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 별다른 것을 추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저자 역시 세번째 장에서 '모든 사람은 이미 독서법을 알고 있다'고 제목으로 말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말이다. 정말 그러나... 정말 알고 있을까?

저자 소개란을 보니 박/민/영 인문작가. 문화평론가로 소개되어 있다. 지은 책만 봐도 솔솔치 않다. 

<인문학, 세상을 읽다> <이즘:인간이 남긴 모든 생각> <즐거움의 가치사전:인간의 욕망하는 모든 것> <공자 속의 붓다, 붓다 속의 공자> <논어는 진보다> <행복한 중용> <논어로 배우는 한자> 등이다. 책 제목을 들여다보니 공자. 논어, 가치, 인문학, 중용 등의 중국고전과 인문학 관련 용어들이 눈에 띈다. 아마도 인문학자가 맞는 가보다. 
























처음 접하는 저자라 이 책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발행년도 찾아가 보았다.

초판은 7쇄까지 나갔고, 이번판은 2판 1쇄본으로 2012년 6월 5일 발행본이다. 이런책을 두고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2005년에 초판이 나와 7쇄까지 인쇄되었고, 2판에서 다시 발행되고 있으니 저자로서는 여간 기쁜일이 아닐 것이다. 다 아는 책 읽는 법을 소개한 책이 이토록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2판까지 나올 정도면 일반독자들은 책 읽는 법을 알지 못한다는 반증은 아닐런지... 그러나 알고는 있어야 한다. 책 읽는 법을 배운다고 해서 책을 읽어지지는 않는 다는 것.. 공자는 논어에서 아는 것이 좋아하는 것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즐거운 것보다 못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독서를 하려면 독서가 즐거워야 한다. 즐겁지 않는 독서...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고, 엔돌핀이 나오지 않는 독서는 따분하고 지겨운 노동일 뿐이다. 아예 쓸모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통 스러운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아무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모티머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에서 소개한 연애편지 읽기를 소개한 부분이 공감백배다. (애들러의 책은 사서 모을 필요가 있다. 특히 교사나 강사들은 더욱 그렇다.)














사랑에 빠져서 연애 편지를 읽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읽는다. 그들은 단어 하나하나를 세 가지 방식으로 읽는다. 그들은 행간을 읽고 여백을 읽는다. 부분적인 관점에서 전체를 읽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부분을 읽는다. 문맥과 애매함에 민감해지고 암시와 함축에 예민해진다. 말의 색체와 문자의 냄새와 절의 무게를 곧 알아차린다. 심지어 구두점까지도 그것의 의미하는 바를 파악해 내려 한다.

연애편지 읽기는 독서의 거의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다. 애들러가 언급하지 않는 '다시 읽기'도 연애편지 읽기의 중요한 수단이다. 또한 '사랑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읽기'도 뺄수 없는 방법이다. 박민영은 연애편지 읽기에 관하여 이렇게 말한다. 


연애편지를 읽어 본 경험을 잘 상기하면, 독서의 원초적인 필요와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연애편지는 글이 개인과 내밀한 관련을 가질 때, 사람을 얼마나 감격시키고 흥분 시킬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준다.(32쪽)

독서의 방법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이다. 왜 책을 읽어야 하고, 책을 읽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그려주어야 한다. 방법은 논리가 아닌 '스토리텔링'으로 말이다. 논문식의 강압된 주장은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난다. 요즘 유행하는 귀납법적인 설득 또는 넛지 또는 간접적 권면의 방법을 쓴다면 좋을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잘 간파하고 있는 것 같다. 8장에서 소개한 어떤 거지의 에피스도는 필자에게 감명을 주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어느 가난한 시인이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구걸하는 거지를 발견한다. 적선하고 싶지만 돈이 없다. 그래서 미안한 생각에 가지고 있던 책 한 권을 주었다. 자신이 읽고 있던 '인생론'이었다. 거지는 어떨떨하게 책을 받았지만 읽을 마음이 없었다. 그리고 한 달 후 시인은 그곳에서 가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심심해하던 거지가 책을 한 두장씩 읽다가 삶의 용기를 얻어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이다. 거지가 거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몸의 장애가 아니라 마음의 장애 때문이었다. 그는 한 권의 책을 통해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얻게 된 것이다.(59-60쪽 요약 정리)

이 글을 읽고 가슴이 뭉클 해지면서 책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새삼 배우게 된다. 275쪽까지 있는 작은 책이다. 그러나 내용은 작지 않다. 수천권을 읽은 나에게도 감회가 새로운 흥분을 선사해준 책이다. 책 읽는 방법이야 책 안에 가득 담겨 있으니 읽어 보니 알 것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책의 가치를 아는 것이다.


오늘 문득 공자의 논어 학이편이 생각난다. 


子曰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공자가 말했다. 이미 배운 것을 때때로 반복하면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닌가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유붕 자원방래 불역락호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人不知而不온이면 不亦君子乎아.

인불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화내지 않는다면 이 또한 군자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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