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행복을 복습하는 시간
김경집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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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상에서 퍼올린 행복 연습하기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해 지지 않는다.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고 훈련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더니 행복 역시 공짜가 없는가 보다. 김경집 행복 에세이를 읽으면서 고백한다. 행복이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 행복은 뭔가? 저자의 사소한 일상에의 깨우침은 행복이 무엇이라 답하지도 질문하지도 않다. 그냥 여기 있음이 행복이고, 존재의미를 삶을 통해 담아내는 것이 행복이라 말한다. 행복음 골인점이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 여기의 여정이자 과정이다. 그러니 행복 연습이 곧 행복이고, 행복 훈련이 곧 행복한 시간인 셈이다.

"기적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지요? 어찌 아무 일도 없다 하겠습니까? 어제와 비슷한 날들이 이어지니 채느끼지 못할 뿐이지요."

참 옳은 말이다. 기적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는가. 기적에 중독되어 끊임없이 기이한 것을 쫓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잃어 버린 것만큼 큰 불행도 없을 것이다.

일상을 쪼개듯 치밀하게 파고 들었다. 저자의 평범한 일상의 비범한 통찰은 진부한 언어들을 사용하면서도 생동감있게 다가온다. 언어의 힘이 중요하긴 하지만, 평범한 언어로 통찰력있는 삶을 드러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촐근길에 라이오를 통해 들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한 거'라는 식상한 깨달음 속에서 삶이 어떠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담아 내었다. 노련한 완숙미가 느껴진다.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한다면 그건 퇴행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전혀 겪지 않는다면 무미한 삶일뿐입니다. ... 내쳐 달라기 전에 먼저 제 삶의 방향을 곧추 잡도록 다독이고 격려해줘야겠습니다."(17)

저자의 조언은 허투르지 않다. 다 알듯하면서도 다시 진한 공감의 파동이 다가온다.

얼마 전 시작 수업을 받았다. 시를 좋아하진 않지만 중요성을 충분히 공감한 터. 진지하게 배우고 연습했다. 그러나 난 여전히 시와는 머나먼 타인이다. 그래도 시 읽기는 좋아한다. 48쪽에 조지훈의 시가 데워져 있다.

꽃이 지니
바람을 탓하랴

꽃이 지는 것은 당연하다. 봄이 지나면 사쿠라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굳이 날개가 없어도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과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자식이 자라면 떠나 보내야하고, 나이가 들면 친구들을 하나둘 떠나 보내야 한다. 때론 남편과 아내까지도. 이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마음은 아프다. 현실을 받아들임은 고독에 처하는 것이지만 더 성숙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아.. 행복에도 연습히 필요하고 훈련이 필요하다.

매거릿 미첼은 평생 단 하나의 소설을 집필했다. 그 소설은 전설처럼 아련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아책 책으로는 읽지 않았지만 영화는 몇 번이고 보았다. 볼때마다 진한 감동이 폭풍처럼 불어 닥친다. 약하디 약한 여성의 힘이 이리 강한 줄 몰았다. 그런데 미첼도 이 책을 쓰기 포기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98쪽) 존 베테트의 <존 브라운의 시신>을 읽고 좌절한 탓이다. 자신의 소설고 비교해 너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구의 격려를 듣고 일어선다.

"당신을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 성공은 당신의 능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최선을 다해 노려하고 나머지는 잊어 버리세요."

자신뿐 아니다. 출판사들도 원고를 수 없이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출판되었고, 대박났다. 그래 맞다.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이 책은 사소한 일상에서 퍼올린 행복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아니다. 행복해 지기로 노력하고 연습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오늘도 이 책을 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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