트 단지화를 통해 일어나는 한국사회의 피폐한 일상을 꼬집는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전천후 단지, 새로운 학군을 형성하며 자기들만의 담을 높아 쌓아가는 집단 이기주의 등이 아파트 단지화에 있다고 말한다. 아파트 단지화는 결국 일반 주택가를 싸구려 시민과 주거지로 전락시킨다. 복잡하고 


아파트 단지화에서 벗어나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 사회로 전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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